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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노파를 외면한 선비, 단 한밤의 기이한 꿈에서 모든 업보를 깨닫다 — 『청구야담』 선비의 회심록
조선시대 민담·야담 기반 떡상 노려볼 유튜브 타이틀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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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에구머니나! 세상에 저런 모진 놈이 다 있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기막힌 이야기가 왔습니다. 글공부만 하느라 인정머리는 쏙 빠진 깐깐한 선비가, 굶어 죽어가는 노파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다지 뭡니까. 그런데 그날 밤, 이 선비가 꿈속에서 아주 혼쭐이 납니다. 단 하룻밤 꿈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힌 기이하고도 통쾌한 사연! 귀 쫑긋 세우고 들어보시지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청구야담』에 기록된 기이하고도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흉년이 들어 인심마저 흉흉하던 조선 시대, 배고픔에 쓰러진 노파를 차갑게 외면한 한 선비가 있습니다. 그는 그날 밤, 꿈속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단 하룻밤의 꿈을 통해 진정한 '사람의 도리'를 깨닫고 회심하게 되는 과정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냅니다. 오늘 밤, 가슴 뜨거운 감동과 깊은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 흉년의 참상과 깐깐한 선비 '김 진사'의 등장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그때 그 시절, 조선 땅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노했는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논바닥은 거북이 등딱지처럼 쩍쩍 갈라지고, 강물은 말라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지요. 산에 들에 풀뿌리란 풀뿌리는 죄다 캐 먹어서 산토끼도 굶어 죽을 판이니, 사람은 오죽했겠습니까. 길거리에는 굶주려 눈이 퀭한 사람들이 비틀비틀 걸어 다니고, 여기저기서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하는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더랬습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당장 내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남 사정 봐줄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제 살길 찾느라 눈에 독기가 서려 있었지요. 참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모진 세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난리 통에도 끄떡없는 양반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저 고개 너머 기와집에 사는 ‘김 진사’라는 선비였습니다. 이 양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집안에 돈은 좀 있어서 굶을 걱정은 없는데, 성미가 아주 고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지요. 평생 방구석에 앉아서 공자 왈, 맹자 왈, 글만 읽어서 그런지,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르고 그저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머리에는 반듯하게 다림질한 갓을 쓰고, 몸에는 하얀 도포 자락 휘날리며 뒷짐 지고 ‘에헴!’ 하고 걸어 다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깐깐하고 매서운지 동네 개들도 김 진사만 나타나면 꼬리를 내리고 도망갈 정도였다니까요.
어느 날, 이 김 진사가 한양에 볼일이 있어 길을 나섰습니다. 흉년이라 길가에 거지들이 득실거리는데, 이 양반 하는 꼴 좀 보소. 거지들이 손 좀 벌릴라치면, 더러운 거라도 본 듯이 인상을 확 구기면서 도포 자락을 탁탁 털어내며 피해 가는 겁니다. "어허! 어디 감히 양반 앞을 가로막는고! 네놈들이 게을러터져서 빌어먹는 것을, 왜 나한테 손을 벌려!" 하면서 호통을 치기 일쑤였지요. 쯧쯧, 배고픈 사람 심정을 손톱만큼이라도 알았다면 저런 소리가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자기만 옳고, 자기만 깨끗한 줄 아는,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런 위인이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김 진사는 허기도 지고 다리도 아파서 주막이나 찾아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저 멀리 고갯마루에 주막 불빛이 가물가물 보이는데, 그 앞길가에 웬 허름한 누더기를 걸친 노파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 죽어가는 몰골을 하고 길바닥에 엎드려 신음 소리를 내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아이고, 무슨 일이시오?" 하고 들여다보기라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김 진사가 누굽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그 양반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아주 못된 쪽으로 말입니다.
(목소리를 낮추어 혀를 차며) 에휴, 저런, 저런. 김 진사는 쓰러진 노파를 보고 멈칫하더니, 이내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립니다. 마치 길가에 죽은 짐승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지요. "에잉, 재수 없게시리. 하필이면 주막 앞에서 저러고 있을 게 뭐람. 부정 타겠네, 부정 타겠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노파를 피해 홱 돌아가려는데, 노파가 그 인기척을 들었나 봅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김 진사 발치로 내밀지 뭡니까.
"나으리...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습니다... 제발... 밥 한 술만... 아니, 뜨거운 숭늉이라도 한 모금만 적시게 해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나으리..."
노파의 목소리는 모기 소리만큼이나 작고 떨렸습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그 애처로운 모습에, 돌부처도 돌아앉을 판이었지요. 자, 과연 천하의 꼬장꼬장한 선비, 김 진사는 이 노파를 어찌 대했을까요?
※ 주막 앞 쓰러진 노파와 김 진사의 매정한 외면
아이고, 제가 이 대목을 이야기하려니 벌써부터 가슴이 꽉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요. 여러분도 들으시면 아마 주먹이 불끈 쥐어지실 겁니다. 그 불쌍한 노파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숭늉 한 모금만 달라고 애원을 했잖습니까? 그런데 이 김 진사라는 작자가 글쎄,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노파가 내민 그 앙상한 손이 자기 도포 자락에 스치기라도 할까 봐 기겁을 하면서, 펄쩍 뒤로 물러서는 겁니다. 그러고는 지팡이로 땅바닥을 탁! 치면서 호통을 치는데, 아주 귀청이 떨어질 뻔했습니다.
"네 이년! 어디다 대고 감히 더러운 손을 놀리느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거지 행색을 하고 길을 막아! 내 옷에 네깟 년의 때라도 묻으면 어쩔 뻔했느냐 말이다!"
세상에, 밥을 달라는 사람한테 밥은커녕 욕지거리를 퍼붓는 겁니다. 노파는 김 진사의 서슬 퍼런 호통에 깜짝 놀라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간절하게 매달렸습니다.
"나으리...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나으리를 못 알아봤습니다요... 하지만 나으리... 사흘을 굶었습니다... 이 늙은이 한 번만 살려주시면, 죽어서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요... 제발... 으흐흑..."
노파가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울먹이는데, 김 진사는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오히려 더 기세등등해져서 훈계까지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허어! 듣기 싫다! 사흘을 굶었으면 네 죄지, 왜 나한테 와서 행패야? 젊었을 때 게으름 피우고 흥청망청 살았으니, 늙어서 그 꼴을 당하는 거 아니냐! 하늘이 내린 벌이니 달게 받아라! 어디서 동정심을 구걸하려고 들어! 당장 저리 비키지 못해!"
아니, 자기가 언제 봤다고 노파의 젊은 시절을 안답니까? 글공부했다는 양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지요. 김 진사는 그렇게 독설을 퍼붓고는, 노파가 쓰러져 있는 옆을 홱 지나쳐 주막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주모를 불러 아주 거드름을 피우며 주문을 합니다.
"주모! 여기 국밥 한 그릇 말아오고, 탁주도 한 사발 가져오너라! 반찬도 넉넉히 내오고! 에잉, 들어오다가 재수 없는 꼴을 봐서 입맛이 다 떨어질 지경이네!"
주막 안은 따뜻했고, 김 진사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밥과 먹음직스러운 술상이 차려졌습니다. 김 진사는 숟가락으로 국밥을 푹푹 떠서 입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어 삼켰지요. 깍두기도 아작아작 씹어 먹고, 탁주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꺼억~" 하고 트림까지 해가면서, 배부르고 등 따시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 시각, 주막 문밖 차가운 흙바닥에서는 그 노파가 여전히 쓰러져 있었습니다. 주막 안에서 새어 나오는 국밥 냄새와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며, 노파는 식어가는 몸을 웅크린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겠지요. 주막 안의 그 풍요로움과 주막 밖의 그 처참함이 어찌나 대조적인지, 하늘에 달님도 차마 못 보겠는지 구름 뒤로 숨어버린, 그런 비정한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배를 두드리며 생각했습니다. '흥,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다 자기 복이지. 나는 조상님 잘 모시고 글공부 열심히 해서 이렇게 잘 먹고 잘사는 거 아닌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김 진사는 따뜻한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 잠이 과연 편안한 잠이었을까요? 사람이 죄를 짓고는 못 사는 법입니다. 그날 밤, 김 진사의 꿈속으로 아주 무시무시한 손님이 찾아오게 되는데... 자, 다음 이야기는 잠시 숨 좀 고르고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이한 꿈의 시작, 저승사자와 염라대왕 앞의 심판
어르신들, 사람이 잠이 들면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말 들어보셨지요? 김 진사가 국밥 배불리 먹고 뜨끈한 방바닥에 등 지지며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영 뒤숭숭합니다. 어디선가 '스르릉, 스르릉' 쇠사슬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닥치는 겁니다. 김 진사가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았는데, 아이고 세상에! 눈앞에 저승사자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키는 팔 척 장신에,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고, 눈은 시뻘건 숯불처럼 이글거리는데, 입에는 시커먼 갓을 눌러쓰고 손에는 굵은 쇠사슬을 감고 있으니, 그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리고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요. 김 진사가 기겁을 해서 "느, 누구시오! 남의 방에 함부로..." 하고 말을 더듬는데, 저승사자가 대꾸도 없이 쇠사슬을 휘릭 던져서 김 진사의 목을 챘습니다. 그러고는 "김 진사, 네 이놈! 염라대왕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어서 가자!" 하고는 질질 끌고 가는 겁니다.
김 진사는 "아이고, 사람 살려! 나 아직 죽을 때가 안 됐소! 이거 놓으시오!" 하고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지요. 저승사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그 유명한 저승길! 산 사람들은 절대 갈 수 없는 그 황천길을 걸어가는데, 사방이 어둑어둑하고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게 이승과는 딴판이었습니다. 길 양옆으로는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고, 어디선가 죄지은 영혼들의 "아이고, 뜨거워! 아이고, 추워!"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와서 김 진사는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니까요.
한참을 끌려가니 드디어 저승 시왕(十王) 중 우두머리인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염라국에 도착했습니다. 그 으리으리하고 위엄 있는 궁궐 안으로 끌려 들어가니, 염라대왕이 시뻘건 용포를 입고 호랑이 같은 눈을 부릅뜨고 옥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도깨비같이 생긴 지옥의 옥졸들이 창을 들고 서 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지요. 김 진사는 그 서슬 퍼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바닥에 넙죽 엎드려서 "대, 대왕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리로 끌고 오셨습니까요?" 하고 벌벌 떨며 빌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꽝!' 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습니다. "네 이놈, 김 진사!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평생 글공부한다는 놈이 어찌 그리 인정머리가 없느냐! 오늘 주막 앞에서 굶어 죽어가는 노파를 보고도 모른 척하고, 오히려 욕을 퍼붓고 발길질까지 하려 했다지? 네 놈이 정녕 사람이더냐, 짐승이더냐!"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천둥 치는 소리 같아서, 김 진사는 귀를 막고 엎드려 "아이고, 대왕님, 그것이 아니오라... 그 노파가 워낙 더럽고 냄새가 나서..." 하고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염라대왕이 기가 차다는 듯이 껄껄 웃더니 말했습니다. "허허, 저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네놈 눈에는 그 노파가 그저 더러운 거지로만 보였더냐? 네놈이 전생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오늘 내가 아주 똑똑히 보여주마! 여봐라, 업경대(業鏡臺)를 대령하라!"
※ 업경대(業鏡臺)에 비친 전생의 악연과 인과
여러분, '업경대'라고 들어보셨지요? 사람이 살면서 지은 모든 죄가 거울처럼 훤히 비친다는, 저승의 보물 중의 보물 아닙니까. 옥졸들이 커다란 거울을 김 진사 앞에 턱 하니 갖다 놓았습니다. 거울은 처음에는 뿌옇더니, 이내 오색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김 진사의 전생을 영화처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김 진사는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지만, 염라대왕이 "눈을 뜨고 똑똑히 보아라!" 하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억지로 눈을 떠야 했지요.
거울 속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김 진사는 전생에 어느 부잣집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란 철없는 도련님이었습니다.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살았지만, 성미가 아주 포악하고 이기적이었지요. 하인들을 짐승 부리듯 대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채찍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철없는 도련님이 친구들과 사냥을 나갔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해는 저물고 산짐승 울음소리는 들려오고, 배는 고프고 날은 춥고... 덜덜 떨며 산속을 헤매다가 저 멀리 불빛이 보이는 오두막집을 발견했습니다. 도련님은 살았다 싶어 허겁지겁 달려가 문을 두드렸지요. 그 집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흉년이라 먹을 것도 없이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는데, 웬 낯선 도련님이 찾아와서 밥을 달라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겠지요.
하지만 마음씨 착한 노부부는 자신들이 먹으려고 아껴두었던, 며칠을 굶어 겨우 구한 보리쌀 한 줌으로 죽을 쑤어 도련님에게 대접했습니다. 도련님은 그 죽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는,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에잉, 죽이 왜 이렇게 묽어? 반찬도 하나 없고!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걸 먹여?" 하면서 투덜거리는 겁니다. 노부부는 그래도 도련님이 추울까 봐 자신들이 덮던 낡은 이불까지 내어주며 아랫목에 재워주었지요.
그런데 이 못된 도련님이 다음 날 아침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잠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노부부에게 인사는 안 하고, 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노부부가 애지중지 아끼는 낡은 호리병 하나를 발견한 겁니다. 그 호리병은 노부부의 돌아가신 아들이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는데, 도련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재밌어 보였나 봅니다. 도련님은 그 호리병을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노부부가 안 된다고, 이건 우리 아들 분신과도 같은 거라고 사정을 했지만, 도련님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급기야 화가 난 도련님은 그 호리병을 뺏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깨뜨려버리고는, "에이, 재수 없어! 다 늙은이들이 무슨 보물단지라도 되는 줄 아나!" 하면서 욕을 퍼붓고는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업경대 속에서 노부부는 깨진 호리병 조각을 부여잡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며, 꿈속의 김 진사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고, 저런 천하의 몹쓸 놈을 봤나!"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그 노부부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겁니다. 아! 그 할머니는 바로 오늘 주막 앞에서 자기가 외면했던 그 노파였고, 그 할아버지는... 아니, 그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의 얼굴과 똑 닮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염라대왕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았느냐! 전생에 네가 저지른 그 악행을! 너를 살려준 은인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고,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죄! 그 업보가 돌고 돌아 오늘 너에게 다시 찾아온 것이다! 저 노파는 전생에 너에게 밥을 주고 잠자리를 내어준 그 할머니요, 네 아버지는 전생에 네가 그토록 무시했던 그 할아버지이니라. 네놈이 오늘 그 노파를 외면한 것은, 전생에 네가 받은 은혜를 또다시 저버린 것과 다름없느니라!"
김 진사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닫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대왕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전생의 저런 못된 놈이 바로 저였다니! 제가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할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요!"
※ 노파가 베푼 은혜와 김 진사가 저지른 죄
김 진사가 업경대 앞에서 바닥에 머리를 쾅쾅 찧으며 "아이고, 제가 죽일 놈입니다!" 하고 울부짖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처절한지 옆에 있던 저승 차사들도 고개를 돌릴 지경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이 한참 동안 그 꼴을 내려다보시더니,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여셨습니다. 그 목소리가 아까처럼 우레 같지는 않았지만, 훨씬 더 무겁고 서늘하게 가슴을 파고들었지요.
"듣거라, 김 진사. 네놈이 전생에 저지른 죄는 마땅히 지옥 불에 떨어져 수천 년을 고통받아도 시원찮을 큰 죄였다. 은혜를 원수로 갚고, 가난한 자의 유일한 희망을 짓밟았으니 그 죄가 오죽 무겁겠느냐. 그런데도 네놈이 전생에 그 즉시 벌을 받지 않고, 이번 생에 다시 양반집 자식으로 태어나 호의호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
김 진사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염라대왕이 말을 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네가 그토록 무시했던 그 노부부의 넓은 아량 덕분이었다. 네가 호리병을 깨고 도망친 날 밤, 그 노부부는 깨진 조각을 부여잡고 울면서도 하늘에 빌었다. '저 철없는 도련님을 용서해주십시오. 배가 고프고 추워서 잠시 나쁜 마음을 먹었을 뿐일 겁니다. 부디 저 도련님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하고 말이다. 그 갸륵한 기도가 하늘에 닿아 네놈의 죄를 잠시 덮어주었던 것이다."
아이고, 어르신들. 세상에 이런 분들이 어디 있습니까. 자기 자식 유품을 깬 원수 같은 놈을 위해 기도를 해주다니요. 김 진사는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할머니... 아이고, 아버지..."
염라대왕이 다시 서슬 퍼런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그런데! 너는 이번 생에 그 은혜를 갚을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다! 전생의 업보로 인해 곤궁에 처한 그 노파가, 네 눈앞에 나타나 살려달라고 애원했거늘! 너는 또다시 그 손을 뿌리치고 모욕을 주었어! 전생에 그 노부부가 너에게 베푼 보리죽 한 그릇의 값어치가, 네놈이 오늘 주막에서 처먹은 국밥 백 그릇보다 더 귀한 것임을 왜 모른단 말이냐!"
염라대왕의 눈에서 시뻘건 불꽃이 튀었습니다. "네 아버지가, 그리고 저 노파가 전생에 너를 용서했던 그 공덕도 이제는 다했다. 오늘 밤, 네가 저지른 그 매몰찬 행동이 네 운명의 마지막 기회를 닫아버린 것이다.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저승에서 가장 뜨거운 화탕지옥(火湯地獄)에 처넣어라!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하게 하리라!"
지옥의 옥졸들이 "예!" 하고 대답하며 시커먼 창을 들고 김 진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김 진사는 "안 됩니다! 대왕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이대로 죽으면 그 노파에게 진 빚을 영영 갚을 수가 없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하고 발악을 했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옥졸들을 멈추게 하고는, 김 진사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습니다.
"좋다. 내 마지막으로 딱 한 번의 기회를 주마. 지금 당장 이승으로 돌아가 그 노파를 살려내라. 만약 네가 돌아갔을 때 노파가 이미 숨을 거두었다면, 너는 그 즉시 이곳으로 끌려와 영원히 지옥 불에서 타오르게 될 것이다. 명심해라! 네 목숨은 그 노파의 목숨에 달려 있느니라! 당장 꺼져라!"
염라대왕의 불호령과 함께, 김 진사의 발밑이 푹 꺼지면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으아악!"
※ 꿈에서 깬 김 진사의 참회와 노파를 찾아 나선 길
"허억! 허억!"
김 진사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방망이질을 해댔지요. 두리번거려보니 익숙한 주막 방안이었습니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 아까 먹다 남은 술상과 따뜻한 아랫목이 그대로였습니다. "꿈... 꿈이었나?" 김 진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습니다. 저승사자의 쇠사슬은 없었지만, 그 차가운 감촉은 여전히 생생했습니다.
꿈이었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습니다. 염라대왕의 불호령이 귓가에 쟁쟁하게 울렸습니다. '네 목숨은 그 노파의 목숨에 달려 있느니라!' 김 진사는 벽에 걸린 자신의 도포를 바라보았습니다. 아까 노파가 만질까 봐 기겁을 했던 그 하얀 도포가, 지금은 마치 수의(壽衣)처럼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내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구나!" 김 진사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생의 아버지 얼굴과 노파의 얼굴이 겹쳐 보이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 노파! 그 할머니를 살려야 해!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김 진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는 상 위에 남아있던 식은 국밥 덩어리와 주먹밥을 허겁지겁 챙겨 들고, 봇짐에서 주섬주섬 엽전 꾸러미를 꺼내 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버선발로 방문을 박차고 나갔지요.
주막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미친 사람처럼 주막 앞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아까 노파가 쓰러져 있던 바로 그 자리! 그런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노파가 있던 자리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고, 바닥을 긁은 듯한 손톱자국과 핏자국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보시오! 할머니! 어디 가셨소! 제발 대답 좀 해보시오!"
김 진사는 목이 터져라 노파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뿐이었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 벌써 돌아가신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살려야 해!' 김 진사는 횃불을 빌려 들고 미친 듯이 주위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핏자국이 이어진 방향을 따라, 가시덤불을 헤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반듯했던 갓은 벗겨져 나뒹굴고, 깨끗했던 도포는 흙투성이가 되고 찢겨 나갔지만, 김 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 노파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뿐이었지요.
동네 어귀를 지나고, 논두렁을 넘고, 한참을 헤매다 보니 저 멀리 무너져가는 다 다 쓰러져가는 상여집(시신을 두는 곳)이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아주 음산한 곳이었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진사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상여집 문짝은 반쯤 부서져 덜컹거리고, 안에서는퀴퀴한 냄새가 났습니다. 김 진사가 횃불을 들이밀며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보는데...
※ 재회와 용서,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김 진사의 삶
김 진사는 횃불을 던져버리고 와락 달려들어 노파를 끌어안았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정신 좀 차려보시오! 제가 왔습니다! 아까 그 못된 놈이 왔단 말이오!" 노파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숨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냘팠습니다. 김 진사는 품에 넣어온 주먹밥을 부스러뜨려 노파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으며 울부짖었습니다.
"제발... 제발 살아만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전생의 은혜도 모르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습니다. 이 못난 놈을 용서해주십시오, 할머니... 아니, 어머니!"
김 진사의 뜨거운 눈물이 노파의 얼어붙은 뺨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김 진사의 체온과 간절한 외침이 닿았는지, 노파가 힘겹게 눈꺼풀을 파르르 떨더니 아주 희미하게 눈을 떴습니다. 초점 없는 눈으로 김 진사를 한참 바라보던 노파가, 갈라진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으리...? 아까 그... 호통치시던... 나으리 아니십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 진사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그 천하의 몹쓸 놈이 접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눈이 멀어 귀한 분을 몰라봤습니다." 김 진사는 신고 있던 버선을 벗어 노파의 시린 발에 신겨주고, 입고 있던 비단 도포를 벗어 노파의 몸을 감싸주었습니다. 자기가 추운 줄도 몰랐지요. 그리고는 노파를 등에 업고 주막으로 내달렸습니다. "주모! 주모! 어서 뜨거운 물을 데우고, 미음을 끓여오너라! 사람부터 살려야겠다!"
그날 밤, 김 진사는 밤새도록 노파의 곁을 지키며 손발을 주무르고 미음을 떠먹였습니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덕분에, 다음 날 아침 노파는 기적처럼 기운을 차렸습니다. 노파는 따뜻한 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받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김 진사에게 절을 했습니다. "나으리, 이 늙은이 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까."
김 진사는 노파의 주름진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할머니. 은혜를 입은 건 접니다. 할머니 덕분에 제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시겠습니다. 부디 저와 함께 가시지요."
어르신들, 그 후로 김 진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십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양 가는 길을 포기하고 노파를 집으로 모셔와, 돌아가시는 날까지 친어머니 이상으로 극진히 봉양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흉년이 들어 마을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갈 때, 김 진사는 집안의 곳간을 활짝 열었습니다. "내 재물은 다 조상님과 이웃들 덕분이니, 마땅히 나누어야 한다!" 하며 가지고 있던 쌀과 돈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지요.
예전의 깐깐하고 인정머리 없던 김 진사는 온데간데없고, 늘 온화한 미소로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진짜 선비'가 된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저 양반이 귀신이 들렸나?" 하고 수군거렸지만, 나중에는 김 진사의 진심을 알고 모두가 그를 존경하며 따르게 되었답니다. 김 진사는 평생 글만 읽어서는 알 수 없었던 참된 도리를, 단 하룻밤의 꿈과 한 노파와의 만남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지요.
유튜브 엔딩 멘트
어르신들, 오늘 '선비의 회심록' 재미있게 들으셨는지요? 굶주린 노파를 외면했던 김 진사가, 꿈속에서 전생의 업보를 깨닫고 개과천선하는 모습! 참으로 통쾌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네 인생사도 이와 다르지 않겠지요. 지금 내가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먼 훗날 어떤 큰 복으로 돌아올지, 또 내가 무심코 저지른 잘못 하나가 어떤 무거운 업보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 주변에 힘든 이웃이 있다면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내 삶을 귀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저는 다음에 더 맛깔나는 이야기 보따리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