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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 아이, 복이 되어 돌아오다

    떠돌이 아이를 양자로 들인 중년부부의 인생 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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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여러분, 자식이 없는 설움이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한평생 농사지어 살림을 일군 노부부가, 환갑이 다 되도록 슬하에 자식 하나 보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마을 어귀에 거지꼴을 한 사내아이 하나가 굶주려 쓰러져 있었지요. 동네 사람들은 모두 "재수 없다" 하며 발길질을 했지만, 이 노부부만은 그 아이를 등에 업고 자기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미음 한 그릇을 떠 먹였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 거지 아이를 자기 친자식처럼 키우기로 한 그 한 번의 선택이, 훗날 어떻게 이 가난한 노부부의 쓸쓸한 말년을, 온 마을이 부러워하는 만복으로 바꾸어 놓는지. 지금부터 그 따뜻하고도 기막힌 인연의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함께 들어가 보시겠습니다.

    ※ 1: 자식 없이 늙어가는 중년 부부의 한숨, 텅 빈 사랑채의 쓸쓸함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이름하여 두메골. 그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초가삼간에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만석 어른과 그의 부인 옥분 아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만석 어른은 본래 천성이 부지런하고 후덕한 사람이었지요. 새벽이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마당의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해가 뜨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가, 해가 질 때까지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옥분 아씨 또한 비단결 같은 마음씨에 손도 야무져, 집안 살림은 누구네 집보다 정갈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지요. 마당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하고, 부엌에는 곡식 항아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으며, 동네 사람들이 빌리러 오는 그릇이나 됫박은 단 한 번도 거절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에게는 한 가지, 단 한 가지 채워지지 않는 큰 한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슬하에 자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지요.

    "여보, 또 한숨이오. 그만 잡수시고 들어가 쉬세요."

    저녁 밥상을 물리며 옥분 아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만석 어른은 마당 끄트머리에 앉아 그저 멍하니 저녁 하늘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하늘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까악 울며 지나갔지요.

    '어허… 내가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환갑이 다 되도록 자식 하나 못 봤단 말인가. 우리 두 늙은이 죽고 나면, 이 살림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제사는 누가 지내준단 말인가.'

    만석 어른의 주름진 눈가에 굵은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떨어졌습니다. 사실 두 사람도 젊었을 적에는 자식 욕심에 부처님 앞에서도 빌어 보고, 산신령께도 백일기도를 올려 보고, 용하다는 무당집을 찾아 푸닥거리도 해 보았지요. 그러나 그 모든 정성에도 불구하고, 옥분 아씨의 배는 한 번도 불러오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 어느덧 옥분 아씨의 머리에는 흰서리가 내려앉았고, 만석 어른의 등은 농사일에 굽어가고 있었지요. 두 사람의 사랑채는 늘 사람의 온기가 없어 휑하니 비어 있었고, 마당 한쪽 빈 그네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더욱 쓸쓸한 정취를 자아냈습니다.

    옥분 아씨가 만석 어른 곁에 살며시 다가와 앉으며, 그의 거친 손을 가만히 잡았습니다.

    "여보…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 우리 팔자지요. 자식 없는 게 무에 그리 큰 흠이라고. 우리 두 사람 이렇게 정답게 살다가, 함께 갑시다."

    옥분 아씨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짐짓 담담한 척 남편을 위로했지요. 사실 그 누구보다 자식을 그리워한 것은 옥분 아씨 자신이었습니다. 동네 새댁들이 갓난아기를 안고 우물가에 나타나면, 옥분 아씨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졌지요. 동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옥분 아씨는 행주치마로 슬그머니 눈가를 훔치곤 했습니다.

    만석 어른은 아내의 손을 마주 꼭 쥐며, 깊은 한숨을 내쉬셨지요.

    "임자… 미안하오. 내가 못나서 임자에게 이런 설움을 안겨주었구려."

    "무슨 말씀이세요. 저야말로 죄인이지요. 시집와서 자식 하나 못 낳아준 죄인…"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마주 앉아, 어둑한 마당을 바라보며 말없이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동네 다른 집에서는 저녁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아이들 부르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정겹게 들려왔지요. 그러나 만석 어른네 집만은, 그 어떤 소리도 없이 적막했습니다.

    그날 밤, 만석 어른은 잠자리에 들기 전 부엌 시렁 위에 놓인 작은 함을 열어 보셨습니다. 그 안에는 옥분 아씨가 시집을 때 친정에서 가져온 작은 은수저 한 벌이 들어 있었지요. 옥분 아씨는 그것을 늘 "우리 자식 태어나면 이것부터 물려줄 거예요"라며 소중히 간직해 오셨던 겁니다. 만석 어른은 그 은수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슬며시 함을 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셨지요.

    '하늘이시여… 부처님이시여… 이 늙은이 부부에게 단 한 번만 인연을 내려주옵소서. 피붙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저 이 빈 사랑채에 사람의 온기 한 줌만 채워주시옵소서…'

    만석 어른은 그날 밤, 그렇게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때,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지요. 그 간절한 기도가 곧, 한 어린 영혼의 발걸음을 이 작은 산골 마을로 인도하게 될 줄은.

    ※ 2: 한겨울 마을 어귀, 굶주려 쓰러진 거지 아이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

    만석 어른네 집에 그 일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한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매서웠지요. 며칠째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두메골은 온통 새하얀 솜이불을 덮어쓴 듯했고, 처마 끝마다 길고 뾰족한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문고리가 얼어붙어 손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였지요. 동네 우물은 두꺼운 얼음이 얼어, 아낙들이 도끼로 깨고 물을 길어 올려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만석 어른은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부엌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고, 옥분 아씨가 끓여 준 따뜻한 숭늉 한 그릇을 들이켜고는 마을 어귀로 향했습니다. 며칠 전 장에 갔다 오신 친구 칠복이 어른이 약속한 콩 한 가마니를 가져오시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뽀드득, 뽀드득.

    새하얀 눈을 밟으며 마을 어귀의 큰 느티나무 쪽으로 다가가던 만석 어른의 발걸음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습니다. 무언가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이, 느티나무 아래 눈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겁니다.

    '엇? 저게 뭐꼬? 짐승인가? 아니, 짐승은 아닌 듯한데…'

    만석 어른은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었지요. 그것도 이제 막 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사내아이 하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눈 속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쿠야! 이게 무슨 일이고!"

    만석 어른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황급히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셨습니다. 아이는 다 떨어진 누더기를 한 겹 걸치고 있을 뿐, 발은 맨발이었습니다. 손가락 끝은 시퍼렇게 얼어 있었고,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지요. 머리는 며칠을 못 빗었는지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까만 때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거지였습니다. 그것도 부모도, 집도 없이 떠도는 어린 떠돌이 거지였지요.

    만석 어른이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가는 손목을 잡아 보니, 다행히도 가느다란 맥박이 아주 약하게 뛰고 있었습니다.

    "이놈! 정신 차려라! 이놈아, 정신 차려야 한다!"

    만석 어른은 황급히 자기가 입고 있던 두툼한 솜저고리를 벗어 아이를 둘둘 감싸 안았습니다. 그 사이 동네 사람들 몇이 그 광경을 보고 우르르 몰려들었지요.

    "아이고, 만석이 어르신. 그거 그냥 두고 가시오. 어디서 굴러 들어온 거지 아인지도 모르는데."

    "맞아요, 어르신. 그런 떠돌이 놈 함부로 거두면 동티 나요. 마을에 재수 없는 일 생긴다고요."

    "어르신, 죽었으면 죽은 대로 그냥 두세요. 괜히 책임만 떠안으십니다."

    동네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지요. 어떤 이는 혀를 끌끌 차며 손사래를 쳤고, 어떤 이는 슬쩍 발길질하는 시늉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만석 어른은 그 모든 말들을 한 귀로 흘려보내며, 아이를 더 꼭 끌어안으셨습니다.

    '이놈… 얼마나 추웠을꼬… 얼마나 배가 고팠을꼬… 어디서 어떤 부모를 잃고, 이 추운 겨울에 여기까지 떠밀려 왔단 말인가…'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아이였지만, 만석 어른은 마치 자기 친자식을 끌어안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졌지요. 그리고 그 순간, 어쩐 일인지 며칠 전 자기가 부엌 시렁 앞에서 빌었던 그 간절한 기도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저 이 빈 사랑채에 사람의 온기 한 줌만 채워주시옵소서…'

    만석 어른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설마… 설마 이 아이가… 하늘이 보내주신…?'

    그때, 아이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며 살짝 열렸지요. 아이는 흐릿한 눈으로 만석 어른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모기 소리만큼이나 가느다란 목소리로, 단 한마디를 겨우 내뱉었습니다.

    "배… 고파요…"

    그 한마디에, 만석 어른은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쏟으며, 아이를 더더욱 꼭 끌어안으셨습니다.

    "오냐! 오냐 이놈아! 가자, 가자! 우리 집에 가서, 따뜻한 미음 한 그릇 먹자!"

    만석 어른은 동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말든, 아이를 가슴에 안고 자기 집을 향해 한달음에 달리기 시작하셨습니다. 함박눈이 또다시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지요. 그 새하얀 눈 속을, 한 노인이 어린 거지 아이 하나를 가슴에 꼭 안고 달려가는 그 풍경을, 마을 사람들은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 3: 마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품에 안기로 한 결단

    만석 어른이 거지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 마당으로 들이닥치자, 부엌에서 아침상을 차리던 옥분 아씨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주걱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아이고, 여보!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그 아이는…"

    "임자, 임자! 어서 아랫목에 자리부터 좀 봐 주시오! 이 아이가 다 죽어가오!"

    만석 어른의 다급한 외침에 옥분 아씨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리나케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두툼한 솜이불을 깔았지요. 만석 어른은 거지 아이를 그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떨리는 손으로 다 떨어진 누더기를 벗긴 다음, 옥분 아씨가 가져온 깨끗한 무명천으로 아이의 시퍼렇게 얼어붙은 손발을 천천히 닦아 주었습니다.

    옥분 아씨도 부엌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가마솥에 쌀을 안치고 미음을 끓이기 시작했지요. 아씨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그녀의 눈가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부엌 바닥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가엾어라… 이 어린것이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해, 이 추운 겨울에 거지 신세가 되어 떠돌고 있단 말인가… 그 어미가 살아 있다면, 가슴이 찢어질 일이지…'

    곱게 끓여낸 따뜻한 미음 한 그릇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간 옥분 아씨는, 만석 어른과 함께 정성껏 아이의 입에 한 숟갈, 한 숟갈 미음을 떠 넣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도무지 삼키지를 못해 입가로 흘려 보내기만 했지만, 따뜻한 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하자 조금씩, 조금씩 미음을 받아 삼키기 시작했지요.

    "옳지, 옳지. 우리 아가, 천천히… 천천히 먹자…"

    옥분 아씨의 다정한 목소리에, 아이의 흐릿했던 눈에 비로소 가느다란 빛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저녁, 동네 사람들 몇이 만석 어른네 사립문 앞에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입이 거친 칠보네 아저씨가 큰 소리로 만석 어른을 부르는 것이었지요.

    "만석이! 만석이 어디 있나! 잠깐 나와 보게!"

    만석 어른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사립문 밖으로 나가자, 동네 사람들이 일제히 한마디씩 쏟아냈습니다.

    "여보게 만석이! 자네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떠돌이 거지 아이를 집에 들였단 말인가! 동네 망신이야, 망신!"

    "맞아요, 어르신. 그 아이가 어떤 집안의 자손인지, 무슨 죄를 짓고 떠도는지 어떻게 안단 말씀이세요. 도둑놈 아들일지, 살인자의 자식일지 누가 압니까!"

    "어르신, 우리 마을에 동티 나는 거 보고 싶으시오? 어서 그 아이를 다시 마을 밖으로 내다 버리시오!"

    칠보네 아저씨의 거친 말에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동조했지요. 만석 어른은 그 모든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시다가, 가만히 입을 여셨습니다.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지요.

    "여보게들. 내 말 좀 들어주시게. 아침에 그 아이가 마을 어귀에 쓰러져 있을 때, 자네들도 다들 봤지 않는가. 만약 내가 그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갔다면, 그 아이는 지금쯤 어찌 되었겠나. 분명 얼어 죽었을 것이네. 그러면 그 어린 영혼이 우리 두메골을 원망하며 떠도는 원귀가 되었을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동티가 아니겠는가."

    만석 어른의 말에 동네 사람들이 잠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만석 어른은 천천히 말을 이어 가셨지요.

    "내 평생을 이 마을에서 살면서, 자식 하나 없이 늙어가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며칠 전, 내가 부엌 시렁 앞에서 하늘에 빌었지. 빈 사랑채에 사람의 온기 한 줌만 채워달라고 말이야.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마을 어귀에 그 아이가 쓰러져 있더란 말일세. 이게 우연이겠는가? 아니, 이것은 분명 하늘이 우리 부부에게 보내 주신 인연일세."

    만석 어른의 진심 어린 말씀에, 칠보네 아저씨조차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동네 어른 하나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지요.

    "음… 만석이 자네 말도 일리는 있네만… 정말로 그 아이를 자네가 거두려는가? 양자로 들이려는 게야?"

    만석 어른은 잠시 망설이지 않고,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렇소이다. 우리 부부의 아들로 삼겠소이다. 우리 두 늙은이 죽기 전에, 아비 노릇 어미 노릇 한 번 해 보고 죽으려 하오. 동네 사람들께서 부디 못 본 척 눈감아 주시구려."

    만석 어른의 굳은 결심에,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 사람, 두 사람 슬그머니 자리를 떴습니다. 그날 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나란히 앉아, 평생 잊지 못할 다짐을 하셨지요.

    "여보, 우리 이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웁시다. 글공부도 시키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도 가르치고, 좋은 곳에 장가도 들여 보냅시다."

    "그럽시다, 임자. 우리에게 와 준 이 작은 인연을, 평생 정성으로 키워 갚읍시다."

    호롱불 아래, 잠든 아이의 야윈 얼굴이 처음으로 평화롭게 펴졌습니다. 그렇게, 한 노부부의 인생 후반전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4: 양자 '돌이'의 첫걸음, 가족이라는 이름의 새 출발

    다음 날 아침, 사흘 동안 끙끙 앓던 아이가 마침내 깨어났습니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가 번갈아 가며 잠 한숨 못 자고 아이의 머리맡을 지킨 끝에, 아이의 새파랗던 얼굴에 비로소 발그스레한 혈색이 돌아왔지요. 아이는 처음에는 두 노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누더기를 입은 자기 모습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또 어디론가 쫓겨날까 두려웠던 것인지, 아이는 이불 속으로 깊이 파고들며 가는 어깨를 떨었습니다.

    옥분 아씨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가여워, 미음 그릇을 든 채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지요. 그러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습니다.

    "얘야… 무서워하지 말거라. 여기는 안전한 곳이란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을 게야. 너 이름이 무어냐? 어디서 왔니?"

    아이는 한참 동안 옥분 아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모기 소리만큼이나 가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이름… 모릅니다. 아무도… 안 불러줬어요. 사람들이… 그냥 '거지놈' 그랬어요…"

    그 한마디에 옥분 아씨의 가슴이 다시 무너져 내렸지요. 어린것이 이름조차 없이, '거지놈'이라는 욕설로만 불리며 떠돌았다니. 옥분 아씨는 곁에 있던 만석 어른과 잠시 눈을 맞추셨습니다. 만석 어른도 깊은 한숨을 내쉬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그래, 그래. 이름이 없으면 우리가 지어 주면 되지 않겠느냐. 음… 우리 만석이가 한번 지어 보시구려."

    만석 어른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복돌이'다. 마을 사람들이 '돌이야' 하고 정답게 불러줄 수 있도록 말이야.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뜻의, 복돌이. 마음에 드느냐?"

    아이, 아니, 이제 막 이름을 얻은 복돌이의 큰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에게 이름을 지어 준 누군가에게 느끼는, 그런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었지요.

    "감…사합…니다…"

    복돌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한마디를 겨우 내뱉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옥분 아씨는 그런 복돌이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자기도 따라 울었지요.

    "오냐, 오냐 우리 돌이… 이제 너에게는 어미가 있고, 아비가 있어. 다시는 길에서 떨지 않아도 된다… 다시는…"

    그날 이후, 복돌이는 만석 어른 부부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얼굴빛이 환해졌습니다. 옥분 아씨는 매일 따뜻한 콩나물국과 갓 지은 쌀밥을 먹이고, 만석 어른은 자기가 입던 솜저고리를 줄여 복돌이의 옷을 새로 지어 주셨지요. 동네 시냇가에서 따끈한 물에 데워 목욕을 시키고 나니, 까만 때 속에 가려져 있던 복돌이의 얼굴은 의외로 흰살결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잘생긴 사내아이의 얼굴이었습니다.

    "아이고, 여보. 우리 돌이가 이렇게 잘난 아이일 줄이야. 어느 양반집 자제라 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옥분 아씨가 감탄하셨지요. 만석 어른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복돌이는 천성이 영민하고 마음씨가 순한 아이였습니다. 며칠 만에 만석 어른을 "아버님"이라 부르고, 옥분 아씨를 "어머님"이라 부르기 시작했지요. 그 작은 입에서 "아버님, 어머님"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가슴은 누런 황금 덩어리를 한 짐 받은 것보다 더 충만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복돌이는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건만, 아침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마당을 쓸었습니다. 옥분 아씨가 부엌일을 하실 때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불을 지폈고, 만석 어른이 밭에 나가실 때면 작은 호미를 들고 졸졸 따라 나섰지요.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듯한, 그런 비범한 아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처음에는 만석 어른네 양자 들인 일을 두고 수군거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입들이 조용해졌지요. 복돌이가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안녕하세요" 하고 깍듯이 인사를 했고, 동네 할머니가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가시면 작은 몸으로 달려가 거들었기 때문입니다. 칠보네 아저씨도 어느 날 만석 어른을 마주치고는 슬쩍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여보게, 만석이. 자네 돌이 그놈, 영판 자네 친자식 같으이. 우리가 잘못 봤구먼."

    만석 어른은 그저 빙긋 웃으셨습니다. 봄이 오자 마당의 살구나무에 분홍 꽃이 만발했고, 그 꽃잎이 흩날리는 마당에서 만석 어른 부부와 복돌이가 함께 웃는 풍경은, 두메골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 5: 돌이의 비범한 재주가 드러나고, 아버지의 가르침 아래 글공부를 시작하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지요. 복돌이가 만석 어른네 집에 들어온 지 어느덧 이태가 흘렀습니다.

    복돌이는 그새 키도 한 뼘이나 자랐고, 어깨도 제법 단단해졌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복돌이가 보여 주는 그 비범한 재주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옥분 아씨가 그저 어린 아들을 잠재울 요량으로 "곰 세 마리" 같은 옛노래를 흥얼거려 주셨는데, 복돌이는 그것을 단 두어 번 듣고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르는 것이었지요. 만석 어른이 장에 다녀오시며 사 오신 짚신 한 켤레를 본 복돌이는, 이튿날 마당에서 짚을 주워 모아 그 모양과 똑같은 짚신을 만들어 보였습니다. 만석 어른이 깜짝 놀라 물으셨지요.

    "이놈! 이 짚신 누가 만든 게냐?"

    "제가 만들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이 사 오신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만들어 보았습니다."

    만석 어른의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어른들도 한참을 배워야 만드는 짚신을, 열 살 남짓한 아이가 그저 한 번 보고 똑같이 만들어 낸다니. 그날부터 만석 어른은 마음을 굳히셨지요.

    "여보, 임자. 우리 돌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오. 이런 아이를 그저 농사꾼으로 늙히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소? 내 비록 가난한 살림이나, 우리 돌이를 글방에 보내야겠소."

    옥분 아씨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두 분은 그 해 가을, 마당의 늙은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따다가 장에 내다 팔고, 옥분 아씨가 시집을 때 가져온 패물 중 하나인 산호 노리개까지 보태어, 그 돈으로 복돌이의 글방 수업료를 마련하셨지요. 그렇게 해서 복돌이는 마을 서당의 훈장님 밑에서 글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훈장님 밑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한 복돌이는, 동네 양반집 자제들도 입을 다물게 할 만큼 비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천자문은 단 한 달 만에 외워 버렸고, 동몽선습은 두 달 만에, 명심보감은 세 달 만에 줄줄 외워 댔지요. 훈장님이 어느 날 만석 어른을 따로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여보게, 만석이. 자네 그 양자 들인 아이 말일세. 그 아이의 머리는 보통이 아닐세. 내가 평생 글을 가르쳐 봤네만, 그런 아이는 처음 봤네. 잘 키우면 분명 큰 인물이 될 게야."

    만석 어른은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이 두근거려 견딜 수 없었지요. 그날 저녁, 호롱불 아래 옥분 아씨와 마주 앉은 만석 어른은, 잔잔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임자… 우리 돌이를 한양으로 올려보내, 큰 스승 밑에서 공부시켜 봅시다. 어쩌면 우리 돌이가, 과거에 급제할 인재일지도 모르겠소."

    옥분 아씨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저으셨지요. 한양이라니, 그 먼 곳에 어린아이를 어찌 혼자 보낸단 말인가. 그러나 만석 어른은 결심이 굳으셨습니다. 두 분은 며칠을 의논한 끝에, 복돌이가 열다섯이 되는 해에 한양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셨지요. 그때까지 두 분은 더욱 열심히 일하여, 복돌이가 한양에서 공부할 학비를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하셨습니다.

    만석 어른은 새벽이슬을 맞으며 산에 올라 약초를 캐다 장에 내다 파셨고, 옥분 아씨는 밤이 깊도록 등잔불 아래서 길쌈을 하여 베를 짜셨지요.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무리하다가 두 분 다 쓰러지신다"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그저 빙긋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돌이가 잘되는 것이, 곧 우리 두 늙은이가 잘되는 것이라오."

    복돌이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더욱 이를 악물고 글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마당을 쓸고, 부모님이 일터로 나가시면 자기는 곧장 서당으로 달려가, 훈장님 곁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글을 읽고 또 읽었지요. 밤이면 마당 한구석에 둔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호롱불을 켜고 새벽이 올 때까지 책을 펼쳤습니다.

    옥분 아씨가 늦은 밤 자다 깨어나, 마당에서 흘러나오는 호롱불 빛을 보고 살짝 문을 열어 보면, 거기에는 어김없이 복돌이가 책을 펼친 채 곤히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요. 옥분 아씨는 그런 복돌이의 어깨에 자기 솜저고리를 살며시 덮어 주시고는, 행주치마로 눈가를 훔치며 다시 방으로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우리 돌이가… 부모 은혜 갚는다고 저리도 애를 쓰는구나… 아이고, 가엾어라… 그러나 동시에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왔지요. 마당의 살구나무가 다섯 번이나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는 동안, 복돌이는 어느덧 열다섯 살의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났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머리에는 또 한 줌의 흰서리가 내려앉았지만, 두 분의 가슴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하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 6: 흉년과 가뭄, 가세가 기울고 노부부가 병석에 눕다

    복돌이가 한양으로 떠난 그 해, 두메골에는 가혹한 시련이 닥쳐오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와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늘은 매일같이 푸르게 맑기만 했고, 땅은 쩍쩍 갈라져 거북이 등껍질처럼 변해 갔습니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가 봄에 정성껏 뿌려 놓은 보리 씨앗은 싹조차 제대로 틔우지 못한 채 말라 죽었고, 모를 심어야 할 무논은 흙먼지만 풀풀 날렸지요. 동네 우물마저 점점 마르기 시작해, 아낙들이 새벽부터 두레박을 들고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한 동이의 물을 얻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해 가을, 마을 사람들이 거둔 곡식은 평년의 십 분의 일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만석 어른은 복돌이의 학비를 보태기 위해 그동안 모아 둔 비상금까지 모두 한양으로 부치셨던 터라, 자기네 살림은 그야말로 거덜이 나 버렸지요. 가을이 깊어 가는데도 곡식 항아리는 텅 비어 있었고, 부엌의 가마솥은 차갑게 식어만 갔습니다.

    "여보… 어찌하면 좋겠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둘 다 굶어 죽겠어요."

    옥분 아씨의 떨리는 목소리에, 만석 어른은 그저 깊은 한숨만 내쉬셨지요. 그러나 두 분은 단 한 번도, "우리 돌이만 안 보냈더라면" 하는 후회를 입에 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만석 어른은 옥분 아씨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지요.

    "임자, 우리 돌이는 분명 한양에서 잘하고 있을 게요. 우리가 이 정도 고생쯤이야, 그 아이가 큰 인물이 되는 데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소. 굶더라도, 우리 돌이한테는 절대로 알리지 맙시다. 알리면 그 아이가 공부에 집중을 못 할 게야."

    만석 어른은 자기가 입던 솜저고리까지 장에 내다 팔아 좁쌀 한 됫박을 사 오시기까지 했습니다. 옥분 아씨도 시집을 때 가져온 마지막 패물인 은비녀까지 빼서 팔아, 콩 한 자루를 마련하셨지요. 그렇게 모은 곡식으로 두 분은 하루에 좁쌀죽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셨습니다. 그것도 한 그릇을 둘이 나누어 드시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시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해 겨울이 닥쳐오자, 굶주림에 지친 만석 어른이 그만 몸져눕고 마셨던 것이지요. 평생을 농사일로 단련된 그 단단한 몸이, 이제는 작은 기침 하나에도 온몸이 뒤흔들릴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만석 어른은 며칠을 끙끙 앓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셨지요. 옥분 아씨가 자기 입에 들어갈 마지막 좁쌀까지 죽으로 끓여 만석 어른의 입에 떠 넣어 드렸지만, 만석 어른은 좀처럼 차도가 없으셨습니다.

    "임자… 임자… 미안하오… 내가 임자한테 또 이런 고생을 시키는구려…"

    만석 어른의 거친 손이 옥분 아씨의 손을 힘없이 잡았습니다. 옥분 아씨는 그 마른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며,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셨지요.

    "그런 말씀 마세요, 여보. 우리가 함께 견디면 되지요. 우리 돌이가 곧 한양에서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거예요. 그때까지만 견디시면 돼요. 네?"

    그러나 옥분 아씨도 며칠 가지 않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셨습니다. 자기는 굶다시피 하면서 남편에게만 죽을 떠 먹이셨으니, 그 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지요. 두 노인이 같은 방 아랫목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약한 손을 마주 잡은 채 신음하는 광경. 그것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중 몇몇 마음 착한 이들이 가끔씩 찾아와 좁쌀 한 줌, 콩 한 그릇씩 놓고 가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두 분의 병세를 돌이키기에 역부족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해 흉년은 두메골 사람들 모두를 휩쓸어, 어느 집 하나 넉넉한 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추운 밤, 옥분 아씨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나가셨습니다. 가마솥 안에는 마지막 좁쌀이 손바닥 한 줌도 채 남아 있지 않았지요. 옥분 아씨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부엌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셨지요.

    '하느님… 부처님… 우리 두 늙은이는 죽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돌이만은… 우리 돌이가 부모 없는 자식이 되어 다시 떠도는 일은… 제발 없게 하소서… 그 아이에게는 이런 슬픔을 다시 주지 마시옵소서…'

    옥분 아씨의 흐느낌 위로, 마당의 살구나무 가지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 하나가 바람에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 잎새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두메골의 그 작은 초가삼간 위로는, 잔인하리만큼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휘몰아치고 있었지요.

    그러나 옥분 아씨는 알지 못하셨습니다. 바로 그 시각, 한양에서 떠난 한 늠름한 청년이, 봇짐 하나만을 등에 진 채 두메골을 향해 밤을 새워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 7: 장성한 돌이의 효성, 약초를 캐러 다니며 부모를 봉양하다

    새벽 동이 트기 전, 두메골의 사립문 밖에서 다급한 인기척이 들려왔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돌이가 왔습니다! 돌이가 돌아왔습니다!"

    옥분 아씨가 흐릿한 정신 속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셨지요. 그러나 며칠을 굶고 앓은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옥분 아씨가 가까스로 문고리를 잡고 방문을 미는 순간, 사립문이 벌컥 열리며 한 청년이 마당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었지요.

    복돌이였습니다.

    한양으로 떠난 지 어느덧 삼 년. 열다섯이었던 소년은 어느새 장정의 모습으로 자라 있었지요. 어깨는 넓어졌고, 키는 만석 어른을 훌쩍 넘어섰으며, 봇짐을 진 그 모습에는 양반집 자제 못지않은 기품이 흘러넘쳤습니다. 그러나 그 늠름한 청년의 얼굴은, 어머니의 야윈 모습을 보는 순간 그만 무너져 내렸지요.

    "어, 어머님…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이옵니까…"

    복돌이는 봇짐을 마당에 그대로 떨어뜨리고, 한걸음에 옥분 아씨에게 달려가 그 마른 손을 잡았습니다. 옥분 아씨도 떨리는 손으로 복돌이의 얼굴을 어루만지셨지요.

    "우리 돌이… 우리 돌이 왔구나… 잘 왔다… 잘 왔어…"

    옥분 아씨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복돌이는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은 채 한참을 흐느끼다가, 곧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아랫목에 누워 계신 만석 어른의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무너졌지요.

    "아버님! 이 못난 자식을 용서하소서! 한양에서 글공부에 정신이 팔려, 부모님이 이렇게 고생하시는 줄도 모르고… 흑흑…"

    만석 어른은 가까스로 눈을 떠 복돌이를 바라보시며, 마른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오냐… 우리 돌이가… 무사히 돌아왔구나… 그것이면… 됐다…"

    복돌이는 그 순간 결심했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님을 살려 내겠다고. 한양에서 들고 온 봇짐을 풀어 보니, 그 안에는 한양의 글방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받은 작은 사례금과, 책 몇 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복돌이는 그 돈을 모두 들고, 그날 아침으로 마을 어귀의 가장 가까운 의원을 찾아갔지요.

    "의원님, 우리 부모님을 살려 주십시오. 약값은 얼마든 드리겠습니다."

    복돌이의 절박한 부탁에, 의원은 복돌이를 따라 만석 어른의 집으로 와서 두 분의 맥을 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지요.

    "두 분 모두 영양실조와 풍한이 겹친 게야. 며칠만 더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 다행히 약초만 잘 다려 드리고, 잘 잡수시기만 하면 살아나실 게야. 다만, 산삼이나 녹용 같은 보약재가 한 뿌리만 있으면 회복이 훨씬 빠를 것이네."

    산삼이라. 그 한마디에 복돌이의 눈이 번쩍 빛났습니다. 산삼이 어디서 그리 쉽게 구해지는 물건이던가요. 게다가 복돌이의 주머니에는 의원에게 약값을 치르고 나면 동전 한 닢 남지 않을 처지였지요. 그러나 복돌이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산에 가자. 내가 직접 산에 가서, 산삼을 캐 오자.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나를 거지 신세에서 살려 주셨으니, 이제는 내가 두 분을 살려 드릴 차례다.'

    그날부터 복돌이는 매일 새벽, 어머니가 끓여 주신 멀건 죽 한 그릇을 들이켜고는 산으로 올랐습니다. 두메골 뒤편의 깊은 산은 험하기로 소문난 곳이었지요.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산짐승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복돌이는 두려워하지 않았지요. 새벽이슬에 옷자락이 흠뻑 젖도록, 가시덤불에 손등이 찢어지도록, 깊고 깊은 산을 헤매며 약초를 캤습니다.

    처음 며칠은 산삼은커녕 흔한 약초도 제대로 캐지 못했지요. 그러나 복돌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산속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절벽 아래까지 기어 내려가, 마침내 손에 잡힐 듯한 도라지와 더덕, 그리고 황기와 당귀를 한 뿌리씩 캐어 봇짐에 담았지요. 그 약초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옥분 아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것을 정성껏 다리셨습니다.

    복돌이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병세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요. 마을 사람들도 그 효성에 감탄해, 누군가는 좁쌀 한 자루를, 누군가는 김치 한 항아리를 가져다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복돌이는 마침내 그 깊은 산속에서 칠 년근 산삼 한 뿌리를 캐어 내는 데 성공했지요. 그 산삼을 정성껏 다려 두 분께 드시게 한 후,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얼굴에는 비로소 발그스레한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돌이가… 우리 두 늙은이를 살려 냈구나…"

    만석 어른의 떨리는 목소리에, 복돌이는 그저 두 손을 모으고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두 분이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봄이 오자,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비로소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수 있었지요. 마당의 살구나무에는 다시 분홍 꽃이 만발하기 시작했고, 그 꽃잎이 흩날리는 마당에서 복돌이가 두 분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풍경은, 두메골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습니다.

    ※ 8: 과거 급제와 잃었던 친부모의 비밀, 그러나 돌이의 선택은 한결같다

    복돌이가 부모님의 병환을 다 회복시켜 드리고 난 그해 가을, 한양에서 뜻밖의 소식이 두메골에 날아들었습니다.

    가을 과거 시험이 한양에서 열린다는 방이 마을에까지 붙은 것이지요. 그것을 본 만석 어른은 복돌이의 손을 잡고 간곡히 말씀하셨습니다.

    "돌이야, 너는 어서 한양으로 다시 올라가거라. 우리 두 늙은이는 이제 다 나았으니, 너는 네 갈 길을 가야지. 네가 그동안 공부한 것을, 이번 과거에서 한 번 꽃피워 봐야 하지 않겠느냐."

    복돌이는 처음에는 손을 내저으며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지요. 그러나 옥분 아씨까지 한사코 등을 떠미시는 통에, 결국 복돌이는 다시 봇짐을 메고 한양으로 올라갔습니다. 두 분이 마을 어귀까지 따라 나오시며 손을 흔드시는 모습을, 복돌이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가슴에 새겼지요.

    그리고 그해 겨울. 두메골의 사립문 밖에서 또 한 번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여보세요! 만석이 어르신 댁이 여깁니까!"

    옥분 아씨가 깜짝 놀라 나가 보시니, 마당에 관아의 사령으로 보이는 사람 둘이 떡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옥분 아씨가 어쩔 줄 몰라 만석 어른을 부르자, 만석 어른도 황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마당으로 나오셨지요.

    "무, 무슨 일이시오?"

    그러자 사령 하나가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 보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이 댁 자제 되시는 김 복돌 도령이, 이번 추기 별시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셨소이다! 곧 어사화를 꽂으시고 금의환향하신답니다! 어르신께서는 잔치 준비를 하시지요!"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풀썩 주저앉으셨지요.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 분은 서로의 손을 꼬집어 보고 또 꼬집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분명 꿈이 아니었지요. 거지 아이로 들어왔던 그 어린 복돌이가, 마침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두메골 전체에 퍼졌고, 동네 사람들이 떼로 만석 어른네 집으로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지요. 한때 "거지 아이 거두면 동티 난다"고 손가락질하던 칠보네 아저씨도, 두 손을 마주 잡고 만석 어른께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여보게 만석이! 자네가 옳았네! 자네 그 안목을 누가 따라가겠는가! 진심으로 축하하네!"

    며칠 후, 복돌이가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풍악을 울리며 마을 어귀로 들어오는 광경은, 두메골 사람들이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었지요. 양옆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관아 사람들이 호위하고, 머리에 꽂은 어사화는 가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길가에 늘어서서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그 가운데, 복돌이는 그러나 가장 먼저 자기 집의 사립문으로 곧장 달려갔지요. 그리고는 어사화를 꽂은 채 마당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이 모든 영광은 두 분의 은혜이옵니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주름진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지요.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또 한 번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양에서 복돌이를 따라온 한 노인이, 만석 어른께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노인은 한참을 흐느끼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지요.

    "어르신… 저는 한양에서 큰 약방을 하던 박 진사라는 자이옵니다. 십삼 년 전, 도적 떼의 습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어린 아들마저 행방불명되어, 그동안 정신이 반은 나간 채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과거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김 복돌 도령의 이름과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어… 알아보았더니… 흑흑… 그 아이가 바로 제가 잃어버렸던 친아들이었던 것이옵니다…"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그 자리에서 그만 굳어 버리셨지요. 복돌이가 사실은 양반집 자제였다니. 한양의 큰 약방 집 도련님이었다니. 두 분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만석 어른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돌이는… 이제 친아버지를 찾아갔으니, 자네 집으로 가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자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복돌이가 벌떡 일어나며, 만석 어른 앞에 한 번 더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저를 거지 신세에서 살려 주시고, 글공부까지 시켜 이 자리에 오르게 해 주신 분은 두 분이옵니다. 친아버지께는 저를 낳아 주신 은혜가 있지만, 두 분께는 저를 사람으로 키워 주신 더 큰 은혜가 있사옵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이 집의 아들이옵니다."

    복돌이의 한마디에, 박 진사도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어르신… 저도 같은 마음이옵니다. 두 어르신께서 제 아들을 살려 키워 주셨으니, 이제 저는 두 어르신을 형님 누님으로 모시고, 한 가족처럼 지내고자 하옵니다. 부디 받아 주시옵소서."

    그날 밤, 두메골 그 작은 초가삼간에서는 두 어버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울고, 두 아비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형제 의를 맺는,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 9: 온 마을이 부러워하는 노부부의 만복, 따뜻한 황혼

    그날 이후,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빛깔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복돌이는 장원 급제 후 곧 한양에서 벼슬길에 올랐지요. 그러나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하는 와중에도,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두메골의 부모님께 사람을 보내 안부를 여쭙고, 곡식이며 비단이며 약재며 갖가지 물건들을 끊임없이 보내드렸습니다. 한양에 사는 친아버지 박 진사 어른께서도 자기 약방의 가장 좋은 약재를 골라, 매달 한 차례씩 두메골로 보내 주셨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복돌이는 자기가 받은 녹봉의 절반을 떼어, 만석 어른 부부가 두메골에서 편안히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새 집을 지어 드렸지요. 옛 초가삼간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덧 번듯한 기와집이 들어섰고, 사랑채와 별채까지 갖춘 그 집에는 마당 가득 꽃나무와 약초들이 심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감탄했지요.

    "두메골 생긴 이래로, 이런 기와집은 처음일세!"
    "만석이 어르신네 효자 아들이, 정말로 어른들 호강시켜 드리네그려!"

    만석 어른 부부의 살림 또한 하루가 다르게 부유해졌습니다. 곳간에는 쌀가마니가 차곡차곡 쌓이고, 장독대에는 갖가지 장이 그득그득 담겼으며, 옷장에는 옥분 아씨가 평생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했던 비단 한복이 색색으로 걸려 있었지요. 그러나 두 분은 그 풍요를 자기들만의 것으로 누리지 않으셨습니다. 마을의 가난한 이웃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고, 끼니를 잇지 못하는 노인이 있으면 자기 집으로 모셔다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갈 곳 없는 떠돌이 아이가 마을에 들어오면 만석 어른이 직접 나서서 거두어 주셨지요.

    "우리도 한때 그런 처지였지 않소. 우리 돌이도 그랬지 않소. 우리가 받은 복을, 우리만 누리면 그게 어디 사람이오."

    만석 어른의 그 말씀에,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메골은 어느덧 두메골 일대에서 가장 인심 좋고 정 많은 마을로 소문이 자자해졌지요.

    그 다음 해 봄, 복돌이는 한양의 좋은 양반집 규수와 혼례를 올렸습니다. 며느리 또한 비단결 같은 마음씨에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받드는 효부였지요. 한양에서 며느리를 처음 인사 드리러 두메골로 모셔 왔을 때, 옥분 아씨는 며느리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우셨습니다.

    "아가… 아가… 우리 며느리… 잘 왔다… 정말로 잘 왔어…"

    며느리도 옥분 아씨의 그 거친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며, 깊이 고개를 숙였지요.

    "어머님, 아버님. 저희 부부, 두 분께 효를 다하며 살겠나이다."

    이듬해에는 손자 손녀가 줄줄이 태어났습니다. 첫째는 사내아이, 둘째도 사내아이, 셋째는 어여쁜 여자아이.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재미에 푹 빠져 사셨지요. 한양에서 복돌이 부부가 손주들을 데리고 두메골로 내려오는 명절이면, 만석 어른네 마당은 그야말로 잔치판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인사를 드렸고, 만석 어른은 곳간을 활짝 열어 누구에게나 음식을 대접하셨지요.

    그렇게 십 년, 이십 년이 흘렀습니다.

    만석 어른이 여든을 넘기시던 그 해, 어느 봄날의 일이었지요. 마당의 살구꽃이 만발한 가운데,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는 마루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고 계셨습니다. 두 분의 머리는 어느덧 새하얀 백발이 되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자리 잡았지만, 그 표정만은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지요. 만석 어른이 옥분 아씨의 손을 가만히 잡으시며, 잔잔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임자… 우리가 그 추운 겨울날, 마을 어귀에서 돌이를 처음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두 늙은이의 인생은 어찌 되었을까…"

    옥분 아씨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하셨지요.

    "여보, 그게 바로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만복이지요. 우리가 그 어린것을 외면하지 않고 가슴에 품은 그 한 번의 선택이… 우리 인생 후반전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줄, 그때는 정말로 몰랐어요."

    만석 어른도 깊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래… 사람의 복이라는 것은… 자기가 베푼 그 작은 선행이… 어느 날 갑자기 큰 산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로구려…"

    그 순간, 마당 저쪽에서 복돌이의 어린 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하고 부르며 달려왔습니다. 그 뒤로는 복돌이 부부가 며느리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지요. 만석 어른과 옥분 아씨가 두 팔을 활짝 벌리시자, 어린 손주는 두 분의 품으로 한걸음에 뛰어들었습니다.

    살구꽃이 흩날리는 마당. 사대가 함께 모여 웃고 있는 그 풍경. 그것은 어쩌면 한 노부부가 그 옛날, 텅 빈 사랑채를 바라보며 빌었던 그 작은 소원이, 마침내 가장 풍성한 모습으로 답을 받은 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떠돌이 아이를 가슴에 품기로 한 그 한 번의 따뜻한 선택이, 한 가문의 운명을 바꾸고, 한 마을의 인심을 바꾸고, 마침내 두 노인의 황혼을 그토록 찬란한 만복으로 빚어낸 것이지요.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자식이 없어 한숨짓던 노부부가, 한겨울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떠돌이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가슴에 품은 그 한 번의 선택. 그 따뜻한 결단이 훗날 효성 가득한 효자 아들과 사대가 함께하는 만복으로 돌아왔지요. 사람의 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베푼 작은 선행이 어느 날 큰 산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라 합니다. 오늘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아요와 구독 한 번씩 꾹 눌러주시면, 더 따뜻한 만복 야담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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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eartwarming cinematic Joseon Dynasty scene in soft watercolor realism, a middle-aged Korean couple in their fifties wearing traditional hanbok, the husband with sangtu topknot hair and the wife with jjokjin-meori bun, kneeling protectively beside a ragged orphan boy who has collapsed in the snow at a village entrance, snow falling gently, warm lantern light from a nearby thatched-roof hanok, deep emotional bond, photorealistic, 16:9, no text

    🖼️ 씬 1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humble Joseon Dynasty thatched-roof hanok cottage in a remote mountain village at dusk, three rooms with mud walls and stone foundation, a tidy jangdokdae with earthenware jars in the yard, soft watercolor illustration style, 16:9, no text
    2. A middle-aged Korean man in his late fifties wearing modest brown hanbok with sangtu topknot, sitting alone at the edge of the yard staring at the evening sky with deep sorrow, single tear on weathered cheek,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3. A kind-faced Korean woman in her fifties in faded indigo hanbok with neatly tied jjokjin-meori bun and silver binyeo pin, watching young village mothers from afar with longing eyes, soft watercolor, 16:9, no text
    4. A small wooden box opened on a kitchen shelf revealing a precious pair of silver Korean spoons gleaming softly, candlelight glow, traditional Joseon hanok kitchen interior,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5. The middle-aged Korean couple sitting side by side on the wooden floor of their hanok porch at night, holding hands in silent shared grief, empty swing in the yard swaying gently in moonlight, watercolor, 16:9, no text

    A soft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of an elderly Korean couple in modest hanbok, husband with sangtu topknot and wife with jjokjin-meori bun, sitting together on the porch of their humble thatched hanok at dusk, the husband gazing sorrowfully at the sky and the wife holding his hand, lonely empty yard with a single swing, deeply emotional atmosphere, 16:9,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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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 snow-covered Korean Joseon Dynasty mountain village at dawn, thatched-roof hanok houses buried under thick white snow, long icicles hanging from eaves, a tall bare zelkova tree at the village entrance, soft watercolor, 16:9, no text
    2. A middle-aged Korean man in brown hanbok with sangtu topknot walking through deep snow, his breath visible in the freezing air, expression of shock as he notices something dark in the snow ahead,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3. A pitiful young Korean orphan boy around ten years old in tattered rags collapsed in the snow under a large tree, bare feet blue from cold, dirty face, a faint sign of life, watercolor, 16:9, no text
    4. The kind middle-aged man kneeling in deep snow wrapping his thick padded hanbok jacket around the frozen orphan boy, tears in his eyes, gentle protective embrace, snow falling heavily, soft watercolor, 16:9, no text
    5. Village onlookers in winter hanbok watching with disapproving expressions, hands waving in dismissal, while the kind elder ignores them and embraces the orphan child, contrast of cold hearts and warm heart, watercolor, 16:9, no text

    A profoundly moving watercolor scene of a kind Joseon Dynasty middle-aged Korean man in brown hanbok with sangtu topknot kneeling in deep snow at a village entrance, wrapping his own thick padded jacket around a frozen ragged orphan boy who weakly opens his eyes, heavy snowfall, large zelkova tree behind them, villagers watching from a distance, deeply emotional warm atmosphere, 16:9, no text

    🖼️ 씬 3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The middle-aged Korean wife in indigo hanbok with jjokjin-meori hurrying to lay thick cotton blankets on the warmest floor spot of a traditional Joseon ondol heated room, anxious caring expression, watercolor, 16:9, no text
    2. The Korean elder couple gently feeding warm rice porridge spoon by spoon to the rescued orphan boy lying under blankets, candle light, deeply tender atmosphere, soft watercolor, 16:9, no text
    3. Several Joseon Dynasty village men in winter hanbok and various headwear gathered at a gate at evening, gesturing angrily and arguing, snow on the ground,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4. The middle-aged Korean man with sangtu topknot standing firmly at his gate addressing the village men with calm dignified expression, lantern in hand,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Korean couple sitting side by side beside the sleeping orphan boy at night, holding hands in solemn promise, peaceful candlelit hanok room, traditional folding screen behind them, soft watercolor, 16:9, no text

    A touching watercolor scene of a Joseon Dynasty Korean middle-aged couple, husband with sangtu topknot in brown hanbok and wife with jjokjin-meori in indigo hanbok, sitting closely beside a sleeping orphan boy under warm blankets in their humble candlelit hanok room, the wife resting hand on the boy's forehead while the husband watches with deep love, peaceful warm atmosphere of new family bond, 16:9, no text

    🖼️ 씬 4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young Korean orphan boy waking up in a warm ondol room, peeking out from under thick blankets with frightened cautious eyes, soft morning light through paper sliding doors, watercolor, 16:9, no text
    2. The kind Korean wife in indigo hanbok with jjokjin-meori gently feeding warm porridge to the boy, her husband with sangtu topknot watching tenderly, tears in everyone's eyes, soft watercolor, 16:9, no text
    3. The young boy now clean and dressed in newly tailored hanbok with traditional child's hairstyle, revealing handsome bright features, standing shyly between his new adoptive parents, watercolor, 16:9, no text
    4. The young adopted boy sweeping the hanok yard with a traditional straw broom at dawn, while his adoptive mother prepares breakfast in the kitchen, peaceful domestic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5. Joseon Dynasty hanok courtyard in spring with apricot blossoms blooming, the middle-aged couple and their adopted son laughing together as petals drift through the air, watercolor, 16:9, no text

    A heartwarming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of a humble hanok courtyard in spring with pink apricot blossoms in full bloom, a middle-aged Korean couple in modest hanbok with sangtu topknot and jjokjin-meori standing with their newly adopted son in clean hanbok with traditional child hairstyle, all three smiling together as petals drift through the air, deeply loving family atmosphere, 16:9, no text

    🖼️ 씬 5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bright twelve-year-old Korean boy in clean hanbok with traditional braided hair, weaving straw sandals (jipsin) on the hanok porch with focused intelligent expression, an example straw sandal beside him, watercolor, 16:9, no text
    2. A Joseon Dynasty village seodang school interior with the boy sitting among other students reciting Cheonjamun, a kind elder scholar in scholar's robes and gat hat teaching, traditional wooden desk and brush, watercolor, 16:9, no text
    3. The middle-aged Korean father with sangtu topknot climbing a misty mountain at dawn gathering medicinal herbs in a woven basket, while his wife with jjokjin-meori weaves hemp cloth by lamplight at home, parallel composition, watercolor, 16:9, no text
    4. The young adopted son studying late at night at a small wooden desk in the hanok yard under flickering oil lamp, books spread open, his mother in indigo hanbok gently placing her padded jacket over his shoulders,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young man now around fifteen years old in fine student hanbok with sangtu topknot tied neatly, standing tall and handsome beside his aging parents in front of their humble hanok, apricot tree in autumn behind them, watercolor, 16:9, no text

    A tender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showing the adopted son studying diligently by oil lamplight late at night on the hanok porch with books and brush, his loving mother in indigo hanbok with jjokjin-meori softly draping her own jacket over his shoulders, his father with sangtu topknot watching from a distance, deep family devotion atmosphere, 16:9, no text

    🖼️ 씬 6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drought-stricken Joseon Dynasty rice paddy field cracked and dry like turtle shell pattern under harsh blue sky, withered rice stalks, no clouds in sight, watercolor illustration, 16:9, no text
    2. The middle-aged Korean wife in worn indigo hanbok with disheveled jjokjin-meori, kneeling on a cold kitchen floor staring into an empty earthenware grain jar, tears falling, watercolor, 16:9, no text
    3. The middle-aged Korean man with sangtu topknot lying weak and pale under blankets on a heated ondol floor, his wife sitting beside him holding his thin hand, anxious worried expression, soft watercolor, 16:9, no text
    4. Both elderly Korean parents lying side by side on the floor of a dim hanok room, holding hands in shared illness, single oil lamp casting weak light, deeply somber atmosphere,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last yellow leaf falling from a bare apricot tree in a frozen Joseon hanok courtyard at night, cold winter wind, single dim light visible through paper sliding door, watercolor, 16:9, no text

    A heart-wrenching watercolor scene of a Joseon Dynasty drought-stricken village showing an aging Korean couple in worn hanbok lying together weak and ill on the floor of their dim humble hanok, husband with sangtu topknot and wife with jjokjin-meori bun, hands clasped in mutual support, single flickering oil lamp, cold winter atmosphere of hardship and devotion, 16:9, no text

    🖼️ 씬 7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tall handsome young Korean man in his late teens with sangtu topknot wearing scholar's hanbok and carrying a traveling bundle, rushing into a humble Joseon hanok courtyard at dawn with anxious expression, watercolor, 16:9, no text
    2. The grown adopted son kneeling beside his ailing parents lying on the floor of a dim hanok room, holding both their hands while weeping, deep filial devotion, soft watercolor, 16:9, no text
    3. The young man climbing a misty steep mountain at dawn with woven herb basket on his back, robe torn by thorns, determined expression, traditional Joseon-era scenery, watercolor, 16:9, no text
    4. The young man discovering a precious wild ginseng plant on a remote mountain cliff, both hands carefully reaching for it, sunlight breaking through trees,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recovered elderly Korean couple walking together hand in hand with their tall grown adopted son through a hanok courtyard in spring, pink apricot blossoms drifting, peaceful joyful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A profoundly moving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of a tall young Korean man with sangtu topknot in scholar's hanbok climbing a misty mountain at dawn with a woven herb basket on his back, gathering medicinal herbs and wild ginseng with determined filial devotion, soft sunlight breaking through ancient pines, deep emotional atmosphere of filial piety, 16:9, no text

    🖼️ 씬 8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grand Joseon Dynasty scholar's procession returning home, the young man wearing eosahwa flower crown on his head and royal scholar's robes, riding a horse with musicians and officials, autumn sunlight, watercolor, 16:9, no text
    2. The young scholar in full royal hanbok with eosahwa flower decoration kneeling and bowing deeply before his elderly adoptive parents in the humble hanok courtyard, villagers watching in awe, watercolor, 16:9, no text
    3. An elderly noble Korean man in fine scholar's hanbok with sangtu topknot and gat hat kneeling tearfully before the middle-aged couple, revealing his identity as the biological father, watercolor, 16:9, no text
    4. The young scholar standing between his adoptive parents and biological father, kneeling before all three with deep devotion and gratitude, candlelit hanok interior,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two fathers, the adoptive and the biological, clasping hands as sworn brothers in front of their hanok, the mother and son watching with tears of joy, lantern light, watercolor, 16:9, no text

    A magnificent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of a young scholar returning home in glory wearing the eosahwa flower crown and royal robes, kneeling humbly before his aging adoptive parents in modest hanbok with sangtu topknot and jjokjin-meori bun in their humble hanok courtyard, villagers cheering, autumn sunlight, deeply emotional homecoming, 16:9, no text

    🖼️ 씬 9 이미지 프롬프트 (5장)

    1. A grand new Joseon Dynasty tiled-roof hanok mansion built on the site of the old thatched cottage, with sarangchae and byeolchae wings, lush gardens filled with herbs and flowers, peaceful prosperous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2. The aging Korean couple in fine silk hanbok, husband with sangtu topknot and wife with elegant jjokjin-meori, generously distributing rice sacks to grateful poor villagers in their courtyard, watercolor, 16:9, no text
    3. A graceful young Korean bride in beautiful wedding hanbok kneeling before her new mother-in-law, both holding hands tearfully, traditional Joseon wedding ceremony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4. Multiple young grandchildren in colorful child hanbok playing happily on the porch of the new tiled hanok, the elderly grandparents watching with deep contentment, family gathering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5. The white-haired elderly Korean couple sitting peacefully side by side on the porch in spring, husband with sangtu topknot and wife with jjokjin-meori, four generations of family gathered around them, apricot blossoms drifting through the air, deeply blessed atmosphere, watercolor, 16:9, no text

    A breathtaking watercolor Joseon Dynasty scene of an aged Korean couple in fine silk hanbok with white hair, husband with sangtu topknot and wife with elegant jjokjin-meori, sitting peacefully on the porch of their grand tiled-roof hanok mansion in spring, surrounded by their grown adopted son in scholar's robes, his wife, and laughing grandchildren in colorful hanbok, apricot blossoms drifting through the air, ultimate atmosphere of blessing and fulfillment, 16:9,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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