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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끊어버린 노승의 마지막 선물 , 바가지에 숨겨진 복의 비밀 『천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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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약 400자):
"어르신들, 살다 보면 '내 팔자는 왜 이럴까' 싶을 때가 있으시지요? 여기 평안도 땅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한 서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비바람을 피해 들어온 노승이 고맙다며 툭 던져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구멍이 숭숭 뚫린 낡은 바가지 하나였습니다. '아니, 먹을 걸 줘도 모자랄 판에 이딴 쓰레기를 주나?' 싶었겠지만, 이게 웬걸요? 이 바가지가 보통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신비한 바가지의 정체,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놀라운 복의 비밀! 오늘 그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오늘 밤, 여러분의 꿈속에도 이 복 바가지가 찾아갈지도 모릅니다."
디스크립션 (약 300자):
조선 시대 기이한 이야기의 보고, 『천예록』에 기록된 평안도의 신비한 야담을 극화했습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선함을 잃지 않았던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노승으로부터 받은 '낡은 바가지'. 그 낡은 물건이 어떻게 복을 부르는 신물이 되었는지,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불러오는 결과는 무엇인지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시니어 시청자 여러분의 향수를 자극하고 인생의 깊은 지혜를 전하는 감동적인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 평안도 산골, 가난에 찌든 김 선비의 눈물겨운 일상
자, 어르신들. 옛날 저 평안도 깊은 산골에 살던 김 선비네 집으로 한 번 가보십시다. 말이 좋아 선비지, 이 집 형편을 보면 지나가던 개도 눈물을 훔치고 갈 판이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살을 에듯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이었지요. 김 선비는 벌써 사흘째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신 채 냉골방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뱃속에서는 "쪼르륵, 꼬르륵" 소리가 마치 전쟁터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데, 정작 부엌에는 쥐 새끼 한 마리 갉아먹을 쌀 한 톨이 없었지요.
김 선비는 시린 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고는 벽에 걸린 낡은 갓을 쳐다보았습니다. "허허, 선비가 글만 읽어서는 식구들 배를 못 채운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로구나." 그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린 문틈으로 칼바람이 사정없이 들이닥쳤지요. 마당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었고, 지붕 위 볏짚은 삭아서 너덜너덜하게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옆방에서는 기운이 없어 누워 있는 아내의 힘없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김 선비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요. 그는 신발 끈을 고쳐 매었습니다. 짚신은 이미 다 해져서 발가락이 삐죽 나와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여보, 내 마을에 가서 뭐라도 좀 구해오겠소.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구려." 아내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는지 가늘게 숨만 내쉬었습니다. 김 선비는 문지방을 넘으며 아내의 뒷모습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동네 어귀로 향했습니다. 눈 덮인 산길을 내려가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 몇 번이나 고꾸라질 뻔했는지 모릅니다. 마을 부잣집 앞을 지나가는데 집 안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담장 너머로 솔솔 풍겨 나왔습니다. 김 선비는 그 냄새에 눈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선비의 체통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구걸 한 번 못 한 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눈을 헤치고 칡뿌리라도 캐볼 심산이었지요.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땅은 마치 바위처럼 단단했습니다. 부러진 나뭇가지로 땅을 파보지만 손톱 밑에는 흙먼지만 끼고 피가 맺힐 뿐이었습니다. "하늘이시여, 정녕 저와 제 아내를 이 산골짝에서 굶겨 죽이시려는 것입니까!" 김 선비는 하늘을 우러러 통곡했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다 이내 얼음덩이가 되어 떨어졌습니다. 산새들도 배고픈 김 선비의 마음을 아는지 슬피 울며 날아갔지요. 한참을 그렇게 산속을 헤매던 김 선비는 결국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는 뉘엿뉘엿 지고 먹구름이 심상치 않게 몰려오더니 갑자기 "우르릉 쾅쾅" 하고 하늘이 노한 듯 천둥이 치기 시작했습니다. 김 선비는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겨우 집 마당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 폭풍우 치는 밤, 기력을 잃고 쓰러진 노승과의 운명적 만남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겨울에 내리는 비치고는 어찌나 독하고 차가운지, 뼈마디가 시리다 못해 끊어지는 것 같았지요. 김 선비는 쫄딱 젖은 몸으로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대문간 구석에 웬 검은 물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저게 무엇인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머리가 매끈하게 깎인 노승 한 분이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노승의 승복은 이미 흙탕물 범벅이었고,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이 창백했습니다.
김 선비는 자기도 배고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사람을 그냥 둘 수는 없었지요. "이보시오! 대사님! 정신 좀 차려보시오!" 그는 노승을 흔들어 깨웠지만, 노승은 그저 가느다란 신음만 낼 뿐이었습니다. 김 선비는 죽을힘을 다해 노승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우고 방 안으로 질질 끌다시피 모셔 들였습니다. 방바닥은 차디찬 냉골이었지만 비바람이라도 피해야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내는 깜짝 놀라 일어났습니다. "여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이분은 누구시고요?" 김 선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나도 모르오. 문 앞에 쓰러져 계신 걸 그냥 둘 수 없어 데려왔소. 냉큼 마른 옷가지라도 좀 가져오구려."
아내는 제 몸 누일 기운도 없으면서 서둘러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해진 옷을 꺼내왔습니다. 김 선비는 마지막 남은 땔감 세 토막을 보며 갈등에 빠졌습니다. "이 땔감은 내일 아침 우리 아내 죽이라도 끓여줄 마지막 연료인데..." 하지만 노승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김 선비는 결심한 듯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사람부터 살려야지, 죽은 귀신이 쌀 밥 먹어 무엇하랴." 불길이 타오르자 방안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 선비는 노승의 손발을 정성껏 주물러 주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노승이 "음..."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서서히 눈을 떴습니다.
노승의 눈동자는 깊고 맑았습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 집의 가난한 형편과 김 선비 부부의 초췌한 얼굴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소승이... 폐를 끼쳤구려. 이 가난한 집에 들어와 마지막 온기까지 뺏은 것 같아 송구합니다." 노승의 목소리는 비록 작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김 선비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닙니다, 대사님. 사람 목숨 살리는 게 제일이지요. 대접해 드릴 것이라고는 이 찬 바람 막아줄 벽밖에 없으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노승은 아무 말 없이 김 선비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은 고맙다는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있었지요. 그날 밤, 세 사람은 배고픔과 추위를 서로의 온기로 견디며 길고 긴 겨울밤을 지새웠습니다.
※ 노승이 건넨 작별 선물, 냄새나고 낡은 '구멍 난 바가지'
다음 날 아침, 빗소리가 멎고 창문 너머로 밝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노승은 김 선비의 정성 어린 간호 덕분에 기력을 꽤 회복한 듯 보였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성스럽게 가사 장삼을 정돈하고는 김 선비 부부에게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두 분의 자비로운 마음이 소승의 끊어질 뻔한 명줄을 이어주셨습니다. 이 은혜는 부처님께서도 굽어살피실 것입니다." 김 선비는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별말씀을요. 대사님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노승은 이제 떠날 채비를 하며 낡은 걸망을 뒤적였습니다. 김 선비는 속으로 내심 기대가 되었지요. '혹시 비단 주머니에서 금덩이라도 하나 꺼내주시려나? 아니면 신비한 약이라도?' 그런데 노승이 꺼내놓은 물건을 본 김 선비와 아내는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금덩어리도, 은덩어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주 오래되어 시커멓게 때가 타고, 심지어 옆구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제 기능도 못 할 것 같은 낡은 나무 바가지 하나였습니다. 바가지에서는 쿰쿰한 나무 썩은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지요.
"이것을 가져가십시오. 선비님께 드리는 제 작은 성의입니다." 노승은 그 바가지를 김 선비의 두 손 위에 경건하게 올려두었습니다. 김 선비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대... 대사님, 이건 너무 낡아서 쓸모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노승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보기에 흉하다고 해서 속까지 흉한 것은 아닙니다. 이 바가지는 『천예록』에 전해 내려오는 비기 중 하나로, 마음을 비운 자에게는 세상의 모든 복을 담아주는 신물이지요.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이 바가지에 탐욕을 담으려 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요, 오직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비워둘 때만 그 진정한 힘이 나타날 것입니다."
노승은 그 묘한 말을 남기고는 안개처럼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김 선비는 손에 든 바가지를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지요. "에구, 우리 팔자가 그렇지요. 사람을 살려놨더니 고작 쓰레기를 선물로 주다니요. 저런 건 아궁이에 넣고 불이나 지피는 게 낫겠어요." 아내는 바가지를 뺏어 밖으로 던져버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김 선비는 이상하게도 노승의 마지막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잠깐만요, 여보. 대사님이 그냥 주신 물건은 아닐 거요. 냄새가 나면 좀 닦으면 되지 않겠소."
김 선비는 우물가로 나가 바가지를 정성스럽게 씻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씻으면 씻을수록 시커먼 때는 사라지고 바가지에서 은은한 향나무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구멍 난 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었지만, 그 가장자리가 마치 금테를 두른 듯 묘한 윤기가 돌았습니다. 김 선비는 그 바가지를 방 안에서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소중히 올려두었습니다. "그래, 우리 집 보물 1호라고 생각하자고." 김 선비는 아내를 다독였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배고픈 현실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저 낡은 바가지가 내일 아침, 자신들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을지를 말입니다.
※ 바가지에 담긴 첫 번째 기적: 쌀 한 톨이 이룬 만석꾼의 시작
노승이 떠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김 선비네 집 부엌 사정은 여전히 찬 바람만 쌩쌩 불었지요. 아내는 배가 고파 아예 일어날 기운도 없이 자리에 누워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여보... 이제 정말 끝인가 봅니다. 저승사자가 문밖에 와 있는 것 같아요." 김 선비는 아내의 마른 손을 꼭 잡으며 가슴을 쳤습니다. "조금만 참으시오. 내가 다시 산에 가서 뭐라도 찾아보겠소." 김 선비는 일어서려다 선반 위에 놓인 그 낡은 바가지를 보았습니다. 어제 깨끗이 씻어 놓아 그런지, 희미한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것도 같았지요.
그때였습니다. 아내가 부엌 구석 바닥을 손톱으로 긁더니, 먼지 묻은 쌀 한 톨을 찾아냈습니다. "여보, 보세요... 쥐도 안 먹고 남겨둔 쌀 한 톨이 여기 있었네요." 아내는 그 쌀알 하나를 손바닥에 올리고는 허망하게 웃었습니다. "이걸로 누구 코에 붙이겠습니까. 그냥 대사님이 주신 그 바가지에나 던져버리세요. 우리 팔자가 이 쌀알 한 톨 같구려." 김 선비는 아내의 말대로 그 쌀알을 받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승의 말이 떠올랐지요. '비워둘 때 힘을 발휘한다.' 그는 홀린 듯 쌀알 한 톨을 그 낡고 구멍 숭숭 뚫린 바가지 안에 툭 던져 넣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바닥에 툭 떨어진 쌀알 하나가 갑자기 "파르르" 떨더니, 그 옆으로 똑같은 쌀알이 하나 더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 여보! 이것 좀 보시오!" 김 선비의 외침에 아내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더니, 순식간에 바가지 안에서 쌀알들이 샘솟듯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솨아아아!" 마치 냇가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가을바람에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바가지 옆구리에 뚫린 큰 구멍으로는 쌀알이 전혀 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구멍을 통해 하얀 안개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쌀을 더 빠르게 만들어냈지요. 순식간에 바가지는 쌀로 가득 찼고, 넘쳐흐른 쌀들이 방바닥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습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조화냐! 사람 살려!" 아내는 놀라 뒤로 나자빠졌지만, 눈앞에 쌓이는 것은 분명 향긋한 냄새가 나는 진짜 햅쌀이었습니다. 쌀더미는 금세 김 선비의 무릎을 채우고,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김 선비가 바가지를 번쩍 들어 뒤집자, 그제야 쌀의 행진이 멈췄습니다.
방 안은 온통 하얀 쌀로 가득 찼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볼을 꼬집어 보았지요. "꿈이 아니야! 여보, 이건 진짜 쌀이오!" 김 선비는 쌀더미 속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평생 처음으로 가마솥 가득 하얀 쌀밥을 지었습니다. 밥 냄새가 온 집안을 휘감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밥을 넘기지 못할 정도였지요. 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엽전 한 닢을 넣으면 엽전이 쏟아졌고, 콩 한 알을 넣으면 콩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가난뱅이 김 선비의 집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평안도에서 가장 신비로운 복을 받은 집이 되었습니다.
※ 마을에 퍼진 소문과 이웃들의 시기, 그리고 탐욕의 그림자
여러분,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겠습니까. 김 선비네 집 굴뚝에서 매일같이 구수한 밥 냄새가 진동하고, 다 쓰러져가던 담벼락이 새로 세워지니 동네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요. "이보게, 김 선비네 말이야. 산에서 산삼이라도 캤나 봐? 아니면 도깨비를 사위로 맞았나?"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의 입방아는 날이 갈수록 드세졌습니다. 김 선비는 본래 성품이 어질어, 쌀이 생길 때마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한 가마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고, 김 대감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며 절을 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자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흥, 지가 원래 우리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다고? 분명 무슨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게 틀림없어." 사람의 욕심이란 게 참으로 무섭고도 간사합니다. 주는 것을 고맙게 여기기보다, 남이 가진 큰 보물을 탐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마을 건너편에 사는 박 참판이라는 자는 욕심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박 참판은 이미 논밭이 수천 평이나 되는 부자였지만, 김 선비의 급작스러운 성공이 배가 아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박 참판은 어느 날 밤, 김 선비의 집 담장 너머를 몰래 훔쳐보았습니다. 마침 김 선비는 달빛 아래서 그 낡은 바가지를 닦으며 중얼거리고 있었지요. "고마운 보물아, 덕분에 우리 마을 배고픈 사람이 줄었구나. 내일도 부탁한다." 박 참판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저거구나! 저 더럽고 낡은 바가지가 바로 돈 나오는 화수분이었어!' 박 참판의 마음속에는 시커먼 탐욕의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었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마을의 이름난 건달 칠성이를 불렀습니다.
"칠성아, 네가 오늘 밤 김 선비네 집에 들어가 저 바가지를 가져오너라. 성공만 하면 내 논 다섯 마지기를 주마." 칠성이는 돈에 눈이 멀어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마을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속으로는 김 선비의 바가지를 노리는 수많은 눈길로 가득 찼습니다. 김 선비는 이런 기운을 느꼈는지 바가지를 벽장 깊숙한 곳에 숨겼지만, 이미 소문은 평안도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에게 김 선비의 선행은 그저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한 위선으로만 비칠 뿐이었지요. 어둠이 짙게 깔린 마을, 박 참판의 일그러진 미소 너머로 불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바가지를 훔치려던 도둑과 신물의 기이한 심판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그믐밤이었습니다. 칠성이는 얼굴에 복면을 쓰고 김 선비네 집 뒷담을 넘었습니다. 그는 마을에서 손꼽히는 도둑이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안방 앞으로 다가갔지요. "끼이익..."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걸고 칼끝으로 문종이를 뚫어 방 안을 살폈습니다. 방 한쪽 벽장에 숨겨진 바가지에서 은은한 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칠성이는 회재를 불렀습니다. '히히, 오늘만 지나면 나도 이제 지주님 소리를 듣겠구나!'
그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가 벽장을 열고 그 낡은 바가지를 덥석 잡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바가지를 잡은 칠성이의 손바닥이 지글지글 끓는 무쇠 솥에 닿은 듯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악!" 소리를 지르려던 칠성이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가지 구멍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쳐 나오더니, 연기 속에서 수만 마리의 벌 떼와 뱀들이 나타나 칠성이의 온몸을 칭칭 감고 쏘아대기 시작했습니다.
"으아악! 사람 살려! 도깨비다! 귀신이다!" 칠성이는 공포에 질려 방 안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바가지를 떼어놓으려 해도 손바닥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지요. 그 소란에 김 선비가 등잔불을 켜고 일어났습니다. "누구냐! 네 이놈, 어찌 감히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느냐!" 김 선비가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칠성이에게 다가가 바가지를 살짝 만지자, 그토록 뜨겁던 열기와 시커먼 환영들이 순식간에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바가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평범하고 낡은 나무 바가지로 돌아왔지요.
칠성이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듯 벌겋게 달아올라 바들바들 떨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 대감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박 참판이 시켜서 그랬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김 선비는 떨고 있는 칠성이를 보고는 분노 대신 깊은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아. 이 물건은 욕심으로 잡으려 하면 지옥의 불덩이가 되는 것을 왜 몰랐단 말이냐." 김 선비는 칠성이를 관가에 넘기는 대신, 그의 다친 손에 약을 발라주고 쌀 한 가마니를 지워 보냈습니다. "가서 이 쌀로 자식들 배나 채우게. 그리고 다시는 남의 것에 눈독 들이지 말게나."
칠성이는 눈물을 흘리며 물러갔지만, 이 소식을 들은 박 참판은 분해서 땅을 쳤습니다. "그까짓 도둑놈이 겁을 먹어 헛것을 본 게야! 내가 직접 가서 그 바가지를 뺏어오고 말 테다!" 박 참판의 눈은 이제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김 선비는 다시 벽장 문을 닫으며 생각했습니다. '노승의 경고가 이제야 실감이 나는구나. 이 복 바가지가 과연 우리에게 복일까, 아니면 재앙의 시작일까.' 김 선비의 한숨 섞인 기도가 깊어가는 밤을 수놓았습니다.
※ 수십 년 후, 큰 부자가 된 김 선비 앞에 다시 나타난 노승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들 하지요. 엊그제 같던 그 폭풍우 치던 밤, 그리고 낡은 바가지를 품에 안고 쌀 한 톨에 일희일비하던 그 시절로부터 어느덧 삼십 년이라는 긴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갔습니다. 평안도 산골의 이름 없던 가난한 김 선비는 이제 머리칼이 서리 맞은 것처럼 하얗게 센 노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예전의 궁상맞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잘 익은 가을 사과처럼 발그레하고 평온한 기운이 가득했지요. 사람들은 이제 그를 '김 선비'라 부르지 않고 '김 대감'이라 부르며 길에서 만나면 허리를 굽혀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는 바가지가 준 부를 결코 제 주머니에만 가두지 않았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누구나 배고플 때 퍼갈 수 있는 거대한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를 설치했고, 장마에 다리가 떠내려가면 관가보다 먼저 장정들을 사서 돌다리를 놓았습니다. 그의 집 벽장은 늘 비어 있는 법이 없었지만, 정작 김 대감 자신은 여전히 기워 입은 무명옷을 즐겨 입으며 소박하게 살았지요.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일렁이고, 집집마다 감나무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마을 전체가 풍요로움에 취해 있던 오후였습니다. 김 대감은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 멀리 사립문 밖에서 맑은 목탁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주님, 하룻밤 묵어갈 인연이 아직 남았습니까?"
김 대감은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삼십 년 전, 그 낡은 바가지를 건네주고 홀연히 사라졌던 노승의 목소리였거든요. 그는 신발을 짝짝이로 꿰신은 줄도 모르고 마당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대사님! 대사님 아니십니까!" 대문을 열어젖히니, 그곳에는 기이하게도 세월의 풍파를 전혀 겪지 않은 듯, 예전 모습 그대로의 노승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습니다. 노승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김 대감을 바라보았습니다. "허허, 선비님도 이제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으셨구려. 그간 바가지는 잘 보살피셨습니까?"
김 대감은 노승을 방 안으로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리고 벽장 가장 깊은 곳, 최고급 비단 자수로 겹겹이 싸두었던 그 낡은 바가지를 조심스럽게 꺼내왔습니다. 바가지는 삼십 년 전보다 더 시커멓고 낡아 보였지만, 그 주위에는 마치 아침 이슬이 햇빛을 받은 듯 영롱한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김 대감은 바가지를 노승 앞에 내려놓으며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대사님, 이 바가지 덕분에 수만 명의 목숨을 구했고, 저 또한 과분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 기력이 다해 가니, 이 신묘한 물건을 대사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손에 너무 오래 머물기에는 이 물건의 무게와 하늘의 복이 너무나 큽니다." 김 대감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눈빛은 욕망이 다 타버린 뒤의 맑은 숯불처럼 깨끗했습니다.
노승은 바가지를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선비님은 이 바가지에 무엇을 담으며 사셨습니까? 곡식입니까, 아니면 금은보화였습니까?" 김 대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배고픔을 면하려 쌀을 담았고, 그다음에는 집을 지으려 돈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진정으로 담아야 할 것은 쌀이 아니라 '사람의 시린 마음'이라는 것을요. 헐벗은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기운 없는 이의 등을 두드려주는 마음을 바가지에 담기 시작하자, 바가지는 비워도 비워도 다시 차올랐습니다. 대사님, 저는 이 바가지에서 복을 꺼낸 것이 아니라, 제 마음속의 욕심을 퍼냈던 것 같습니다." 노승은 그 말을 듣고 허허롭게 웃으며 김 대감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 손길은 따뜻한 봄볕 같았습니다.
※ 진정한 '복'의 의미를 깨달으며 남긴 마지막 유훈
노승은 김 대감이 건넨 바가지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가지 옆구리에 숭숭 뚫려 있던 그 못생긴 구멍들에서 갑자기 은은한 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빛은 방 안을 비추고, 마당을 지나 온 마을로 퍼져나갔습니다. "선비님, 이 바가지의 구멍이 왜 삼십 년 동안 메워지지 않았는지 아십니까?" 노승의 물음에 김 대감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구멍은 탐욕을 부리는 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 더러운 욕심이 밑으로 다 빠져나가게 하는 여과기였습니다. 하지만 선비님처럼 남을 위해 끊임없이 비우는 자에게는, 이 구멍이 오히려 세상의 고통을 빨아들이고 하늘의 복을 쏟아내는 신성한 통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바가지는 낡아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낡지 않았으니, 선비님은 진정한 신물의 주인이셨습니다." 노승은 말을 마치고는 김 대감과 함께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삼십 년 전 노승이 처음 왔을 때 심었던 어린 감나무가 이제는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노승은 지팡이로 감나무 뿌리 근처의 흙을 툭툭 쳤습니다. "이제 이 물건은 땅의 기운으로 돌아가 평안도 전체를 지키는 맥이 될 것입니다. 선비님이 심으신 자비의 씨앗들이 이미 만 리 밖까지 퍼졌으니, 이제 이 바가지라는 껍데기는 필요치 않습니다." 노승은 바가지를 땅속 깊이 묻었습니다. 그러자 감나무 잎들이 일제히 "쏴아아" 소리를 내며 춤을 추었고, 나무 끝에 매달린 감들이 금빛으로 변해 반짝였습니다.
그날 밤, 노승은 안개처럼 다시 산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김 대감은 그 뒷모습에 마지막 절을 올리고 방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김 대감은 자식들과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인자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얘들아, 그리고 내 소중한 이웃들아. 내가 죽거든 이 감나무 아래 묻어다오. 그리고 내 재산은 한 푼도 남기지 말고 마을의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써라.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 것은 벽장 속의 바가지가 아니라, 너희와 나누었던 밥 한 그릇의 온기였다. 복은 움켜쥐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지만, 손바닥을 펴면 온 세상이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김 대감은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깊은 명상에 잠긴 신선처럼 평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마을에는 때아닌 꽃향기가 진동했고 수천 마리의 새가 날아와 김 대감의 집 위를 선회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마을의 감나무는 유독 달고 탐스러워 '복 감나무'라 불립니다. 사람들은 힘들 때마다 그 나무 아래 앉아 김 대감의 이야기를 나누지요. 『천예록』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바가지는 지금 무엇을 담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혹시 구멍 난 바가지를 원망하며 남의 온전한 바가지만 시샘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비워야 채워지고, 나누어야 남는다는 이 간단한 진리를 우리 평안도 김 선비는 한평생을 바쳐 증명해 보였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이 신비한 복 바가지 하나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어르신들, 긴 이야기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늘 평안도 김 선비의 복 바가지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우리 인생사도 가만 보면 저 구멍 난 바가지랑 참 닮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좀 부족하고 헐거워도 그 틈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만 흘려보낸다면 그것이 진짜 만석꾼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어르신들의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면,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나가시기 전에 '구독'과 '좋아요' 잊지 않으셨지요? 여러분의 그 소중한 응원 한 번이 저 같은 이야기꾼에게는 노승이 준 바가지와 같은 보물입니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꼭 덮으시고, 오늘 밤에는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채 복 바가지 가득 담긴 기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번에도 여러분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재미난 야담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안히 주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