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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 거울로 미래를 본 선비, 운명 바꾼 놀라운 방법 『계서야담』

    테마 : 신비한 물건·보물 시리즈

    용왕이 선물한 여의주로 가뭄 해결한 농부의 감동 실화 『동패낙송』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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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멘트 (400자 내외)

    여러분, 만약 내일 나에게 일어날 불행을 미리 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평생 정직하게만 살아온 한 가난한 선비가 장터에서 우연히 얻게 된 ‘기이한 거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거울은 내 얼굴을 비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닥칠 끔찍한 운명을 미리 보여준다는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비참한 최후를 본 선비! 그는 과연 정해진 운명 앞에 무릎을 꿇었을까요, 아니면 아무도 생각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운명을 바꿔놓았을까요? 『계서야담』이 전하는 소름 돋고도 가슴 벅찬 반전의 실화! 지금 그 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저와 함께 떠나보시죠.

    영상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안녕하세요. 인생의 지혜를 옛이야기로 전하는 이야기꾼입니다. 이번 영상은 조선 시대의 기이한 사건들을 기록한 『계서야담』 속 '미래를 보는 거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한 선비가 마주한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덕(德)'의 힘에 대해 다룹니다. 성우의 구수한 목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생생한 묘사를 통해, 우리 삶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청빈한 선비 박생, 가난 속에서도 꼿꼿한 선비의 길

    여러분, 옛날 어느 깊은 골짜기에 박생이라는 선비가 살았더랬습니다. 선비라고 하면 번듯한 기와집에 하인이라도 거느릴 법하지만, 이 박생은 그저 이름만 선비지, 형편은 동네 거지보다 나을 게 하나 없었지요. 자, 박생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한번 보시겠소?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녘,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오는데, 신발이라고는 다 해진 짚신 한 켤레뿐이라. 그마저도 발가락이 삐져나올까 봐 조심조심 고쳐 매고는, 마당 구석에 있는 우물로 향합니다.
    우물가에 서서 바가지를 내리는데, 줄이 짧아 까치발을 들고 끙끙대며 물 한 바가지를 길어 올리지요. 그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는데, 손등은 이미 겨우내 터서 거칠거칠하기가 나무껍질 같아. 그래도 선비라고 세수만큼은 정성껏 하고, 낡아서 군데군데 기운 도포를 탈탈 털어 입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으니, 거기엔 누렇게 바랜 책들만 가득합니다. 잉크를 갈 물조차 아까워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먹을 가는데, 그 소리가 서걱서걱하니 참 처량하기 짝이 없었지.

    하지만 박생의 눈빛만큼은 맑았소. "재물은 뜬구름 같고, 학문은 영원한 등불이라." 혼잣말을 내뱉으며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집니다. 부엌에서는 아내가 다 타버린 솥을 긁는 소리가 들려오지요. 쌀독 바닥 긁는 소리가 선비의 가슴을 후벼 파지만, 박생은 짐짓 모르는 체하며 글 읽는 소리를 더 높였소.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선비의 기개는 꺾일 수 없느니라!" 하고 말이야.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말이오. 박생은 이렇게 가난하면서도 동네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어. 한번은 옆집 할머니가 다리가 아파 땔감을 못 구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본인도 기운이 없어 비틀거리면서도 산에 올라 나무 한 짐을 해다 드렸지. 또 한번은 지나가던 나그네가 배가 고파 쓰러지자, 아내가 어렵게 구한 죽 한 사발을 통째로 내어주기도 했소. 아내는 속이 터져서 "우리 애들은 물로 배를 채우는데, 어찌 저런 선행만 베푸십니까!"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박생은 그저 허허 웃으며 아내의 거친 손을 꼭 잡아줄 뿐이었지.
    박생은 생각했소. '인간의 명은 하늘에 달려 있고, 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라.'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지. 장마가 길어져 지붕에선 물이 새고, 아이들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져 갔어. 박생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낡은 비단 한 필을 챙겨 들었소. 이것만큼은 팔지 않으려 했건만, 자식들 입에 들어갈 쌀 한 되가 급했거든. 박생은 비단 필을 품에 안고, 문지방을 넘으며 아내의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았소.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그 눈빛으로 말이오. 마을 어귀를 지나 읍내 장터로 향하는 길, 박생의 걸음걸이는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그의 마음속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가득했소. 험한 산길을 지나며 짚신 바닥이 다 닳아 없어질 때쯤, 저 멀리 왁자지껄한 장터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지. 그 소음이 박생에게는 희망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시련의 예고인지 알 길 없는 채로 말이오.

    ※ 장터의 기인과 녹슨 구리거울의 만남

    자, 드디어 장터에 도착했소!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고, 온갖 물건들이 눈을 어지럽히는데, 가난한 선비 박생에게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라. 박생은 비단 필을 내놓고 구석에 쪼그려 앉았네. "비단 사시오, 아주 질 좋은 비단이오."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니 누가 쳐다나 보겠소? 상인들은 박생의 남루한 차림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며 지나치고, 어떤 이는 "거지 선비가 훔친 거 아니냐"며 수군거리기도 했지. 박생의 얼굴은 화끈거리고 가슴은 방망이질 쳤어. 평생 글만 읽던 양반이 장터 바닥에서 물건을 파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겠나.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장터 사람들이 하나둘 짐을 싸는데 박생의 비단은 여전히 그대로였어. 절망적인 마음으로 비단을 다시 싸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찔렀소. 고개를 들어보니, 온몸에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는 산발을 한 기괴한 노인이 박생 앞에 서 있는 게 아니겠나? 노인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박생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지. 노인은 박생이 내놓은 비단을 슥 훑어보더니, 품 안에서 헝겊에 싼 둥그런 물건 하나를 꺼냈소.

    "보아하니 집에 쌀이 급한 모양인데, 이 비단과 내 거울을 바꾸지 않겠나?" 노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 박생은 황당했지. "어르신, 저는 지금 아이들 쌀을 사야 합니다. 이런 거울이 무슨 소용입니까?" 하지만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헝겊을 벗겨냈소. 거기엔 녹이 잔뜩 슬어 형체도 잘 안 보이는 낡은 구리거울이 들어 있었지. "이건 그냥 거울이 아니야. 자네의 앞날을 비춰주는 보물이지. 이걸 가져가면 쌀 몇 가마니보다 훨씬 귀한 것을 얻게 될 걸세." 노인은 박생의 대답도 듣지 않고 비단을 홱 낚아채더니, 거울을 박생의 손에 쥐어주고는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박생은 멍하니 서서 손에 들린 거울을 바라보았소. '아이고, 조상님 비단을 이런 고물과 바꾸다니! 나는 이제 집에 가서 처자식 볼 낯이 없구나.' 박생은 가슴을 치며 후회했지. 거울을 내던져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노인의 그 형형한 눈빛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소. 박생은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네. 장터에서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두 배는 더 길게 느껴졌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나고, 다리는 후들거려 자꾸만 넘어지려 했지. 동네 어귀에 들어서니 이웃들이 물어봅니다. "박 선비, 비단 잘 팔았소? 오늘 저녁엔 쌀밥 좀 먹겠구먼!" 그 소리가 가시처럼 박생의 가슴을 찔렀지.
    집 마당에 들어서니 아내가 기대를 가득 품고 뛰어 나옵니다. "서방님, 비단은 어찌 되었나요? 쌀은 좀 사 오셨습니까?" 박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품 안에서 거울을 꺼내 놓았소. 아내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지. "이게 뭡니까! 아이들은 배가 고파 잠도 못 자는데, 이 녹슨 고물을 가져오셨단 말입니까!" 아내는 통곡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박생은 마당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었소. 달빛만이 차갑게 박생과 거울을 비추고 있었지. 박생은 속상한 마음에 소매로 거울에 낀 녹을 슥슥 닦아냈소. '도대체 이 거울이 뭐라고 그 귀한 비단과 바꿨단 말인가.' 그런데 말이오, 녹을 닦아내면 닦아낼수록 거울에서 이상한 푸른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나? 박생은 침을 꼴깍 삼키고 거울을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소. 그런데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전혀 본 적 없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지. 그 광경을 본 박생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고, 거울을 쥔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소.

    ※ 거울 속에 비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

    여러분, 박생이 그 거울을 닦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거울 속에는 박생의 얼굴이 아니라, 마치 연극 무대처럼 한 장면이 서서히 떠올랐소. 그런데 그 장면이 참으로 해괴했지. 바로 박생 자신의 집 안방이었는데,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추워진 늦가을쯤이었나 보오. 거울 속 박생은 지금보다 훨씬 더 수척해진 모습으로 자리에 누워 헐떡이고 있었는데, 그 낯빛이 이미 산 사람의 것이 아니었소. 방 안에는 흰 소복을 입은 아내와 아이들이 통곡을 하며 박생의 손을 잡고 있었고, 방 밖에는 웬 낯선 사내들이 들이닥쳐 가재도구를 밖으로 내던지며 빚 독촉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소?
    박생은 너무 놀라 거울을 떨어뜨릴 뻔했지.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장난이란 말이냐!" 박생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소. 그러자 장면이 바뀌더니 이번에는 마당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관 하나가 보였소. 그 위에는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되는 축문이 적혀 있었는데, 그 날짜를 자세히 보니 바로 다음 달 보름날이었던 게요! 박생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날짜는 선명했소. 즉, 박생은 다음 달 보름날이면 목숨을 잃고, 남겨진 가족들은 빚쟁이들에게 쫓겨 길거리로 나앉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거울이 미리 보여준 것이었지.

    박생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소. "내가 죽는단 말인가? 그것도 불과 한 달 뒤에?" 박생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손발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지. 평생 청빈하게 살면서 남에게 해 한 번 끼치지 않았는데, 돌아오는 것이 이런 비참한 죽음과 가족들의 고통이라니! 박생은 거울을 쥔 채 마당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소. 밤이 깊어 이슬이 내려앉아 도포 자락이 축축해지는 줄도 모르고 말이오. 방 안에서는 아내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마치 거울 속에서 본 장례식장의 통곡 소리와 겹쳐 들려 박생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놓았소.

    그는 거울을 수건으로 꽁꽁 싸서 벽장 깊숙이 밀어 넣었소. '아니야, 이건 환상일 뿐이야. 그 노인이 나를 홀린 게 분명해.' 박생은 스스로를 달래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눈만 감으면 거울 속의 그 차가운 관과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지. 다음 날 아침, 박생은 초췌한 얼굴로 대문을 나섰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의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지. 복채로 줄 돈도 없어 아끼던 벼루 하나를 들고 갔소. 점쟁이는 박생의 얼굴을 보자마자 혀를 쯧쯧 차며 고개를 돌렸소. "선비님, 묘 자리는 봐두셨소? 발등에 벌써 저승 흙이 묻었구려." 그 소리에 박생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소. 거울 속 예언이 허상이 아님을 확인한 셈이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박생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소. 동네 어귀에 핀 들꽃 하나, 담벼락에 앉은 참새 한 마리도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마지막 풍경처럼 느껴졌지. 박생은 문지방을 넘으며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소. 저 어린것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을까. 아내의 고생은 또 어찌할꼬. 박생은 방으로 들어가 다시 거울을 꺼냈소. 혹시라도 장면이 바뀌었을까 싶어 닦고 또 닦아보았지만, 거울은 여전히 차가운 관과 통곡하는 가족들만을 비추고 있었지. 박생은 거울을 가슴에 품고 소리 없이 울었소. "하늘도 무심하시지, 정녕 저에게 남은 시간이 이것뿐입니까!" 박생의 통곡이 빈 방안을 가득 채웠지만, 대답하는 이는 오직 차가운 금속성 빛을 내뿜는 구리거울뿐이었소.

    ※ 운명을 바꾸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깨달음

    여러분, 여러분 같으면 당장 한 달 뒤에 죽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찌하시겠소? 어떤 이는 남은 돈을 다 써버리며 방탕하게 지낼 것이고, 어떤 이는 무서워 방 안에 숨어만 있겠지. 박생도 처음엔 그랬소. 곡기를 끊고 누워서 "차라리 지금 죽여달라"며 하늘을 원망했지. 하지만 사흘 밤낮을 고민하던 박생의 머릿속에 문득 그 기이한 노인의 말이 떠올랐소. "이걸 가져가면 쌀 몇 가마니보다 훨씬 귀한 것을 얻게 될 걸세."
    '그래, 그 노인이 나를 죽이려고 이 거울을 준 건 아닐 게야. 미래를 보여준 건, 대비하라는 뜻이 아닐까?' 박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소.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이 마지막 한 달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게 써보기로 결심한 것이지. 박생은 우선 집안에 남은 마지막 재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소. 비록 가난했지만 조상님께 물려받은 작은 밭뗏기 하나와 책 몇 권, 그리고 마지막 남은 놋그릇까지 모두 시장에 내다 팔았소. 아내는 기가 막혀 실성을 한 사람처럼 박생을 쳐다보았지. "서방님, 이제는 정말 우리 식구 굶어 죽으라는 말씀입니까! 그 보잘것없는 것들을 다 팔아서 어쩌시려고요!"

    박생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말했소. "부인, 내 뜻이 있으니 한 번만 믿어주시오. 이 돈은 우리 식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오." 박생은 판 돈을 들고 가장 먼저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과부댁을 찾아갔소. 남편을 잃고 어린 자식 셋을 키우며 끼니를 거르던 그녀에게 박생은 쌀 두 가마니를 보냈지. 그리고는 다리가 끊겨 장터에 못 가는 노인들을 위해 목수를 사서 다리를 고치고, 길가에 쓰러진 병자들을 위해 약값을 내놓았소. 박생의 주머니는 순식간에 비어갔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마음은 거울을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평온해졌소.
    박생은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았소. 혹시라도 장면이 바뀌었을까 해서 말이오. 하지만 야속하게도 거울 속 장면은 변함이 없었소.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거울 속 박생의 얼굴은 더 까칠해져 갔지. 마을 사람들은 박생을 보고 "박 선비가 죽을 때가 되니 미쳤나 보다"라며 수군거렸소. 하지만 박생은 아랑곳하지 않았지. "내가 죽어서 저승에 갈 때 가져갈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베푼 덕뿐이로다." 박생은 남은 돈 탈탈 털어 마을 입구에 커다란 솥을 걸고, 지나가는 나그네와 거지들을 위해 매일같이 죽을 쑤어 대접했소.

    그러던 어느 날이었소. 죽을 나누어 주던 박생 앞에 웬 늙은 스님 한 분이 나타났지. 스님은 박생이 건네는 죽 한 그릇을 천천히 비우더니 박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니겠소? "선비님, 얼굴에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오만, 어찌 이리 밝은 미소를 짓고 계십니까?" 박생은 껄껄 웃으며 대답했소. "스님, 제가 곧 갈 곳이 정해져 있는데 어찌 어두운 표정으로 가겠습니까. 가는 길에 남 좋은 일 하나라도 더 하고 가야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아 이리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소. "운명이란 정해진 물길과 같으나, 그 물길을 막는 둑은 사람이 쌓는 법이지요. 선비님이 쌓은 이 죽 그릇의 둑이 얼마나 높은지 나중에 보시게 될 것입니다."
    스님은 그 말을 남기고 안개처럼 사라졌고, 박생은 다시 묵묵히 죽을 펐소. 이제 약속된 보름날까지 남은 시간은 단 사흘. 박생은 마지막으로 거울을 닦았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거울 속 장면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차갑던 관 주변에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소? 그것도 곡을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기적을 바라는 듯한 간절한 표정으로 말이오. 박생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소. '정말 내 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박생은 남은 사흘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행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마을 뒷산 가장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 정한수를 떠 놓고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소.

    ※ 전 재산을 털어 베푼 마지막 잔치와 귀인들

    여러분, 드디어 운명의 보름날 하루 전날이 밝았소. 박생 선비의 집은 이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털터리가 되었지. 삐걱거리는 사립문은 경첩이 떨어져 덜렁거리고, 쌀독은 바닥을 긁다 못해 구멍이 날 지경이었소. 하지만 박생은 그날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마당을 깨끗이 쓸었소.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돌아가신 아버님이 물려주신 낡은 거문고와 하나뿐인 옥관자를 들고 장터로 향했지. 아내는 이제 말릴 기운조차 없어 그저 마루 끝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소.
    박생은 장터에서 그 소중한 유품들을 팔아 얻은 돈으로 쌀 몇 말과 돼지고기 몇 근, 그리고 막걸리 몇 통을 샀소. 그리고는 마을 어귀에 커다란 방을 붙였지. "오늘 저녁, 박생의 집에서 마지막 잔치를 여니 마을의 굶주린 이들은 누구든 와서 배불리 드시오." 사람들은 수군거렸소. "박 선비가 정말 미쳤나 보군. 본인 식구들은 굶기면서 남을 먹인단 말인가?" 하지만 박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부엌으로 들어가 아내를 도와 불을 지폈소.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박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 "부인,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차려주는 마지막 밥상이 될지도 모르니, 부디 정성을 다해 주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마을의 거지들과 오갈 데 없는 독거노인들, 그리고 병든 이들이 하나둘 박생의 집으로 모여들었소. 남루한 옷차림의 그들은 미안함에 마당 구석에 머뭇거렸지만, 박생은 일일이 그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온돌방으로 안내했소. "어서 오십시오. 오늘만은 양반 상놈 구분 없이 다 같은 이웃입니다. 배불리 드시고 기운을 차리십시오." 박생은 직접 국밥을 말아 노인들의 상 앞에 놓아주고, 어린 거지 아이들의 입에 고기 한 점을 넣어주었소.

    잔치가 한창일 때, 웬 남루한 차림의 세 사내가 대문을 들어섰소. 그들은 얼굴에 그늘이 깊고 눈빛이 매서웠으나, 박생은 그들을 귀한 손님처럼 맞이했지.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소. 이쪽으로 앉으시오." 사실 그 사내들은 고을의 악명 높은 빚쟁이들이었소. 박생이 죽으면 그 집과 땅을 가로채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자들이었지. 하지만 박생이 내미는 진심 어린 술잔과 따뜻한 국밥 앞에서 그들의 매서운 눈매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소. 박생은 그들에게 말했지. "내가 만약 내일 이 자리에 없더라도, 우리 어린 자식들과 아내에게는 부디 모질게 대하지 말아 주시게나. 여기 이 술 한 잔에 내 간절한 부탁을 담았소."
    밤이 깊어지자 잔치는 절정에 달했소. 배를 채운 노인들은 박생의 덕망을 칭송하며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기 맛에 환호성을 질렀지. 박생은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품 안의 거울을 꺼내 보았소.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거울 속의 그 차갑고 어두운 관은 온데간데없고, 수많은 사람이 박생의 집 주변을 둘러싸고 환한 등불을 들고 있는 장면이 희미하게 비치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소? 박생의 심장은 다시금 요동쳤소. '정말... 정말 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여전히 거울 한구석엔 보름날의 날짜가 시커멓게 새겨져 있었지. 박생은 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 뒤, 텅 빈 마당에 홀로 서서 보름달이 떠오를 하늘을 올려다보았소. 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 "하늘이시여, 저는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다만 저들에게 뿌린 이 작은 씨앗들이 헛되지 않게만 해주소서."

    ※ 운명의 그날, 거울 속 예언이 빗나가다

    드디어 운명의 날인 보름날이 밝았소. 박생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가장 깨끗한 흰 옷으로 갈아입었소.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박생이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했는지, 방 안은 온통 초상집 분위기였지. 박생은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타일렀소. "아버지가 먼 길을 떠나더라도, 너는 늘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겠느냐?" 박생은 담담하게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소. 이제 해가 지고 달이 높이 뜨면 거울이 예언한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었지.
    마을 사람들은 박생의 집 주변으로 모여들었소. 어제 잔치에서 대접을 받은 거지들과 노인들은 박생의 집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정성껏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지. "하늘이시여, 저런 착한 선비님을 데려가시면 안 됩니다. 차라리 저 같은 늙은이를 데려가십시오!" 그들의 간절한 중얼거림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소. 달은 점점 차올라 정수리 위로 높게 솟았고, 마을 전체가 대낮처럼 환한 달빛 아래 놓였지. 박생은 방 안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소. 발끝부터 차가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고, 가슴은 짓눌리는 듯 답답해졌지.

    그때였소! 밖에서 "우와아!"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어. 박생은 힘겹게 눈을 뜨고 벽장에 숨겨두었던 구리거울을 꺼냈소. 거울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푸른 빛을 내뿜으며 부르르 떨고 있었지. 박생이 거울을 들여다보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소.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 셋이 박생의 집 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집을 에워싸고 있던 수백 명의 마을 사람의 기도가 황금빛 벽이 되어 사자들을 막아서고 있는 게 아니겠소? 사자들은 당황하며 명부를 뒤졌지. "이상하다, 분명 이 집 주인의 명이 오늘까지인데, 어찌 이리 강한 덕의 기운이 앞길을 막는단 말이냐!"

    그때 사자들 앞에 어제 죽 한 그릇을 얻어먹었던 그 늙은 스님이 홀연히 나타났소. 스님은 지팡이를 내리치며 호통을 쳤지. "이보게들! 이 선비는 자신의 명을 팔아 백성의 배를 채웠고, 자신의 운명을 깎아 타인의 눈물을 닦아주었소. 하늘의 명부보다 더 높은 것이 백성의 마음이니, 어찌 감히 이 사람을 데려가려 하느냐!" 스님의 외침에 저승사자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숙였소. 그리고는 명부에서 박생의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수산(壽山) - 산처럼 장수할 운명'이라는 글자를 새로 새겨 넣었지. 사자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순간, 박생을 짓누르던 그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몸에 따스한 봄바람 같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소.
    박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소. 손에 든 구리거울을 보니, 아까까지 보이던 그 끔찍한 관과 통곡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지. 대신 거울 속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수많은 손주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박생 자신의 미래 모습이 비치고 있었소. 박생은 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나갔지. 마당에는 달빛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은 마을 사람들이 박생을 기다리고 있었소. "선비님! 살아나셨군요!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박생은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으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소. 그것은 죽음의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진심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그 경이로운 깨달음 때문이었지. 박생은 구리거울을 높이 들어 달빛에 비추어 보았소. 거울은 이제 더 이상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투명하게 박생과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비춰주고 있었소.

    ※ 거울을 깨뜨리고 얻은 진정한 삶의 가치 (결말 및 여운)

    여러분, 그 기적 같은 보름밤이 지나고 난 뒤, 박생 선비의 집 마당에 드리운 달빛은 어제와 같았으나 그 공기는 전과는 사뭇 달랐소. 이제껏 박생의 어깨를 짓누르던 그 무거운 죽음의 그림자가 걷히고 나니, 마당 구석에 핀 이름 모를 잡초 하나조차 눈부신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지. 박생은 방 안에서 깊고 단잠을 자고 일어났소. 눈을 뜨니 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마치 황금빛 비단처럼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박생은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지. 거칠고 말랐던 손마디에 다시금 따뜻한 온기가 돌고, 심장은 마치 북소리처럼 힘차게 뛰고 있었소. "아,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늘이 나에게 두 번째 삶을 주셨구나!"
    박생은 가장 먼저 벽장 속에 넣어두었던 그 구리거울을 꺼냈소.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던 푸른 빛은 사라지고, 이제는 장터에서 처음 보았던 그 낡고 녹슨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지. 박생은 거울을 비단 수건에 정성스레 싸서 품에 안고 툇마루로 나갔소. 마당에는 아내가 밤새 정성껏 끓인 미역국을 들고 서 있었지. 아내는 남편의 건강한 모습을 보자마자 국사발을 내려놓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소. "서방님, 이제는 정말 저를 두고 가시지 않는 거지요? 다시는 그런 무서운 말씀 하지 마셔요." 박생은 아내의 거친 손을 꼭 잡으며 허허 웃었소. "부인, 걱정 마시오. 이제 내 명줄은 저 산보다 더 길어졌다고 하니, 우리가 백년해로하며 손주들 재롱 볼 날이 머지않았소."

    박생 선비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고을 너머까지 퍼져나갔소. 사람들은 박생을 '덕으로 죽음을 이긴 선비'라 칭송하며 존경했지. 어제 잔치에 왔던 빚쟁이들은 아침 일찍 박생의 집을 찾아와 빚 문서를 불태워버렸소. "박 선비님, 저희가 사람을 몰라봤습니다. 선비님 같은 분의 집을 뺏으려 했다니, 천벌을 받을 뻔했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집을 수리할 자재와 식량을 싣고 와서 박생을 도왔지.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 쌀 한 바가지, 보리 한 되씩을 들고 와 박생의 빈 쌀독을 가득 채워주었소. 박생은 그들에게 말했지. "이것은 제 복이 아니라, 여러분이 나누어준 마음의 결실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돌보며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박생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그 거울에 대한 근심이 있었소. '이 거울이 있으면 내 앞날을 다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만약 또 다른 시련이 닥칠 것을 미리 안다면, 나는 매일매일을 두려움 속에서 떨며 살지 않겠는가.' 박생은 결심했소. 그는 거울을 들고 처음 그 기이한 노인을 만났던 장터로 향했지. 하지만 장터 어디에도 그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소. 박생은 장터를 돌아 나와 마을 뒷산의 깊은 계곡으로 향했소. 맑은 물이 콸콸 흐르는 바위 위에 서서 박생은 마지막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지. 이제 거울 속에는 더 이상 미래의 장면이 보이지 않았어. 오직 인자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박생 자신의 얼굴만이 맑게 비치고 있었지.

    "미래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로다." 박생은 혼잣말을 내뱉으며 들고 있던 무거운 돌을 들어 거울을 내리쳤소. "챙강!" 소리와 함께 구리거울은 수십 조각으로 부서져 계곡물 속으로 흩어졌지. 박생은 속이 다 시원했소. 보물에 의지해 운명을 점치는 삶보다, 자신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히 채워가는 삶이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지. 거울 조각들은 물살을 타고 멀리멀리 떠내려갔고, 박생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왔소.
    그 후로 박생은 어찌 되었느냐고? 그는 정말 거울 속에서 본 것처럼 90세가 넘도록 장수하며 마을의 큰 어른으로 대접받았소. 그의 자식들은 모두 훌륭하게 자라 가문을 일으켰고, 마을은 '인정이 넘치는 마을'로 소문이 나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지. 박생은 죽는 날까지 마을 입구의 죽 솥을 거두지 않았소. 나그네가 지나가면 반드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어려운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낙으로 삼았지. 박생이 세상을 떠나던 날,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나그네가 몰려와 산천이 울리도록 곡을 했다고 하더군. 여러분, 우리 삶에도 때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닥칠 때가 있지요. 하지만 박생 선비처럼 그 운명을 '덕'과 '선행'으로 맞선다면, 하늘이 정해준 물길조차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신비로운 구리거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진짜 보물이 아닐까요?

    유튜브 엔딩 멘트

    자, 오늘 준비한 『계서야담』 속 마법 거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보고도 좌절하는 대신, 전 재산을 털어 이웃을 도운 박생 선비의 용기가 참으로 대단하지요? "운명의 둑은 사람이 쌓는 법"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가슴 깊이 남습니다.

    우리 시청자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습니까? 혹시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박생 선비의 그 선한 마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내가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훗날 나를 구하는 커다란 복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오늘 밤엔 박생 선비가 맞이했던 그 평온한 달밤처럼,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주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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