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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벌어진 파격의 나눔 [계서야담]
걸인에게 제 속곳을 벗어준 젊은 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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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살을 에는 듯한 조선의 엄동설한.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에 살던 젊은 과부가 어느 날 밤, 문밖에서 동사 직전의 늙은 걸인을 발견합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누비옷과 속곳마저 벗어 걸인에게 입혀준 그녀. 남사스럽다며 쏟아지는 마을 사람들의 잔인한 조롱 속에서도 양심을 지킨 과부에게 기적이 찾아옵니다. 걸인의 정체는 세상을 암행하던 왕실의 종친이었고, 과부의 숭고한 희생에 탄복한 그는 그녀를 훌륭한 대신인 조카와 맺어주게 되는데… 혹한을 녹인 기적과 백년해로의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땔감조차 없는 방에서 얼어 죽어가는 늙은 걸인을 발견하다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라도 뚫린 듯,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쏟아지던 무자비한 폭설이 마침내 멎었습니다. 그러나 그 하얀 눈보라가 지나간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사람의 살을 어육처럼 무참히 저며내는 듯한 지독하고도 맹렬한 칼바람이었습니다. 조선 팔도를 단숨에 꽁꽁 얼어붙게 만든 십 년 만의 유례없는 혹한이, 이 깊고 외진 산골 마을에도 어김없이 찾아들어 모든 생명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습니다. 어둠이 먹물처럼 짙게 깔린 한밤중, 산짐승들조차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피해 깊은 굴속 깊숙이 숨어버린 적막한 산기슭에는, 금방이라도 모진 바람에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아주 작은 초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눈보라와 짐승의 포효 같은 매서운 바람은 금방이라도 낡고 썩은 초가지붕을 통째로 날려버릴 기세로 맹렬하게 문풍지를 때려댔습니다. 덜컹거리는 방문의 찢어진 창호지 틈새로는 얼음장 같은 황소바람이 쉴 새 없이 들이닥치며, 방 안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온기마저 모조리 앗아가고 있었습니다.
방 안의 공기는 바깥의 산중과 다를 바 없이 서늘했고, 바닥은 차가운 냉기가 그대로 올라오는 시린 냉골이었습니다. 일찍이 남편을 병으로 여의고 슬하에 자식 하나 없이 홀로 팍팍하고 험난한 세상을 버텨내고 있는 젊고 가녀린 과부는, 땔감을 구할 돈조차 없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못한 지가 벌써 며칠째인지 헤아릴 수도 없었습니다.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작고 낡은 화로 하나만이, 이 혹독한 겨울밤에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자 온기였습니다. 화로 속에 남은 붉은 불씨마저 하얀 재를 뒤집어쓰고 위태롭게 꺼져가는 가운데, 과부는 흔들리는 옅은 호롱불 아래서 얼어붙어 곱은 손을 연신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 밤늦도록 남의 옷을 짓는 삯바느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가난과 지독한 외로움이 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비참한 삶이었지만, 그녀의 단아하고 해맑은 얼굴에는 자신의 박복한 운명이나 세상을 향한 원망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십자가를 감내하며 살아가려는 처연하고도 정갈한 기운이 흔들림 없이 서려 있었습니다.
'올겨울은 참으로 유난히도 모질고 춥구나. 문풍지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마치 억울한 귀신이 통곡을 하는 것처럼 스산하고 매서우니, 이 험하고 캄캄한 밤에 산속의 길짐승들이나 가난한 백성들이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얼어 죽지나 않을지 참으로 걱정이네. 날이 밝으면 눈을 깊이 파헤쳐서라도 마당에 굴러다니는 언 솔가지들을 주워 모아 어찌어찌 불이라도 피워봐야 할 터인데… 이마저도 젖어있어 불이 붙을지 모르겠구나.'
과부가 꽁꽁 얼어붙어 제멋대로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힘겹게 바늘귀를 꿰며 깊고 시린 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습니다. 거칠고 사나운 바람 소리를 뚫고, 문밖에서 무언가 기이하고도 미세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상처 입은 산짐승이 고통에 겨워 앓는 소리인가 싶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지만, 그것은 분명 사람의 메마른 입술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가냘프고도 처절한 옅은 신음이었습니다.
"으으으... 춥다... 너무 춥고... 온몸이 괴롭구나... 으으..."
집어삼킬 듯한 바람 소리에 묻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과부는 깜짝 놀라 쥐고 있던 바느질거리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깊고 깊은 산중의 엄동설한에, 그것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에 인적이라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공포가 흘렀지만, 눈보라 속에서 누군가 꼼짝없이 얼어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에 두려워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과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단숨에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문이 열리는 찰나의 순간, 방 안으로 매서운 눈보라가 굶주린 맹수처럼 들이닥치며 유일한 빛이었던 호롱불마저 단숨에 허무하게 꺼뜨려 버렸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과 희뿌연 눈보라가 춤을 추는 허공 속에서, 과부의 시선이 댓돌 아래 언 땅에 웅크리고 있는 시커먼 형체에 가닿았습니다. 갈기갈기 찢겨 나간 낡은 삿갓은 이미 사나운 바람에 휩쓸려 마당 구석의 구덩이에 처박혀 뒹굴고 있었고, 본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해지고 구멍 난 삼베 누더기 옷을 겹겹이 걸친 늙은 걸인 하나가 꽁꽁 언 땅바닥에 짐승처럼 몸을 말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과부는 신발을 신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맨발로 차가운 댓돌을 딛고 뛰어나가 걸인의 상태를 급히 살폈습니다. 걸인의 주름진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시퍼렇게 질려 죽은 사람과 다름없었고, 덥수룩한 수염과 듬성듬성한 눈썹 위로는 차가운 입김이 얼어붙어 하얗게 두꺼운 성에가 끼어 있었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부처님 맙소사! 어르신, 어르신! 여기서 이러고 누워 계시면 큰일 납니다. 얼른 눈을 좀 번쩍 떠보셔요. 예?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과부는 미친 듯이 걸인의 마른 어깨를 흔들어 깨웠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한 침묵뿐이었습니다. 걸인의 벌어진 입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뿜어져 나와야 할 하얀 입김조차 희미해져 있었고, 가슴팍의 옅은 미동조차 점차 잦아들며 멈춰가고 있었습니다. 과부가 뻗은 손끝에 닿은 걸인의 목덜미 피부는 마치 한겨울 깊은 계곡물에 담긴 바윗덩어리처럼 얼음장같이 차가웠습니다. 앙상한 손가락 마디마디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려 강제로 펴려 해도 펴지지가 않았습니다. 이대로 단 몇 각(刻)만 더 마당에 방치한다면, 꼼짝없이 숨을 거두고 말 것이 너무도 명백한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어쩌면 좋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쩌면 좋아! 온몸이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얼음덩어리나 다름없어. 이대로 눕혀두었다간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명줄을 완전히 놓으실 게야. 일단 저 사나운 눈보라라도 피해야 하니 무조건 방 안으로 뫼셔야겠다.'
가녀리고 체구마저 작은 여인의 연약한 몸이었지만, 과부는 오직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완전히 축 늘어져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걸인의 양겨드랑이 아래로 자신의 두 팔을 깊숙이 집어넣고, 이를 악문 채 방 안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습니다. 걸인의 마른 몸무게와, 눈 녹은 물을 잔뜩 머금고 꽝꽝 얼어붙은 겹겹의 누더기 옷 무게가 합쳐져 쇳덩이처럼 무거웠고, 과부의 시린 맨발은 얼어붙은 빙판 위에서 쉴 새 없이 미끄러지며 피가 맺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거친 숨을 헐떡이면서도 결코 걸인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까스로 높은 문지방을 넘어 방 안으로 걸인을 끌어들여 눕혔지만, 며칠째 불을 때지 못한 냉골인 방바닥 역시 바깥의 흙바닥과 다를 바 없이 차갑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과부는 서둘러 자신이 밤마다 추위를 견디며 덮고 자던 낡고 얇은 무명 이불을 가져다 걸인의 몸을 단단히 감쌌습니다. 그러나 이미 스스로 열을 낼 수 있는 체온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걸인의 몸은 이불 속에서 덥혀지기는커녕, 젖은 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한기로 인해 마른 이불마저 차갑게 적셔가고 있었습니다. 과부는 울상이 된 다급한 얼굴로 얼마 남지 않은 불씨가 담긴 화로를 걸인의 머리맡으로 바싹 끌어당겨 놓고, 자신의 두 손으로 걸인의 굳어버린 두 손과 차가운 발을 미친 듯이 비비고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 제발 정신을 차려보셔요. 으으으... 제발, 조금만 버티시어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십니다. 눈을 떠보셔요!"
자신 역시 얇은 옷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쉼 없이 걸인의 몸을 억척스럽게 마사지하고, 시퍼런 자신의 입술 사이로 남은 따뜻한 입김을 후후 불어넣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걸인의 숨결은 점점 더 얕은 바닥을 향해 가라앉고, 흙빛으로 변해가는 초췌한 얼굴에는 죽음의 짙은 그림자가 완연하게 드리워지고 있었습니다. 땔감 하나 없는 극심한 빈궁한 처지에 당장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땔 수도 없고, 더 덮어줄 여분의 이불이나 옷가지도 전혀 없는 캄캄하고 절망적인 상황. 사람의 귀한 목숨이 내 눈앞에서 티끌처럼 허무하게 바스러져 가는데, 이 가엾은 생명을 위해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독한 무력감과 두려움이 과부의 목을 숨 막히게 옥죄어 오고 있었습니다.
※ 2: 엄격한 법도를 깨고 제 속곳마저 내어주다
어둠이 짙게 깔려 스산한 공기만이 감도는 차가운 방 안, 무거운 정적을 깨는 것은 창호지를 찢어버릴 듯 몰아치는 짐승 같은 바람 소리와 과부의 거칠고 다급한 숨소리뿐이었습니다. 과부가 아무리 손이 부르트도록 손발을 주무르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도, 죽어가는 걸인의 상태는 털끝만큼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희미하게나마 뛰던 맥박은 이제 굳어버린 손목 끝에서 간신히 느껴질 정도로 위태롭게 미약해졌고, 반쯤 감긴 초점을 잃은 흐리멍덩한 눈동자 위로는 잿빛 죽음의 막이 서서히 덮이고 있었습니다. 가늘게 새어 나오던 고통스러운 신음조차 완전히 멎어버리고 흉부의 오르내림이 거의 사라지자, 과부의 심장은 천길 낭떠러지로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녀의 맑고 큰 눈망울에서 결국 뜨거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져 걸인의 얼어붙은 뺨 위로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단숨에 숨이 끊어지고 말 것이야. 불을 땔 수도 없고, 덮어드릴 이불도 더는 없으니 대체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젖은 채로 꽝꽝 얼어붙은 저 끔찍한 누더기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한, 백 번 천 번을 주물러도 몸이 녹지 않을 것이 뻔해. 지금 이 어르신께 필요한 건 당장 얼어붙은 몸을 녹여줄 사람의 따뜻한 체온뿐이야... 물기 하나 없이 뽀송하고 따뜻한 옷으로 감싸주어야만 식어버린 심장이 다시 뛸 텐데.'
과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절망 어린 눈빛으로 어두운 방 안 주변을 살피다, 이내 잠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 속에서 그녀가 올겨울의 모진 추위를 나기 위해 겹겹이 껴입고 있는 옷이라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유품으로 물려주신 낡았지만 솜이 든 두꺼운 누비 저고리와 치마 한 벌, 그리고 그 안쪽에 찬바람을 막으려 겹겹이 받쳐 입은 하얀 무명 속곳이 전부였습니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바로 이 옷들만이, 며칠 동안 방 안에서 그녀 자신의 따뜻한 체온을 고스란히 머금어 이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자 구명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과부의 머릿속에는 조선 제일의 엄격한 유교 법도와 과부에게 씌워진 칠거지악의 무서운 굴레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남녀가 유별함이 하늘의 이치요, 과부의 굳은 수절을 자신의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이 융통성 없고 엄혹한 세상에서, 젊고 가녀린 여인이 그것도 외간 남자의 앞에서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자신이 입고 있던 속곳마저 몽땅 벗어준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해괴망측하고도 치명적인 패륜 행위였습니다. 만약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내일 아침 마을 사람들의 가벼운 입방아에 오르내리거나 누군가의 눈에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그녀는 평생을 지조 없는 음탕한 여인이라 손가락질받으며 가문의 씻을 수 없는 수치로 낙인찍혀 문중에서 멍석말이를 당해 쫓겨나거나, 심하면 명예를 위해 자결을 강요받아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끔찍하고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수많은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폭풍우처럼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 과부의 흔들리던 시선이 다시금 죽음의 문턱을 반쯤 넘어간 걸인의 흙빛 얼굴에 머물렀습니다.
'양반들의 알량한 법도가 무엇이고, 무지랭이 남들의 시선이 다 무어란 말인가. 내 두 눈앞에서 펄떡이던 살아있는 사람의 목숨이 촛불처럼 사그라지고 있는데, 헛된 체면과 남사스러움 때문에 이 어르신을 빤히 죽게 내버려 둔다면... 나는 평생 그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남은 평생을 짐승보다 못한 괴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천하의 그 어떤 도덕과 법도라 할지라도, 사람의 귀한 목숨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한 도리는 이 세상 천지에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을 살리겠다는 숭고한 결단 앞에, 과부의 마음속을 어지럽히던 모든 망설임은 봄눈 녹듯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고 강인한 의지가 횃불처럼 타올랐습니다. 그녀는 굳게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추위와 긴장으로 얼어붙어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누비 저고리 고름을 단숨에 풀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거침없는 손길로 두꺼운 솜 저고리를 어깨 아래로 벗어 내렸고, 이어서 단단히 매어둔 허리띠를 풀어 풍성한 치마를 훌렁 벗어 던졌습니다. 따뜻한 옷을 하나씩 벗어 낼 때마다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매서운 겨울 한기가 마치 수천 개의 뾰족한 얼음 바늘이 되어 그녀의 연약하고 하얀 맨살을 사정없이 찔러댔습니다.
하지만 과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가장 안쪽에 입고 있던, 자신의 살결과 따스한 체온을 고스란히 품어 숨결이 배어있는 따뜻한 하얀 무명 속곳마저 남김없이 전부 벗어 내렸습니다. 이제 그녀의 덜덜 떨리는 가녀린 몸에는 얇디얇은 속적삼 단 하나만이 방어막 없이 덩그러니 걸쳐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방 안의 끔찍하고 살인적인 한기가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몸을 날카로운 채찍처럼 할퀴고 지나갔고, 턱관절이 제멋대로 덜덜 떨리며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방 안을 울렸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덮치는 살인적인 추위를 돌볼 겨를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르신, 제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여인의 옷이라 참으로 남사스럽고 비루하기 짝이 없사오나... 제 몸의 온기가 아직 천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부디 이것을 서둘러 입으시고 제발 기운을 차리시어요. 제발, 제발 죽지 말고 살아만 주시어요."
과부는 신속하고도 무척이나 섬세한 손놀림으로 걸인의 몸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있던 젖고 얼어붙은 무거운 누더기 옷을 훌렁훌렁 벗겨내어 방 한구석으로 멀리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숨결과 체온으로 덥혀져 모락모락 열기가 피어오르는 따뜻한 속곳과 두툼한 솜 누비옷을, 걸인의 뼈만 남은 마른 몸에 겹겹이 꼼꼼하게 입혀 나갔습니다. 늙고 병든 사내의 앙상한 몸에 여인의 하얀 속곳과 붉은 치마저고리가 우스꽝스럽게 얽혀 들었지만, 그 절박한 순간 그것은 세상의 그 어떤 화려한 비단 금의환향복보다도 숭고하고 성스러운 생명의 동아줄이었습니다. 옷을 겹겹이 다 입힌 뒤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낡은 홑이불마저 걸인의 목끝까지 빈틈없이 바짝 끌어올려 단단히 여며주었습니다.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 위한 모든 조치를 끝내고 나자, 그제야 살을 에는 듯한 끔찍하고 폭력적인 겨울의 추위가 과부의 온몸을 무자비하게 덮쳐왔습니다. 얇은 적삼 하나만 걸친 채 영하의 냉골 바닥에 무방비로 선 그녀의 고운 피부는 순식간에 닭살이 돋고 핏기가 가시며 퍼렇게 질려갔습니다. 온몸의 뼈마디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톱으로 썰려 끊어질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고, 사시나무 떨듯 몸이 파르르 떨려 두 다리로 도저히 서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다급히 방구석으로 납작 기어가, 평소 부엌에서 불쏘시개로 쓰거나 마당의 흙을 덮을 때 쓰던 흙먼지투성이의 더럽고 거친 낡은 볏짚 거적때기를 찾아내어 자신의 웅크린 몸에 칭칭 감았습니다.
'아아... 춥다, 너무 추워. 손끝과 발끝이 당장이라도 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 뼛속 깊은 곳까지 찬 바람이 훅훅 들어와 심장마저 꽁꽁 얼어붙는 것 같구나. 하지만... 헉, 헉... 어르신의 숨소리가 아까보다 한결 편안하고 깊어지셨어. 몸이 조금씩 내 온기로 녹고 계신 게야.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내가 얼어 죽더라도 후회는 없다.'
과부는 더러운 낡은 거적때기를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쓴 채 무릎을 가슴팍까지 바짝 끌어당겨 태아처럼 둥글게 웅크리고, 혹독한 영하의 추위와 외롭고도 처절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억겁같이 길고 고통스러운 밤이었습니다. 까무라치듯 잠이 들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시시각각 엄습했지만, 과부의 옷에 남아있던 따뜻한 온기와 두툼한 솜의 보온력 덕분에 기적처럼 걸인의 흙빛 얼굴에 미세한 홍조가 생기를 띠며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는 끝내 얼어붙은 입술로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얼음장 같던 걸인의 손발이 서서히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옅었던 숨결이 제법 깊고 규칙적인 호흡으로 변해가는 것을 귀로 똑똑히 확인하고서야, 구석에 웅크려 덜덜 떨던 과부는 극심한 한기와 피로를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까무라치듯 깊은 혼절의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 3: 그리고 시작된 마을 사람들의 잔인한 조롱
길고도 참혹했던, 생사가 오가던 끔찍한 겨울밤이 지나고, 마침내 낡은 창호지에 뚫린 작은 구멍 사이로 눈부시고도 따스한 아침 햇살이 비쳐 들며 얼어붙은 냉골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사선의 아득한 문턱을 위태롭게 헤매던 늙은 걸인이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밀어 올리며 희미했던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몽롱하고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그는 가장 먼저, 어젯밤 자신의 뼛속까지 파고들며 생명을 무참히 앗아가려 했던 그 끔찍하고 날카로운 추위가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졌음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체온이 듬뿍 담긴 포근하고 아늑한 온기가 자신의 온몸을 다정하고 굳건하게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킨 걸인은, 무심코 자신을 덮고 있는 기이한 옷가지들을 내려다보고는 경악에 차 두 눈을 크게 부릅떴습니다.
'이, 이것은... 여인네가 입는 무명 속곳과 붉은 치마저고리가 아닌가? 대체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인가? 산속에서 일행을 잃고 홀로 눈보라 속을 헤매다 어떤 남루한 초가집 문간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던 것까지만 기억이 선명한데... 내가 어찌 외간 여인의 옷을 이리 겹겹이 입고 방 안에서 따뜻하게 생명을 부지하고 있단 말인가.'
혼란과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던 걸인의 매서운 시선이, 매서운 냉기가 그대로 올라오는 썰렁한 방구석의 한 켠에 우뚝 멈춰 섰습니다. 그곳에는 얇디얇은 하얀 속적삼 단 하나만을 간신히 걸친 채, 먼지투성이의 더럽고 거친 볏짚 거적때기를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쓰고 태아처럼 둥글게 웅크려 미동도 없이 새우잠을 자는 젊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밤새 끔찍한 영하의 추위와 사투를 벌인 탓인지 여인의 고운 뺨과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웅크린 가녀린 어깨는 얼음장 같은 방바닥 위에서 미세하게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걸인의 머릿속에 번쩍 하고 벼락이 치며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어떻게 이토록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온전히 그리고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늙고 더러운 걸인의 하찮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젊은 과부가 남녀유별의 엄격한 유교 법도와 훗날 자신을 옭아맬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모두 미련 없이 내던지고, 자신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모든 방한복과 속옷마저 남김없이 훌렁 벗어 내어준 것입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맨몸으로 낡은 거적때기 하나에 의지한 채 이 살인적인 엄동설한의 기나긴 밤을 홀로 끔찍하게 견뎌낸 것입니다.
세상의 온갖 추악한 권력 암투와 풍파를 겪으며 차갑게 메말라 있던 걸인의 깊고 주름진 두 눈에서, 평생 통제할 수 없었던 뜨거운 눈물이 둑이 터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세상에... 아아, 이 얼마나 거룩하고 숭고한 희생이란 말인가. 일면식도 없는 천한 늙은이를 살리고자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제 목숨과 명예를 모두 아낌없이 내어놓았구나. 천하를 호령하는 벼슬아치들의 위선과 성현들의 번지르르한 말씀도, 이 여인의 거룩무쌍한 행실 앞에서는 한낱 불쏘시개 종잇조각에 불과하도다."
걸인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한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곤히 혼절해 잠든 여인이 행여나 깰세라 발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자신의 굳은 몸을 감싸고 있던 여인의 속옷과 겉옷을 하나씩 벗어 냈습니다. 밤새 방 한구석에서 바싹 말라붙은 자신의 낡고 냄새나는 누더기 옷을 다시 주워 입고 난 후, 그는 과부의 따뜻한 옷을 정성스럽게 곱게 개어 그녀의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아두었습니다. 사립문을 나서기 전, 걸인은 방구석에 웅크려 덜덜 떨며 잠든 젊은 과부를 향해 무릎을 꿇고 차가운 방바닥에 이마가 닿도록 깊숙하고도 정중한 큰절을 올렸습니다. 문을 나서는 그의 눈빛은 어젯밤 다 죽어가던 초라하고 비루한 걸인의 눈빛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크고 깊은 굳은 결의가 담긴, 호랑이처럼 매서우면서도 태양처럼 뜨겁고 따스한 기운이 서려 있는 권력자의 눈빛이었습니다.
걸인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 해가 산봉우리 위로 중천에 뜰 무렵부터 고요하던 산골 마을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아침 일찍 물을 길으러 과부의 집 앞 좁은 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마당 구석 구덩이에 처박혀 있는 사내의 찢어진 커다란 삿갓과, 하얀 눈 위에 어지럽고 깊게 찍힌 낯선 남자의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동네방네 침을 튀기며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 탓이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우물가에는 심심했던 아낙네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입에 거품을 물고 신나게 수군거렸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말세지 말세야! 글쎄 저 산기슭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사는 과부 년이, 어젯밤 그 추운 눈보라 속에 웬 정체 모를 사내놈을 제 방 안으로 몰래 끌어들였다지 뭔가?"
"어머나, 망측하고 천박해라! 서방 잡아먹고 혼자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 밤의 외로움을 못 이겨 외간 사내를 품는담! 게다가 아침 일찍 몰래 도망쳐 나오는 그 비루한 사내가 입고 나온 옷자락 사이로, 붉은색 여자 속곳이 번듯이 보였다는 끔찍한 소문도 돌고 있던데! 안에서 무슨 난잡한 짓거리를 벌였기에 옷이 뒤바뀐담!"
"젊은 과부가 지조를 지키지 못하고 행실이 저리 바르지 못하고 천박하게 굴면 온 마을에 부정이 타고 역병이 도는 재앙이 내리는 법인데, 이 흉측한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당장 관아에 고발해 멍석을 말아 마을에서 내쫓아버려야 해. 쯧쯧쯧!"
날이 중천에 밝아 추위와 피로 속에서 힘겹게 눈을 뜬 과부는, 굳어버린 몸을 이끌고 세수를 하러 우물가로 나섰다가 자신을 향해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비수 같은 조롱과 경멸의 시선들을 고스란히 뼈아프게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녀가 낡은 물동이를 이고 다가가자 사람들은 더러운 역병 환자를 피하듯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길을 내어주었고, 등 뒤에서는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며 모욕적인 비웃음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평소 과부의 착한 심성을 알고 가엾게 여기던 이웃들조차, 흉흉한 소문에 휩쓸려 혀를 끌쯧 차며 냉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하지만 과부는 억울함에 목이 메어 눈물을 훔치거나 펄쩍 뛰며 사람들을 붙잡고 변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내게 무어라 더러운 침을 뱉고 음탕하다 욕을 하든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그저 내 작은 체온으로 죽어가는 불쌍한 생명을 살렸을 뿐이고, 하늘이 감동하고 땅이 아는 명백한 진실이니 그것으로 족하고 족하다. 내 마음과 양심에 단 한 점의 부끄러움이나 흐트러짐이 없으니, 남의 삿된 입방아에 스스로 무너져 상처받을 이유가 대체 무엇이겠는가.'
과부는 묵묵히 단아한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평소처럼 담담한 걸음으로 자신의 낡은 초가집으로 돌아와 말없이 삯바느질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을 살리고 홀연히 떠난 그 늙은 걸인이 대체 누구였는지, 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옷만 개어두고 훌쩍 떠났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과부의 맑은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무사히 지켜냈다는 눈물겹도록 벅차고 따뜻한 긍지와 온기만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당장 쏟아지는 억울한 오명과 모욕 속에서도 연꽃처럼 결연하고 청초했던 그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날 밤 자신이 세상의 법도를 깨고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살려낸 늙고 비루한 걸인이, 훗날 자신의 고단한 운명을 하늘 위로 화려하게 끌어올려 주고 평생의 반려자까지 맺어줄 엄청난 왕실의 귀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 4: 한양에서 내려온 호화로운 어사 행차와 밝혀지는 걸인의 정체
어느덧 모질고 매섭던 겨울의 칼바람도 그 기세를 꺾고 물러가고, 온 세상에 생명을 깨우는 따스한 봄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짐승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적막한 산골짜기의 계곡물은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고, 마을 어귀에 든든하게 서 있는 거대한 당산나무의 앙상한 가지마다 여린 연둣빛 새순이 다투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얼었던 땅이 부드럽게 녹으며 풍기는 향긋한 흙내음과,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부드러운 훈풍이 겨우내 움츠렸던 산골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양지바른 돌담 밑으로는 노란 산수유와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게 망울을 터뜨리며 만물이 소생하는 눈부신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눈부신 봄의 향연 속에서도, 젊은 과부의 삶은 여전히 한겨울의 시린 얼음판 위에 홀로 버려진 듯 고단하고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지난겨울, 죽어가는 늙은 걸인을 방에 들였다는 이유로 시작된 마을 사람들의 잔인한 수군거림은 봄꽃이 만발한 지금도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악독한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흉악하게 부풀려져, 이제 과부는 마을에서 상종조차 하지 말아야 할 부정한 여인으로 완전히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아침 일찍 우물가에 물을 길으러 갈 때면 아낙네들은 들으라는 듯 헛기침을 하며 대놓고 자리를 피했고, 산나물을 캐러 뒷산에 오를 때도 등 뒤로 꽂히는 싸늘한 시선과 비수 같은 조롱을 묵묵히 견뎌야 했습니다. 심지어 마을의 어린아이들조차 부모들의 말을 듣고 과부의 집 담너머로 흙장난을 치며 낄낄거릴 정도였습니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억울함에 목을 매거나 야반도주를 택했을 법한 지독한 핍박이었으나, 과부의 단아한 얼굴에는 그 흔한 분노나 억울함의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나를 향해 뾰족한 돌을 던지고 더러운 침을 뱉는다 한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떳떳함과 생명을 향한 경외마저 훼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온몸에 억울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평생을 멸시와 손가락질 속에서 살아갈지언정, 내 작은 체온으로 사그라져가던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온전히 살려내었으니 그것으로 족하고 또 족한 일이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이렇듯 어김없이 생명의 봄이 찾아오듯, 사람들의 차가운 오해와 멸시도 언젠가는 저 산꼭대기에 남은 잔설처럼 고요히 녹아내릴 날이 오겠지.'
과부는 묵묵히 마당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이른 아침 험한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캐온 쌉싸름한 봄나물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거칠고 갈라진 손끝으로 흙이 묻은 냉이와 달래를 조심스레 매만지는 그녀의 뒷모습은 한없이 초라하고 가녀렸지만, 동시에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따스한 봄볕이 그녀의 굽은 등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정오 무렵, 평화롭고 고요하던 산골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적막한 산비탈의 고요를 깨고, 저 멀리 마을 어귀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흙길 너머에서부터 땅을 쿵쿵 울리는 거대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봄을 맞아 산짐승의 떼가 굶주림을 피해 몰려오는 소리인가 싶었으나, 이내 웅장하고도 위압적인 나각 소리가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뒤이어 천지를 진동시키는 무거운 징소리와 심장을 때리는 북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울려 퍼졌고, 뿌연 흙먼지를 거칠게 일으키며 수십 마리의 건장한 말과 수백 명의 관군이 호위하는 거대한 행렬이 그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선두에서는 푸른 용과 하얀 호랑이가 그려진 오색찬란한 깃발들이 봄바람을 타고 맹렬하게 나부꼈고,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든 관군들이 뿜어내는 서릿발 같은 기세는 감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을 만큼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의 한가운데에는, 한양의 궐내에서나 볼 법한 눈부시게 화려하고 거대한 황금빛 비단 가마가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깊고 척박한 산골에서 화전이나 일구며 살아온 터라 고을 원님의 행차조차 몇 번 보지 못했던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거대한 광경에 혼비백산하여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길가로 우르르 몰려나왔습니다.
"아이고, 저, 저게 대체 무슨 행렬이당가? 산골짜기에 왕실의 어가 행차라도 납신단 말인가!"
"관군들 창끝 번쩍이는 것 좀 보게나! 필시 한양 궐내에서 벼슬이 가장 높으신 정승 대감이나 어사또가 내려오시는 모양이여! 어서들 땅에 엎드리지 않고 뭣들 하는가!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게야!"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려 차가운 흙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커다란 눈망울로 행렬의 이동을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행렬이 멈추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마을에 상상치 못한 큰 경사가 날 수도, 아니면 피바람이 부는 끔찍한 멸문지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을 중앙의 넓은 공터를 스쳐 지나간 거대한 행렬은 멈추지 않고, 인적이 드물고 외진 산기슭을 향해 거침없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최종적으로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다 쓰러져가는 낡고 초라한 젊은 과부의 초가집 앞이었습니다.
발맞춰 걷던 수백 명의 관군이 일사불란하게 단숨에 흩어지며 과부의 좁은 초가집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쌌고, 웅장한 가마가 과부의 집 마당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들어서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습니다. 땅에 엎드린 채 이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들이켜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거 보게! 내가 뭐라 했나! 저 음탕한 과부 년이 겨울에 정체 모를 흉악한 사내를 방구석에 끌어들여 해괴망측한 짓거리를 벌이더니, 결국 그 소문이 관아를 넘어 한양 도성까지 퍼져 단단히 꼬리가 밟힌 게야!"
"아이고, 쯧쯧쯧. 국법이 지엄한 조선 땅에서 젊은 과부가 수절을 하지 않고 천박하게 굴더니, 필시 능지처참을 당하거나 관노비로 질참하게 끌려갈 험한 꼴을 당하고야 마는구먼. 우리 마을까지 더러운 부정이 타서 큰 화를 입지나 않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네!"
사람들은 과부가 삼강오륜을 어긴 끔찍한 대죄로 당장 오늘 목이 달아날 것이라 지레짐작하며 수군거렸습니다. 마당 한구석에서 흙 묻은 봄나물을 다듬고 있던 과부 역시, 태어나 처음 보는 이 엄청난 무력과 화려한 광경에 너무도 당황하여 그 자리에 굳은 석상처럼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쿵쾅거렸고, 영문도 모른 채 쥐고 있던 낡은 나물 바구니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며 덜덜 떨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어찌하여 저리도 높으신 분들이 이 누추하고 구석진 곳까지..."
과부의 작은 어깨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가운데, 마당을 가득 채운 무겁고 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화려한 비단 가마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붉은 비단 관복에 금빛 학이 수놓아진 화려한 흉배를 달고 머리에는 영롱한 옥관자를 붙인 사모를 쓴, 감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두 눈이 멀어버릴 듯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기품을 지닌 고관대작이 천천히 걸어 나왔습니다.
※ 5: 정경부인의 교지와 수만 평 전답을 하사
가마에서 내린 고관대작은 뒷짐을 굳게 진 채, 주위를 에워싼 관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흙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과부를 향해 기품 있고 묵직한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천하를 호령할 듯 위풍당당한 풍채와, 서릿발처럼 엄연하면서도 태산처럼 거대한 기백을 무한히 뿜어내는 사내였습니다. 과부는 이 믿을 수 없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감히 고개를 쳐들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급히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대체 무슨 큰 대역죄를 지었기에 천벌 같은 관군들이 들이닥쳤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그저 귓가에 다가오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에 심장만 덜컹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때, 과부의 정수리 위에서 고관대작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죄인을 엄히 꾸짖는 벼락같은 불호령이 아니라, 꽁꽁 언 계곡물을 녹이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한없이 따뜻한 음성이었습니다.
"부인, 그리 겁을 먹고 두려워하지 말고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똑똑히 보시오. 나를 정녕 기억하지 못하시겠소?"
귓가에 내려앉는 그 중후하고 깊은 목소리에는 어딘가 가슴 깊은 곳의 기억을 건드리는 몹시 낯익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과부가 떨리는 숨을 간신히 짓누르며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사내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녀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랗게 벌어졌습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수염과 윤기가 흐르는 붉은 관복 차림이었지만, 그 얼굴은 분명 낯이 익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듯 깊고 주름진 눈매, 매서우면서도 그 안에 형언할 수 없는 다정한 온기를 가득 품고 있는 저 빛나는 눈빛은, 지난겨울 살을 에는 눈보라 속에서 자신의 좁은 단칸방에 쓰러져 죽어가던 바로 그 늙고 비루했던 걸인의 눈빛과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어, 어르신...? 아니, 대감마님께서 정녕 지난겨울의 그... 어찌하여 저런 천하고 남루한 차림으로..."
너무 놀라 턱이 벌어지고 말을 잇지 못해 더듬거리는 과부를 향해, 고관대작은 하늘을 찌를 듯 호탕하면서도 인자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허허허! 그렇소이다. 내가 바로 지난번 그 혹독하고 저주스러웠던 겨울밤, 부인의 그 거룩하고도 말도 안 되는 숭고한 은혜를 입어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그 늙은 걸인이외다! 나는 본래 왕실의 고귀한 핏줄을 이어받은 종친으로, 가난하고 억울한 백성들의 팍팍한 삶을 낱낱이 살피고 구휼하라는 전하의 지엄한 밀명을 받들어 남루한 행색으로 전국 팔도를 떠돌던 암행어사였소. 그러다 그날 밤, 십 년 만에 닥친 최악의 눈보라를 만나 산속에서 수행원들과 완전히 떨어져 길을 잃었고, 이 깊은 산골짜기를 며칠이나 헤매다 결국 부인의 집 앞 댓돌 아래에서 꼼짝없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지."
사내의 쩌렁쩌렁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마당을 넘어 산비탈 전체를 거침없이 가득 채웠습니다. 낮은 돌담 너머로 숨죽여 지켜보며 과부가 형장에 끌려가기만을 내심 고소하게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얀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습니다. 과부와 놀아난 더러운 외간 남자라며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욕설을 퍼붓고 조롱했던 그 늙은 걸인이,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왕실 최고위층의 종친이자 무소불위의 생사여탈권을 쥔 암행어사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둔한 혀가 저지른 대죄를 뼈저리게 깨닫고는 차가운 바닥에 이마를 짓찧으며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습니다.
"자신의 연약한 살이 에이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그저 숨이 멎어가는 생명을 어떻게든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외간 남자인 나를 방에 들이고, 주저 없이 하나뿐인 두꺼운 솜옷과 가장 안쪽에 입은 하얀 속곳마저 모조리 벗어 내어준 부인의 그 숭고한 희생을! 내 어찌 죽어 백골이 된들 잊을 수 있겠소! 얇은 적삼 하나만 걸치고 밤새 먼지 구덩이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덜덜 떨며 추위를 견디던 부인의 그 아름다운 모습은, 성인군자의 그 어떤 고결한 가르침보다 위대했소이다. 내 한양으로 돌아가자마자 궐에 들어 전하께 부인의 거룩하고 파격적인 선행을 엎드려 눈물로 낱낱이 아뢰었소. 이에 전하께서도 크나큰 감동의 눈물을 쏟으시며, 당장 백성의 귀감이 될 이 위대한 부인에게 나라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크고 영광스러운 상을 내리라 명하셨소이다!"
종친 대감은 곧이어 품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 비단으로 정교하게 싸인 묵직한 교지를 꺼내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그가 교지를 받들어 올리자, 마당을 에워싸고 있던 수백 명의 관군들이 일제히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어 땅에 이마를 조아렸습니다. 대감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엄숙하고 장엄한 목소리로 임금의 지엄한 어명이 담긴 교지를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명 체결이오! 모두 듣거라! 늙고 병들어 다 죽어가는 천한 걸인을 구하기 위해,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감내하기 힘든 추위와 훗날 겪게 될 세간의 무서운 오해마저 불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준 부인의 선행은 능히 하늘을 감동시키고 남음이 있다! 이는 조선 팔도 만백성의 훌륭한 귀감이 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다. 이에 과인은, 여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이자 품계인 정경부인(貞敬夫人)의 첩지를 부인에게 내리고, 평생토록 굶주림이나 추위 걱정 없이 만인을 넉넉히 거두며 덕을 베풀며 살 수 있도록 크나큰 재물과 전답을 하사하노라!"
낭독이 끝나는 순간, 웅장하게 울리던 행렬의 바람 소리조차 멎은 듯 산골 마을 전체에 벅차고 거룩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정경부인. 그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영의정이나 좌의정 같은 최고 정승 반열에 오른 이의 정실부인이나 받을 수 있는, 여인으로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일품의 최고 벼슬이었습니다. 가난과 조롱 속에서 숨죽여 살아가던 이름 없는 산골의 젊고 처량한 과부가, 생명을 향한 숭고한 자비심 하나로 단하룻밤 만에 나라 전체가 우러러보는 정경부인의 자리에 오르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과부는 벅차오르는 감격과 지난날의 억울함이 뒤섞인 뜨거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땅에 엎드린 채 하염없이 오열했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토록 미천하고 보잘것없는 여인에게 어찌 이리 과분한 은혜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6: 종친의 중매로 훌륭한 대신과 재혼하여
임금의 은혜로운 교지가 내려지고 난 직후, 과부의 좁고 초라했던 앞마당 안으로는 한양 도성에서부터 수백 리를 끊임없이 이어져 온 수십 바리의 진귀한 하사품들이 산더미처럼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눈을 부시게 하는 최고급 명주와 비단 백 필이 마당을 가득 채웠고, 밤에도 환하게 빛을 발할 듯 반짝이는 은자 수천 냥이 담긴 묵직한 궤짝들이 줄지어 내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평생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고살아도 자자손손 풍족하게 남을 만큼 광활한 인근 고을 수만 평의 기름진 전답을 모두 과부의 소유로 인정한다는 관아의 붉은 도장이 찍힌 토지 문서들이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푼돈을 벌기 위해 밤새 삯바느질로 연명하던 과부의 고단한 삶이, 하루아침에 조선 팔도 제일의 부호이자 만인이 고개를 숙이는 고귀한 정경부인으로 뒤바뀌는 경이로운 인생 역전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벼락처럼 쏟아진 막대한 부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칭송 앞에서도, 정경부인이 된 그녀의 올곧고 자비로운 마음가짐은 티끌만큼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바쳐진 화려한 비단옷과 값비싼 패물들을 걸치며 호의호식하는 대신, 하사받은 수만 평의 전답 한가운데에 크고 넓은 구휼소를 세웠습니다. 오갈 데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고아들과 늙고 병들어 버려진 노인들을 거두어들여 따뜻한 잠자리와 밥을 제공했습니다. 한때 그녀에게 더러운 욕설을 퍼부었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크나큰 죄악에도 불구하고 원한 한 점 없이 온 마을을 보듬어 안는 그녀의 한결같은 자비에 통곡하며 사죄했고, 어느덧 산골 마을 전체가 서로를 제 몸처럼 돕는 따뜻한 공동체로 아름답게 변모해 갔습니다.
이듬해 봄, 부인의 위대한 덕행에 깊이 탄복하여 그녀를 잊지 못하던 종친 대감이 다시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대감은 부인의 흔들림 없는 성품과 깊은 지혜에 다시 한번 감격하며, 홀로 외롭게 지내는 부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부인, 하늘이 내린 부인의 그 넓은 덕망과 따뜻한 심성을 내 어찌 산골짜기에 홀로 썩히게 두겠소. 실은 내게 친조카가 하나 있는데, 한양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곧은 성품의 젊은 대신이라오.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로 외로이 지내고 있는데, 내가 부인의 거룩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부인의 인품을 깊이 흠모하며 평생의 반려자로 모시고 싶다 간청을 하였소. 부디 이 늙은이의 간절한 청을 물리치지 말고 조카와 백년가약을 맺어주시오."
대감의 진심 어린 설득과 정성에 마음을 연 정경부인은, 며칠 뒤 한양에서 내려온 젊은 대신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대신은 벼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겸손하고 학식이 깊은 훌륭한 사내였습니다. 그는 부인의 빛나는 외모보다도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그녀의 아름답고 고결한 내면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깊이 사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축복 속에 혼례를 올렸고, 부인은 지난날의 모든 아픔과 외로움을 씻어내듯 듬직한 지아비의 품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여인의 행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부부의 금슬은 꿀처럼 달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쁘고 건강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두 사람은 하사받은 막대한 재산을 바탕으로 평생토록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친자식처럼 돌보며 선정을 베풀었습니다. 엄동설한 단칸방에서 벌어졌던, 이름 없는 젊고 가난한 과부의 남사스럽고도 위대했던 파격적인 나눔. 제 속곳마저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기꺼이 벗어주었던 그녀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결국 훌륭한 지아비와의 백년해로라는 커다란 축복으로 돌아왔습니다. 만인의 굶주림과 추위를 달래주는 진정한 백성의 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된 두 부부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처럼 우리네 가슴속에 향기롭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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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죽어가는 걸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속곳마저 내어준 과부의 파격적인 선행, 어떻게 들으셨나요? 세상의 비웃음 속에서도 생명을 지켜낸 그녀의 거룩한 양심은, 결국 정경부인이라는 영예와 훌륭한 지아비와의 백년해로라는 아름다운 기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건넨 따뜻한 손길 한 번이 누군가에겐 생명을 싹틔우는 위대한 기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가슴 깊은 감동을 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꼭 부탁드리며, 다음 시간에도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