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병든 장인을 모시기로 한 사위, 복이 문턱을 넘다 『동야휘집』
태그 (15개)
#만복야담, #야담, #동야휘집, #효도이야기, #사위이야기, #권선징악, #조선시대이야기, #전래이야기, #구전설화, #해피엔딩, #시니어라디오, #옛날이야기, #감동사연, #복받는이야기, #오디오드라마
#만복야담 #야담 #동야휘집 #효도이야기 #사위이야기 #권선징악 #조선시대이야기 #전래이야기 #구전설화 #해피엔딩 #시니어라디오 #옛날이야기 #감동사연 #복받는이야기 #오디오드라마


후킹멘트 (295자)
남들은 다 짐이라 했습니다. 병들어 자리보전한 늙은 장인을 누가 모시려 하겠습니까. 잘사는 두 동서는 핑계를 대며 발을 뺐고, 마을 사람들조차 혀를 찼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난한 막내 사위만은 달랐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끼니도 잇기 어려운 살림에 중풍 든 노인까지 떠안았으니, 다들 미련하다 손가락질을 했지요. 한데 어찌 된 일일까요. 그 가난한 집 문턱을, 어느 날부터 복이 넘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심 하나로 재산을 물려받고 아들딸 복까지 누린 사위. 충청도 진천 땅의 이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 드리겠습니다.
※ 1: 부자 한 진사와 가난한 막내 사위
충청도 진천 고을에 한경운이라는 진사가 살았다. 젊어서는 과거 공부에 밤낮을 매달렸으나 끝내 벼슬길에는 오르지 못하고, 대신 물려받은 전답을 알뜰히 늘려 고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 사람이었다. 곳간에는 늘 곡식이 그득했고, 흉년이 들면 가난한 이웃에게 양식을 꾸어 주되 이자를 모질게 받는 법이 없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이가 있어도 모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너그러이 기다려 주었으니, 진천 사람들은 그를 두고 이렇게들 말하곤 했다.
"한 진사 어른은 곳간만 큰 게 아니라, 마음 그릇이 더 크신 분이지. 저런 어른 밑에서 사위 노릇 하는 이는 전생에 복을 쌓은 게야."
한 진사에게는 슬하에 아들이 없고 딸만 셋이 있었다. 큰딸과 둘째 딸은 일찍이 좋은 혼처를 만나 시집을 보냈다. 큰사위 최 서방은 읍내에서 제법 큰 미곡상을 하는 집안의 자식이었고, 둘째 사위 조 서방은 인근 고을에서 마름을 부리며 사는 살림 넉넉한 집의 아들이었다. 두 사위 모두 번듯한 살림에 남부럽지 않은 형편이라, 한 진사도 사위를 들일 때마다 어깨가 으쓱했다. 잔칫날이면 두 사위는 비단 두루마기를 떨쳐입고 와서 좌중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곤 했다.
문제는 막내딸이었다. 한 진사가 늘그막에 본 막내딸은 얼굴도 곱고 마음씨도 비단결 같았으나, 정작 시집갈 나이가 되자 한 진사는 도무지 마음에 드는 혼처를 찾지 못했다. 재물만 보고 달려드는 자들이 싫었고, 그렇다고 사람 됨됨이 변변찮은 자에게 귀한 딸을 줄 수도 없었다. 매파가 들고 오는 혼처마다 한 진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던 차에 한 진사의 눈에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같은 고을 산자락 아래 사는 가난한 선비 윤덕재였다.
윤덕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변변한 전답 한 마지기 없이 글공부로 끼니를 잇는 청년이었다. 비록 살림은 찢어지게 가난했으나, 그 행실이 반듯하고 효성과 의리가 남달라 마을에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늙은 이웃이 길에서 넘어지면 제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모르고 달려가 부축했고, 동네에 초상이 나면 밤을 새워 일을 거들었다. 굶주린 거지가 문 앞에 오면 제 밥을 덜어 내어 주기까지 했다. 한 진사는 그 됨됨이를 오래도록 눈여겨보고는 어느 날 무릎을 쳤다.
'재물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요,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천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법. 곳간 가득한 곡식보다 저 청년의 마음 한 자락이 더 값지다. 내 막내딸을 저 청년에게 주리라.'
한 진사가 막내 사위로 윤덕재를 들이겠다 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큰사위와 둘째 사위는 물론이요, 두 딸까지 나서서 펄쩍 뛰었다.
"아버님, 어찌 그런 비렁뱅이 선비에게 귀한 처제를 주려 하십니까. 사람들 보기에도 망신이옵니다. 동네에서 뭐라 수군대겠습니까."
그러나 한 진사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막내딸은 윤덕재에게 시집을 갔고, 산자락 아래 다 쓰러져 가는 초가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비록 가난했으나 두 사람의 금실은 더없이 좋았다. 막내딸은 시집올 때 친정에서 받은 패물을 팔아 살림 밑천을 삼았고, 윤덕재는 낮이면 남의 논밭을 부치고 밤이면 글을 읽으며 부지런히 살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한 진사는 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두 언니처럼 비단옷을 입지는 못했으나, 막내딸은 단 한 번도 제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다. 친정에 들를 때면 도리어 아버지의 흰머리를 손수 빗겨 드리며 살가운 정을 나누었고, 손수 지은 무명옷을 정성껏 다려 입혀 드렸다. 한 진사는 그런 막내딸과 사위를 볼 때마다, 비단옷 입고 와서 안부만 묻고 가는 두 언니 내외에게서는 느끼지 못한 따뜻한 정을 느꼈다.
'저 아이들은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이 부유하구나. 사람의 진짜 살림은 곳간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법이지.'
그렇게 몇 해가 흘렀다. 한 진사의 나이 어느덧 일흔에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늦가을, 마당에서 떨어진 감을 줍던 한 진사가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식솔들이 놀라 달려와 보니, 한 진사의 한쪽 팔다리가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했고, 입은 한쪽으로 비뚤어진 채 말조차 어눌해져 있었다. 고을에서 용하다는 의원을 급히 불렀다. 의원은 한참 진맥을 하더니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중풍이올시다. 연세도 있으시니 자리보전을 하셔야 할 듯합니다. 곁에서 누군가 밤낮으로 수발을 들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우실 게요."
한 진사의 부인은 이미 여러 해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그를 곁에서 돌볼 사람이라고는 세 딸과 세 사위뿐이었다. 그러나 큰딸과 둘째 딸은 각자 멀리 시집가 제 살림에 매여 있었고, 한집에 모셔 수발할 형편이 되는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모두가 입으로는 효를 말했으나, 막상 똥오줌 받아 내는 궂은일 앞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그 말에 안방에 모여 앉은 식솔들의 얼굴빛이 일제히 어두워졌다. 천하의 한 진사가 하루아침에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병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곳간 가득한 재물도, 고을의 명망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 소용이 없어 보였다. 방 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누구도 선뜻 입을 열어 "제가 모시겠습니다" 하는 이가 없었다.
※ 2: 외면하는 두 동서
한 진사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퍼지자, 큰사위 최 서방과 둘째 사위 조 서방이 부랴부랴 진천 본가로 달려왔다. 두 사위는 안방에 누운 장인의 비뚤어진 얼굴을 보고는 짐짓 눈물을 훔치며 안타까워하는 시늉을 했다.
"장인어른, 이게 어인 일이옵니까. 그토록 정정하시던 분이…."
그러나 그 속내는 따로 있었다. 안방을 나와 사랑방에 모여 앉은 두 사위는 곧 목소리를 낮추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형님, 이거 큰일 났습니다. 장인어른이 저 지경이 되셨으니 누가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큰사위 최 서방이 헛기침을 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야 읍내에서 미곡상을 하느라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네. 가게를 비웠다간 그동안 쌓은 거래처가 다 떨어져 나갈 걸세. 게다가 우리 안사람은 요즘 몸이 영 성치 않아서,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형편이라네."
둘째 사위 조 서방도 질세라 손사래를 쳤다.
"저야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추수 때가 코앞인데 마름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있어야지요. 게다가 우리 집은 진천에서 한나절은 족히 걸리는 길이라, 오가며 수발을 든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두 사위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핑계를 늘어놓았다. 결국 두 사람의 속셈은 한 가지였다. 자리보전한 늙은 병자를 모시는 일은 죽기보다 싫되, 장차 한 진사가 남길 그 어마어마한 재산만큼은 한 톨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모시는 일은 슬그머니 떠넘기고, 재산 이야기가 나올 때만 발 빠르게 나설 작정이었던 것이다. 최 서방은 슬쩍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
"이보게 조 서방, 어차피 모실 사람은 따로 있지 않겠나. 막내 동서 말일세. 그 사람이야 농사꾼이니 시간도 많고, 본디 효심도 지극하다 소문이 자자하지 않나. 우리가 굳이 나설 일이 무에 있겠나. 모시는 일은 그쪽에 맡기고, 우리는 재산 나눌 때나 단단히 챙기면 그만이지."
조 서방이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 미련한 막내한테 떠넘기면 우리 손에 흙 한 줌 묻히지 않아도 되겠군요. 본디 정 많고 어수룩한 사람이라, 마다하지도 못할 겝니다."
두 사위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이미 셈을 끝낸 터였다. 한 사람은 곳간 가득한 곡식과 열쇠 꾸러미를, 다른 한 사람은 기름진 전답과 산판을 머릿속에 그리며 흐뭇해했다. 정작 병든 장인을 어찌 편히 모실지, 그 어른의 비뚤어진 입에 미음 한 술 어찌 떠넣을지는 두 사람 머릿속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재물을 어찌 나눌 것인가, 그 셈만이 두 사람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옛말에 어려울 때 등을 돌리는 것이 사람의 본바탕을 가장 잘 드러낸다 하였으니, 평소 인심 좋던 장인의 그늘에서 단물만 빨아먹고 자란 두 사위의 본색이 바로 이 순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막내 사위 윤덕재가 장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십 리 길을 한달음에 달려왔다. 윤덕재는 흙 묻은 짚신을 미처 털지도 못한 채 안방으로 뛰어들어 장인의 손을 부여잡았다.
"장인어른, 이게 어찌 된 일이옵니까. 소서가 늦었습니다, 소서가 늦었어요."
윤덕재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비뚤어진 입으로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 장인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한 점 거짓도 없었다. 그는 장인의 굳은 손을 제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참을 어루만졌다. 차갑게 식어 가는 그 손에 자신의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듯, 입김까지 호호 불어 가며 주물렀다. 안방 한구석에 서 있던 막내딸도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꼈다. 그 광경을 사랑방 문틈으로 지켜보던 두 사위는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
'흥, 가난한 주제에 눈물은 많구나. 잘됐다. 저렇게 정 많은 막내 사위에게 슬쩍 떠넘기면 그만이지. 제 발로 굴러 들어온 복이로구나.'
이윽고 식솔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누가 장인을 모실 것인가, 그 무거운 이야기를 꺼낼 차례였다. 큰사위가 먼저 점잖은 척 운을 뗐다.
"우리야 다들 형편이 이러하니… 그래도 자식 된 도리로 모셔야 마땅하나, 저마다 사정이 딱하지 않은가. 어디 좋은 수가 없을까."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 시선은 슬그머니 막내 사위 윤덕재에게로 향했다. 둘째 사위도 기다렸다는 듯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도 저도 도무지 손을 뺄 수가 없는 처지인데… 막내 동서는 그래도 농사일이라 좀 더 자유롭지 않은가. 게다가 동서네가 장인어른 집과도 가장 가깝고."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윤덕재에게로 쏠렸다. 두 동서의 속셈을 윤덕재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윤덕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두 분 형님께서 사정이 그러하시다면, 장인어른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가진 것은 없으나 정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순간 방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막내딸이 놀란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았고, 두 동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짐짓 미안한 척 표정을 꾸몄다. 비뚤어진 입의 한 진사만이, 어눌한 신음 속에서 무어라 말하려다 끝내 삼키고는 천장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흐릿한 눈가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 3: 병든 장인을 모셔 오다
막내 사위 윤덕재가 장인을 모시겠다 나서자, 두 동서는 마지못한 척하면서도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을 보고 내심 안도했다. 큰사위는 인심 쓰듯 한마디를 보탰다.
"동서가 그리 효심이 지극하니 참으로 고맙네. 우리도 형편 닿는 대로 거들 터이니, 너무 걱정 말게."
그러나 그 '거들겠다'는 말이 빈말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자리의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튿날, 윤덕재는 장인을 들것에 모시고 십 리 산길을 넘어 제 집으로 향했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 방이라야 단칸이 조금 넘는 좁은 살림이었다. 막내딸은 그나마 볕이 잘 드는 안방을 비워 아버지를 눕히고, 자신들은 윗목 차가운 자리로 물러났다. 윤덕재는 손수 흙을 이겨 벽 틈을 메우고, 외풍이 들지 않도록 문에 두꺼운 종이를 덧발랐다. 장인이 누울 자리에는 제 손으로 새로 짠 자리를 깔고, 행여 등이 배길까 마른풀을 두툼하게 받쳤다.
그 소식이 고을에 퍼지자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더러는 윤덕재의 효심을 칭찬했으나, 더 많은 이들은 혀를 찼다.
"끼니도 못 잇는 살림에 중풍 든 노인을 떠안다니, 저 사람 미련하기 짝이 없구먼."
"잘사는 두 동서가 쏙 빠지고 가장 가난한 막내한테 떠넘겼으니, 저거 두고두고 골병들 일이지.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무슨 효도란 말인가."
심지어 어떤 이는 빈정대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장인 재산이 탐나서 저러는 게지. 안 그러고서야 누가 저 고생을 사서 하겠나. 두고 보게, 속셈이 다 있을 게야."
그런 말들이 바람결에 윤덕재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러나 윤덕재는 한 번도 낯빛을 붉히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에게 장인을 모시는 일은 무슨 대단한 결심이 아니었다. 어려서 부모를 일찍 여의고 외롭게 자란 그에게, 자신을 알아봐 주고 귀한 딸까지 내어 준 장인은 친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었다.
'세상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 저분은 가진 것 없는 나를 사람대접해 주신 분이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할 뿐, 거기에 무슨 셈이 있겠는가. 남들의 입방아가 무에 그리 대수랴. 내 마음이 떳떳하면 그만이지.'
병자를 모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었다. 한 진사는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해 일어나 앉지도 못했고, 끼니때마다 미음을 떠먹여 드려야 했다. 비뚤어진 입으로는 자꾸만 음식이 흘러내려, 윤덕재는 한 숟가락 떠넣고 닦아 드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밤이면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 자리를 살피고, 굳은 팔다리를 정성껏 주물러 드렸다. 행여 등창이 날까 두어 시간마다 몸을 돌려 뉘었고, 더러워진 자리옷은 그날그날 손수 빨아 말렸다. 한겨울에도 찬물에 빨래를 하느라 그의 손은 늘 붉게 부르터 있었다. 막내딸 역시 친정아버지를 위해 밤낮으로 정성을 다했다.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죽 맛을 기억해 내어 똑같이 끓이려 애썼고, 입맛이 없어 하시면 손수 산나물을 캐다 무쳐 올렸다. 한밤중에 아버지가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리면 단숨에 달려가 등을 쓸어 드렸고,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군불을 지펴 방을 데웠다. 친정에서 곱게만 자란 딸이 어느새 거친 일에 손이 트도록, 오직 아버지 한 분을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보다 못한 이웃 아낙이 "친정아버지가 무에 그리 대수라고 새색시가 저리 고생을 사서 하나" 하고 안쓰러워하면, 막내딸은 그저 빙긋 웃으며 "아버님이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답할 뿐이었다.
가장 힘든 것은 살림이었다. 안 그래도 빠듯한 형편에 약값이며 미음 끓일 곡식이며, 들어갈 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윤덕재는 낮이면 전보다 더 부지런히 남의 논밭을 부쳐 품삯을 벌었고, 막내딸은 길쌈을 하고 삯바느질을 받아 한 푼 두 푼을 모았다. 그렇게 번 돈은 고스란히 장인의 약값과 보양식에 들어갔다. 부부는 정작 자신들은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장인의 미음에는 꼭 쌀을 넣었다.
처음 얼마간 한 진사는 도리어 사위 부부에게 모질게 굴었다. 자존심 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병자가 되어 남의 손에 똥오줌을 맡기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 비참했겠는가. 어눌한 말로 자꾸만 짜증을 내고, 떠먹이는 미음 그릇을 손으로 쳐 엎기도 했다. 어느 날은 어렵게 약을 달여 올리자, 한 진사가 그 약사발을 밀쳐 내며 더듬더듬 내뱉었다.
"그… 그만두어라. 늙은 것이… 어서 죽어야지, 너희 고생만… 시키는구나. 차라리… 나를 두 사위 집으로… 보내려무나."
윤덕재는 엎질러진 약을 말없이 닦고는, 다시 약을 달이러 부엌으로 갔다. 그러고는 새로 달인 약사발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돌아와 무릎을 꿇었다.
"장인어른, 그런 말씀 마십시오. 어른께서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이 사위는 든든합니다. 저를 자식으로 거두어 주신 그 은혜를, 이제야 조금 갚을 따름인데 어찌 고생이라 하겠습니까. 부디 약을 드시고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어른께서 다시 마당을 거니시는 날을 저는 꼭 보고 싶습니다."
그 말에 한 진사의 비뚤어진 눈가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날 이후로 한 진사는 더 이상 약사발을 엎지 않았다. 오히려 사위가 떠 주는 미음을 군말 없이 받아 삼키며, 가끔은 어눌한 말로 "고… 고맙다" 하고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 4: 삼 년 차도의 기미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흘렀다. 사위 부부의 지극한 정성에도 한 진사의 병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자리보전한 세월이 길어질수록 살림은 점점 더 기울어 갔다. 처음에는 그래도 곡식 가마니가 남아 있었으나, 이태가 지나고 삼 년째로 접어들자 곳간은 텅 비고 그나마 부치던 남의 논밭도 흉년이 들어 품삯이 줄어들었다. 부부의 옷은 기운 자리 위에 또 기운 자리가 겹쳐 누더기가 되었고, 끼니를 거르는 날도 늘어 갔다.
그러나 윤덕재 부부의 정성만큼은 단 한 번도 줄어들지 않았다. 윤덕재는 추운 겨울이면 제 이불을 걷어 장인에게 덮어 드리고, 자신은 짚단을 깔고 잤다. 막내딸은 행여 친정아버지 입맛이 없을까, 없는 살림에도 어떻게든 고깃점이라도 구해 미음에 넣어 드리려 애썼다. 장에 나가 삯바느질로 받은 엽전을 만지작거리다가도, 끝내 제 옷감 대신 아버지 드릴 조기 한 마리를 사 들고 돌아오곤 했다. 윤덕재는 한 진사의 굳은 팔다리가 조금이라도 풀리도록 매일같이 정성껏 주무르고, 날이 좋으면 등에 업고 마당으로 나가 햇볕을 쬐어 드렸다. 사위 등에 업힌 한 진사는 그 따뜻한 등을 느끼며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사위를 얻었던고. 친자식도 마다할 이 고생을,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위가 삼 년을 한결같이 하다니. 곳간 큰 두 사위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데, 가장 가난한 막내가 나를 살리는구나. 사람을 잘못 보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침 큰사위 최 서방이 진천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마지못해 윤덕재의 집에 잠깐 얼굴을 비쳤다. 마당에 들어선 최 서방은 사위 등에 업혀 햇볕을 쬐는 장인의 야윈 모습을 보고도 그리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텅 빈 곳간과 기울어진 살림을 슬쩍 둘러보고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됐다. 막내 동서가 저리 가난에 찌들었으니, 장차 장인 재산은 자연히 형편 넉넉한 우리 차지가 되겠구나. 저 미련한 것은 그저 병수발이나 들다 말 테지. 헛고생도 저런 헛고생이 없다.'
최 서방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약값에 보태라며 엽전 한 닢 내놓지 않았고, 떠나는 길에는 도리어 "동서가 고생이 많네" 하는 빈말 한마디만 던지고 갔다. 그 모습을 본 막내딸이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자, 윤덕재가 조용히 아내의 손을 잡았다.
"여보, 마음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장인어른을 모시는 것은 누구에게 보이려는 것도 아니요, 무엇을 바라서도 아니지 않소. 그저 우리 도리를 다하면 그뿐이오. 하늘이 다 보고 계실 터이니, 너무 서러워 마시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마음만 떳떳하면 되는 것이오."
그 말에 막내딸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방 안에서 사위 부부의 이야기를 다 들은 한 진사는,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속으로 피눈물을 삼켰다.
'두고 보아라. 내 이 한 몸 다시 일으켜 세우는 날, 누가 참된 자식이었는지 온 고을이 알게 하리라. 진심은 결코 헛되이 묻히지 않는 법이다.'
세월이 흐르며 한 진사의 병세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삼 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은 사위의 주무름과 정성 덕분인지, 굳었던 팔이 조금씩 움직이고 어눌하던 말도 한결 또렷해졌다. 비록 예전처럼 활달하게 걷지는 못했으나, 부축을 받으면 마루까지는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의원이 와서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건 약의 힘이 아니올시다. 사람의 정성이 하늘을 움직인 게지요. 이만한 중풍에 이만큼이라도 차도가 있다는 건, 노소를 통틀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 댁 사위님 효성이 신묘한 약보다 낫습니다. 천하의 명의가 와도 정성 없이는 못 고칠 병이올시다."
실제로 윤덕재의 정성은 보는 이마다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매일 새벽 정화수를 떠 놓고 장인의 쾌차를 빌었고, 장인이 좋아하던 옛이야기를 머리맡에서 나직이 들려 드렸다. 굳은 다리에 조금이라도 힘이 돌아오라고, 손수 깎은 막대를 쥐여 드리고 마당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연습을 시켰다. 한 진사가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을 떼던 날, 사위는 제 일처럼 기뻐 눈물을 글썽였다. 마을 사람들도 차츰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련하다 했더니, 저런 효자가 또 없구먼." "잘난 두 동서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데, 가난한 막내가 죽어 가던 어른을 살려 냈으니 하늘이 무심치 않을 게야." 한때 손가락질하던 입들이 어느새 칭찬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윤덕재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며 환히 웃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으레 시샘이 따르는 법. 한 진사의 병세가 차도를 보인다는 소문이 두 동서의 귀에 들어가자, 발길을 끊었던 그들이 슬슬 다시 진천 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장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기미가 보이니, 이제 재산 이야기를 슬슬 꺼내 볼 때가 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형님, 장인어른이 일어나신다는데, 우리도 가서 문안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재산 정리하실 때 우리 몫을 단단히 챙겨 두어야 할 게 아닌가. 그동안 발길 끊은 건 모른 척하고, 짐짓 효자인 양 굴면 될 일이야. 늙은이 마음이야 살살 구슬리면 넘어오게 마련이지."
※ 5: 위기와 비밀의 첫마디
그러던 차에 큰 시련이 닥쳤다. 한 진사의 병세가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그해 겨울 모진 추위에 다시 자리에 눕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고열까지 겹쳐 사경을 헤맸다. 며칠을 끙끙 앓으며 헛소리를 하니, 윤덕재 부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용하다는 의원을 불렀다. 진맥을 마친 의원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기력이 너무 쇠하셨소. 이대로는 위태롭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산삼을 구해 달여 드리면 꺼져 가는 원기를 붙들 수 있을지 모르겠소. 허나 산삼이라는 게 어디 흔한 물건이라야 말이지요. 깊은 산속 심마니라도 만나야 구할까 말까 한 귀물이올시다."
산삼이라니. 윤덕재 부부는 눈앞이 캄캄했다. 산삼 한 뿌리 값이면 그들의 일 년 살림이 통째로 날아갈 판이었다. 그러나 윤덕재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남은 단 한 마지기 논, 부부가 그토록 아끼고 아끼던 그 땅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그 논은 두 사람이 굶주려 가며 모은 품삯으로 겨우 장만한, 부부의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는 땅이었다. 막내딸이 놀라 만류했다.
"여보, 그 논을 팔면 우리는 이제 무얼 먹고 산단 말이오. 자식이라도 생기면 그 아이는 또 어찌 키우려고요. 그 땅은 우리가 손가락이 닳도록 일해서 겨우 마련한 것이 아닙니까."
윤덕재가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논이야 또 장만하면 되지 않겠소. 젊은 우리가 부지런히 일하면 땅이야 다시 살 수 있소. 허나 장인어른은 한번 가시면 다시는 모실 수 없는 분이오. 땅보다 어른이 먼저요. 부디 내 뜻을 헤아려 주오."
막내딸은 끝내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논을 판 값으로도 산삼 값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윤덕재는 마지막으로 두 동서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한겨울 눈길을 헤치고 먼저 큰동서 최 서방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최 서방은 사정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낯빛을 바꾸었다.
"산삼이라니, 그 비싼 걸 다 늙은 양반한테 쓴단 말인가. 그건 돈을 강물에 던지는 격일세. 어차피 얼마 못 사실 몸인데 무얼. 우리 집도 요즘 형편이 빠듯해서 도울 처지가 못 되네."
둘째 동서 조 서방의 대답도 다를 바 없었다. 조 서방은 아예 문전박대를 하다시피 했다.
"장인어른 일이라면 동서가 알아서 할 일이지, 어찌 다 우리한테 손을 벌리나. 모시기로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우리한테 떠넘길 생각일랑 마시게."
빈손으로 돌아서는 윤덕재의 등 뒤로 두 동서는 비웃음을 흘렸다. 눈보라 치는 산길을 터덜터덜 걸어 돌아오는 윤덕재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다. 차가운 눈발이 얼굴을 때리는데도 그는 추운 줄도 몰랐다. 오직 사경을 헤매는 장인의 얼굴만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그는 마지막 남은 논문서를 들고 읍내 부잣집을 찾아가, 헐값에 땅을 넘기고 그 돈에 막내딸이 시집올 때 가져온 마지막 은비녀까지 보태어, 마침내 산삼 한 뿌리를 구해 왔다.
부부는 그 귀한 산삼을 정성껏 달였다. 사흘 밤낮을 꼬박 곁을 지키며, 한 모금 한 모금 한 진사의 입에 흘려 넣었다. 막내딸은 손이 트도록 찬물에 약재를 씻었고, 윤덕재는 약불이 꺼질세라 밤을 새워 부채질을 했다. 두 사람의 눈은 핏발이 서고 입술은 부르텄으나, 단 한순간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장인의 식은땀을 닦고, 차가운 손발을 제 품에 안아 녹였다. 사흘째 밤, 윤덕재는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장인의 숨소리가 잦아드는 듯하면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 손목의 맥을 짚었다. 막내딸은 두 손 모아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천지신명이시여, 제 명을 덜어서라도 아버지를 살려 주옵소서. 부디 이 가엾은 효심을 굽어살피소서.' 윤덕재 또한 속으로 다짐을 거듭했다. '어른께서 다시 눈을 뜨신다면, 남은 평생 더욱 극진히 모시리라. 가진 것 없어도 마음만은 천하의 어느 효자에게도 지지 않으리라.' 두 사람의 간절함이 하늘에 사무쳤던 것일까, 꺼져 가던 등잔불 같던 한 진사의 숨이 조금씩 고르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째 되던 새벽, 사경을 헤매던 한 진사가 거짓말처럼 가느다란 숨을 고르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흐릿한 눈으로 곁을 지키는 사위 부부의 야윈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윤덕재의 두 눈은 며칠 밤을 새운 탓에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막내딸의 손은 찬물에 부르터 갈라져 피가 배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 진사의 눈에서 두 줄기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사위의 거친 손을 더듬어 잡았다. 그러고는 그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말을, 마침내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한 진사가 오래도록 감추어 온 비밀의 첫마디였다.
"얘야… 내 너에게… 꼭 일러둘 것이 있다. 사실은… 사실은 말이다… 이 늙은이가 너희에게… 감추어 온 것이 하나 있느니라…."
윤덕재는 영문도 모른 채, 장인의 떨리는 입술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 6: 장인의 고백
한 진사는 마른 입술을 떨며, 사위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그러고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기 시작했다.
"얘야, 내가… 너희에게 큰 죄를 지었구나. 사실은 말이다, 내가 중풍으로 쓰러지기 두어 해 전부터… 사람이 늙으면 끝이 어떠한지 미리 보아 두고 싶었느니라. 평생 곳간을 채우며 살았으나, 정작 내가 죽고 나면 이 재물이 누구에게 가야 옳은지…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윤덕재는 영문을 몰라 그저 장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진사는 가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내 본래 가진 전답과 곳간 곡식은 다들 아는 바이나… 그 외에 따로 감추어 둔 것이 있느니라. 젊어 장사로 모은 금붙이와 은자를, 큰 항아리 여럿에 담아 본가 뒷산 묵은 밭 아래 깊이 묻어 두었다. 그 자리를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이다. 내가 그것을 감춘 까닭은… 내 죽은 뒤 자식들이 재물을 두고 다툴까 두려웠고, 또 한편으로는 누가 참으로 사람의 도리를 아는 자인지 가려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듣고 윤덕재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장인어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소서는 그런 재물 이야기를 들으려고 어른을 모신 것이 아니옵니다. 부디 그런 말씀일랑 거두시고, 어서 기운부터 차리십시오."
그러나 한 진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흐릿하던 눈에 어느새 또렷한 빛이 돌아와 있었다.
"안다, 내 어찌 모르겠느냐. 네가 재물을 바라고 나를 모신 것이 아님을, 이 삼 년 세월이 다 말해 주지 않더냐. 바로 그래서 너에게 이르는 것이다. 내 쓰러진 뒤로… 나는 누운 채로 모든 것을 보았다. 두 동서가 핑계를 대며 나를 떠밀던 그날도, 너 홀로 흙 묻은 발로 달려와 내 손을 잡고 울던 그날도. 살림이 거덜 나도 미음에는 꼭 쌀을 넣던 너희 내외도. 마지막 논까지 팔아 산삼을 구해 오던 네 마음도… 이 늙은이는 자리에 누워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켜보았느니라."
한 진사의 비뚤어진 입가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 사위가 내게 등을 돌릴 때마다, 나는 차라리 잘되었다 여겼다. 사람의 본바탕은 곳간이 가득할 때가 아니라, 베풀 것이 없고 받을 것만 남았을 때 드러나는 법. 부유한 두 사위는 그 시험에서 모두 떨어졌고, 가장 가난한 네가 홀로 사람의 도리를 지켰다. 그러니 내 어찌 그 묻어 둔 재물을, 나를 헌신짝처럼 버린 자들에게 줄 수 있겠느냐."
윤덕재는 가슴이 먹먹하여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장인의 야윈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곁에서 듣고 있던 막내딸도 그만 옷고름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꼈다. 어려서부터 누구보다 자상하던 아버지가, 자리에 누워 그 모든 설움과 외면을 묵묵히 지켜보며 가슴에 묻어 두었을 것을 생각하니, 딸의 마음은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 막내딸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 마음을 어찌 혼자 다 삭이셨습니까. 진작 말씀이라도 하시지…."
한 진사는 딸의 손을 가만히 토닥였다.
"아니다. 말로 시키는 효도가 어찌 참된 효도이겠느냐. 시키지 않아도 우러나는 정성, 그것이 참된 효심이니라. 나는 그것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을 뿐이다."
이윽고 윤덕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소서는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른을 아버지처럼 여겨 도리를 다했을 따름입니다. 재물이야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오나, 어른께서 이렇게 다시 눈을 떠 주신 것이… 소서에게는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귀한 복이옵니다."
그 말에 한 진사는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쓰러진 이후 처음 보이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다.
"그래, 바로 그 마음이다. 그 마음이 곧 복을 부르는 그릇이니라. 빈 그릇에는 복이 담기지 않고, 욕심으로 가득 찬 그릇에도 복이 깃들지 못한다. 오직 너처럼 욕심 없이 정성으로 비운 그릇에만, 하늘이 복을 채워 주시는 법이지."
산삼의 기운 덕분인지, 사위 부부의 지극한 간호 덕분인지, 그날 이후 한 진사의 병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부축 없이도 마루를 거닐고, 어눌하던 말도 거의 제대로 돌아왔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에는 지팡이를 짚고 마당까지 나와 햇볕을 쬐며 손수 화초에 물을 주기에 이르렀다. 그 소식은 곧 온 고을에 퍼졌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한 진사가 사위 덕에 되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마을 노인들은 우물가에 모여 앉아 그 이야기를 나누며 혀를 내둘렀다. "죽을 사람도 살려 내는 게 효자의 정성이라더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먼." "그 가난한 막내 사위가 아니었으면 한 진사 어른은 진작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게야." 한때 윤덕재를 미련하다 손가락질하던 입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그 효성을 칭송하기 바빴다. 그러나 정작 윤덕재 부부는 그런 칭찬에 우쭐하기는커녕, 어른이 다시 기력을 차린 것만으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한 진사는 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자,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흩어진 세 딸과 세 사위를 모두 본가로 불러 모으기로 한 것이다. 묻어 둔 재물의 일이며, 자신이 누구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이제는 온 집안 앞에서 분명히 매듭지을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 7: 드러나는 본색과 재산의 향방
한 진사가 본가로 식솔을 모두 불러 모은다는 전갈이 가자, 두 동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큰사위 최 서방은 비단 두루마기를 새로 지어 입고, 둘째 사위 조 서방은 값비싼 약재와 고기를 한 짐 사 들고 부랴부랴 진천으로 달려왔다. 그동안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자들이, 재산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온 것이다.
본가 대청마루에 식솔이 모두 모여 앉았다. 상석에는 지팡이를 짚은 한 진사가 의젓하게 자리했고, 그 곁에는 윤덕재 부부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동서는 들어서자마자 장인 앞에 넙죽 엎드려 호들갑을 떨었다.
"장인어른, 이렇게 쾌차하시니 이 사위들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이옵니다. 다 저희 불찰이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최 서방이 사 온 약재를 풀어놓으며 너스레를 떨자, 조 서방도 질세라 고기를 내밀며 효자인 양 굴었다.
옆에 앉은 두 딸, 곧 한 진사의 큰딸과 둘째 딸도 짐짓 눈물을 글썽이며 거들었다.
"아버님, 그동안 자주 못 뵈어 얼마나 적적하셨어요. 이제 저희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 속에 담긴 속내를, 삼 년을 누워 모든 것을 지켜본 한 진사가 어찌 모르겠는가. 정작 아버지가 사경을 헤맬 때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딸들이, 재산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비단옷을 차려입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한 진사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한 진사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낯빛 하나 바꾸지 않았다. 한참 만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다들 수고가 많았다. 오늘 너희를 부른 것은, 이 늙은이가 죽기 전에 재산을 어찌 나눌 것인지 분명히 일러두기 위함이다."
'재산'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동서의 눈이 번뜩였다. 두 사람은 서로 곁눈질을 주고받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한 진사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러고는 조용한, 그러나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최 서방, 조 서방. 내 너희에게 한 가지만 묻겠다. 내가 중풍으로 쓰러져 자리보전한 지난 삼 년, 너희는 이 늙은 장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 미음 한 술이라도 떠먹여 본 적이 있느냐. 약값 한 푼이라도 보탠 적이 있느냐. 산삼을 구하러 다니던 막내 동서가 너희를 찾아갔을 때, 너희는 무어라 답하였더냐."
순간 두 동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최 서방이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그, 그것은… 장인어른, 저희도 형편이 어려워… 어디 일부러 그런 것이겠습니까. 다 사정이…."
"사정?"
한 진사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높아졌다. 그는 지팡이로 마루를 쾅 내리쳤다.
"미곡상에 곳간 가득한 자가 약값이 없어 못 보탰다? 한나절 길이 멀어 늙은 장인 한번 들여다보지 못했다? 산삼은 돈을 강물에 던지는 격이라 하였다지. 어차피 얼마 못 살 몸이라고도 하였다지. 내 그 말을 누운 채로 다 전해 들었느니라!"
두 동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 진사는 가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반면에 가장 가난한 막내 사위는, 제 마지막 논 한 마지기를 팔고 제 처의 마지막 은비녀까지 보태어 나를 살렸다. 제 입에는 시래기죽을 넣으면서도 내 미음에는 쌀을 넣었고, 한겨울 제 이불을 벗어 나를 덮어 주었다. 자, 이래도 내가 재물을 누구에게 주어야 옳은지 모르겠느냐."
한 진사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그가 미리 적어 둔 문서였다.
"내 가진 전답과 곳간, 그리고 본가의 모든 살림을 막내 사위 윤덕재에게 물려준다. 또한 너희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으니, 내 본가 뒷산 묵은 밭 아래에 평생 모은 금은을 항아리째 묻어 두었다. 그 또한 모두 윤덕재의 몫이다. 이는 막내가 욕심내어 얻은 것이 아니라, 오직 그 효심과 정성에 하늘과 이 아비가 함께 내리는 복이니라."
두 동서는 그제야 땅을 치며 후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마룻바닥만 멍하니 내려다볼 뿐이었다. 윤덕재는 도리어 황망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장인 앞에 엎드렸다.
"장인어른, 이는 과분하옵니다. 소서가 어찌 이 큰 재물을 다 받겠습니까. 부디 형님들께도 나누어…."
그러나 한 진사는 단호히 손을 들어 사위의 말을 막았다.
"아니다. 이것은 내 뜻이자, 하늘의 뜻이다. 복이란 받을 그릇이 된 자에게 가는 법. 너는 그저 받아 마땅하다."
막내딸은 아버지의 깊은 뜻에 그만 목이 메어, 자리에 엎드려 흐느꼈다. 가난을 부끄러워한 적도, 고생을 원망한 적도 없었으나, 그 모든 정성을 아버지가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주셨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고마웠던 것이다. 두 동서와 두 언니는 차마 그 광경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욕심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가슴에, 뒤늦은 부끄러움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날 대청마루에 모인 식솔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한 채, 재물보다 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저마다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한 진사는 그제야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사위 부부를 바라보았다. 평생 가슴에 묻어 두었던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놓은 듯, 그 눈빛에는 더없는 평안이 깃들어 있었다.
※ 8: 문턱을 넘은 복
한 진사의 뜻에 따라, 윤덕재는 본가의 너른 전답과 곳간을 물려받았다. 뒷산 묵은 밭 아래를 파 보니, 과연 장인의 말대로 금은이 가득 든 항아리가 여럿 나왔다. 하루아침에 진천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윤덕재는 재물이 생겼다 하여 조금도 사람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장인의 방에 군불을 지폈고, 끼니때면 손수 상을 차려 올렸다.
오히려 재물이 생긴 뒤로 그의 효성은 더욱 극진해졌다. 좋은 약재가 있으면 아끼지 않고 구해다 장인의 보양에 썼고, 솜씨 좋은 의원을 자주 청해 진맥을 받게 했다. 철마다 새 옷을 지어 입혀 드리고, 입맛 돋우는 귀한 음식이 끊이지 않게 했다. 한 진사는 그런 사위를 볼 때마다 "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아 이런 사위를 얻었나" 하며 늘 흐뭇해했다. 가난할 때나 부유할 때나 한결같은 그 마음이야말로, 한 진사가 사위에게서 본 가장 큰 보배였다.
복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가난에 쫓겨 자식 하나 두지 못했던 윤덕재 부부에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경사가 찾아왔다. 이듬해 봄, 막내딸이 옥동자를 순산한 것이다. 한 진사는 외손자를 품에 안고 그 자그마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오냐, 오냐. 이 늙은 외할아비가 너를 보려고 모진 병에서 살아났나 보구나. 이 아이가 바로 우리 집안의 복덩이로다."
그 뒤로도 막내딸은 연이어 아들과 딸을 낳아, 어느새 슬하에 삼 남매를 두게 되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총명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보는 이마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덕재는 자식들에게도 늘 이렇게 가르쳤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곳간의 곡식이 아니라, 어진 마음과 바른 행실이니라. 너희 외할아버지께서 이 아비를 알아봐 주신 것도, 이 아비가 그분을 끝까지 모신 것도, 모두 그 마음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자랐고,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심성이 곱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았다. 가난하여 적막하던 산자락 초가는 어느새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찬 너른 기와집으로 바뀌었고, 마당에는 늘 사람이 북적였다.
윤덕재는 형편이 넉넉해진 뒤에도 옛날 가난하던 시절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흉년이 들면 장인이 그러했듯 가난한 이웃에게 곡식을 꾸어 주되 이자를 받지 않았고, 굶주린 이가 문 앞에 오면 반드시 밥을 지어 먹여 보냈다. 길 가던 노인이 지치면 사랑방에 모셔 하룻밤 묵게 하고, 병든 이가 있으면 약값을 대 주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한 진사 어른의 어진 마음이 사위에게 고스란히 옮아갔다"며 입을 모았다.
한편, 재산을 한 톨도 받지 못한 두 동서는 어찌 되었을까. 큰사위 최 서방은 그 일이 있은 뒤로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한동안 바깥출입을 못 했다. 둘째 사위 조 서방 역시 마름 일을 하며 그럭저럭 살았으나, 늙은 장인을 내팽개쳤다는 소문이 고을에 짜하게 퍼져 가는 곳마다 손가락질을 받았다. 두 사람은 뒤늦게야 제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쳤다.
어느 날, 두 동서가 윤덕재의 집을 찾아왔다. 그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마당에 엎드렸다.
"동서, 우리가 사람 노릇을 못 했네. 장인어른을 그리 버려 두고도 재물만 탐냈으니, 무슨 낯으로 자네를 보겠나. 부디 우리를 꾸짖어 주게."
뜻밖에도 윤덕재는 두 동서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의 얼굴에는 노여움이나 비웃음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형님들, 그만 일어나십시오. 다 지난 일이 아니옵니까. 장인어른께서 물려주신 이 재물은 본래 한 집안의 것이니, 어찌 저 혼자 누리겠습니까. 형님들도 살림에 보태시도록 얼마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 장인어른을 한마음으로 모십시다."
그 말에 두 동서는 그만 부끄러움과 고마움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마루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진사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바로 저것이 사람의 그릇이다. 받은 복을 혼자 끌어안지 않고 베풀 줄 아는 자에게는, 복이 또 복을 부르는 법이지. 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구나.'
윤덕재의 너그러움에 두 동서는 진심으로 감복했고, 그날 이후로는 진짜 한 식구처럼 서로 오가며 정을 나누었다. 명절이면 세 사위 내외가 아이들을 데리고 한 진사의 집에 모여, 마당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한때 재물을 두고 등을 돌렸던 집안이, 이제는 누구보다 화목한 집안으로 거듭난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 화목한 광경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 집안이 저렇게 다시 뭉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다 막내 사위의 너른 마음 덕이지."
윤덕재는 그런 칭찬에도 우쭐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저는 장인어른께 배운 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며 겸손히 웃을 따름이었다. 베풀수록 복이 더해진다는 옛말처럼, 어진 마음으로 곳간을 연 윤씨 집안에는 그 뒤로도 좋은 일이 끊이지 않았다. 논밭에서는 해마다 풍년이 들었고, 기르는 가축은 탈 없이 번성했으며, 자식들은 잔병치레 한 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모두 윤덕재 부부의 어진 마음이 불러들인 복이라 입을 모았다.
※ 9: 온 고을의 칭송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한 진사는 사위 부부의 지극한 봉양 속에서, 쓰러진 뒤로도 십 년을 넘게 더 살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안하고 복된 노년이었다. 그는 매일 외손자들을 무릎에 앉히고 옛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손주들이 글을 배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할아버지, 옛날에 가장 가난했던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이렇게 큰 부자가 되었어요?"
손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으면, 한 진사는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그건 말이다, 너희 아버지가 복을 받을 그릇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남들이 다 짐이라 마다하던 이 병든 할아비를, 너희 아버지는 진심으로 모셨지. 욕심 없이 정성을 다하면, 복은 제 발로 그 집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법이야. 너희도 부디 너희 아버지처럼, 사람의 도리를 아는 어른으로 자라거라."
손주들은 그 말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했으나, 할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만은 가슴 깊이 새겼다. 한 진사는 그렇게 손주들에 둘러싸여, 매일이 잔칫날 같은 노년을 보냈다. 봄이면 사위와 함께 뒷산에 올라 진달래를 구경하고, 여름이면 마루에 앉아 외손자가 글 읽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했다. 가을이면 손주들과 함께 감을 따고, 겨울이면 화롯가에 둘러앉아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때 죽음의 문턱에서 "어서 죽어야지" 되뇌던 그 노인이, 이제는 하루하루가 아까울 만큼 삶이 즐거웠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무너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결국은 따뜻한 진심 하나라는 것을 한 진사는 날마다 온몸으로 느꼈다.
한 진사가 천수를 누리고 눈을 감던 날, 윤덕재 부부는 친부모를 여읜 듯 통곡했다. 윤덕재는 삼년상을 정성껏 치렀고, 장인의 산소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고는 철마다 손수 벌초하며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 그 효성스러운 모습에 고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윤덕재의 이야기는 진천 고을을 넘어 인근 여러 고을에까지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모이는 자리마다 그 이야기를 꺼내며 입을 모아 칭송했다.
"세상에 그런 사위가 또 어디 있겠나. 남들이 다 버린 병든 장인을 가난한 살림에 모셔다가, 마지막 논까지 팔아 가며 살려 냈으니 말일세."
"그러니 하늘이 복을 내리신 게지. 재물도 물려받고, 아들딸 복까지 누리고, 온 고을의 칭송까지 받으니, 이만한 복이 또 어디 있겠나."
"암, 그렇고말고. 효도하고 베풀면 복이 오고, 욕심부리고 등 돌리면 화가 온다는 것을, 윤 서방네가 그대로 보여 주지 않았는가. 우리도 자식들에게 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네."
고을의 어른들은 윤덕재의 효행을 관아에 알렸고, 마침내 고을 원님이 그 갸륵한 정성을 기려 효자비를 세워 주기에 이르렀다. 산자락 어귀에 세워진 그 효자비 앞을 지나는 이들은,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그 사연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그 효자비 앞에서 마음을 다잡았고, 자식을 둔 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야, 저 비석의 주인공은 가장 가난했으나 가장 큰 효자였단다. 남들이 다 버린 병든 장인을 정성으로 모셔, 끝내 하늘이 내린 복을 받았지. 너도 부디 저런 사람이 되거라."
그렇게 윤덕재의 이야기는 고을의 자랑이 되어, 대를 이어 전해졌다.
윤덕재는 늙어서도 여전히 어질고 너그러운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자식들은 모두 반듯하게 자라 좋은 혼처를 만났고, 손주들까지 번성하여 윤씨 집안은 진천에서 대대로 이름난 명문가가 되었다. 두 동서의 집안과도 끝까지 우애가 두터웠으니, 한 진사가 남긴 재물은 한 사람의 욕심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 집안의 화목으로 꽃피운 셈이었다.
윤덕재 부부 역시 천수를 다하는 날까지 복을 누렸다. 자식들의 봉양 속에 평안히 늙어 갔고, 손주들의 절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로 눈을 감았다. 그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진천 고을 사람들은 마치 제 부모를 여읜 듯 슬퍼하며 그 상여를 따랐다. 가난한 선비로 태어나 온 고을의 존경 속에 생을 마쳤으니, 사람으로서 이만한 복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재물로도, 권세로도 살 수 없는, 오직 진심과 정성으로만 쌓을 수 있는 복이었다. 그 자손들 또한 대대로 효를 숭상하고 이웃에 베풀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윤씨 가문의 복은 한 대에 그치지 않고 길이길이 이어졌다.
훗날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이 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그릇이 복을 정한다고. 병든 장인을 짐이라 여기지 않고 기꺼이 모신 그 진심 하나가, 닫혀 있던 복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고. 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날마다 내딛는 선택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남들은 짐이라 했으나 기꺼이 장인을 모신 가난한 사위의 집에, 어느 날부터 복이 슬그머니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따뜻한 교훈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유튜브 엔딩멘트 (268자)
오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남들은 다 짐이라 했지만, 병든 장인을 기꺼이 모신 그 진심 하나가 닫혀 있던 복의 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내딛는 작은 선택 속에 깃들어 있는가 봅니다. 욕심을 비우고 정성을 다하는 그 마음에, 복은 제 발로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법이지요. 오늘도 시청해 주신 여러분의 가정에도 따뜻한 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좋아요와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통 조건: 조선시대 배경, 인물은 한복 차림, 남자는 상투머리, 여자는 쪽진머리. 외국 풍경·외국인은 절대 생성하지 않음.
썸네일 이미지 프롬프트 (한글 / 영어, 16:9, 수채화, no text)
가난한 초가 마당에서 한복 차림의 젊은 사위가 흰 수염의 병든 노인 장인을 등에 업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는 장면, 사위는 상투머리, 곁에 쪽진머리 아내가 안쓰러운 듯 바라봄, 따스한 가을 햇살, 조선시대 시골 풍경, 감동적이고 잔잔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son-in-law in Korean hanbok carrying his sick elderly father-in-law (white beard) on his back in the yard of a humble thatched-roof house, warming him in the sunlight; the son-in-law has a sangtu topknot, his wife with jjokjin-meori chignon watches tenderly nearby, warm autumn sunlight, Joseon Dynasty rural scenery, touching and serene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1 (5장)
1-1 충청도 진천의 부유한 양반가 전경, 기와집과 가득 찬 곳간, 가을 들녘, 풍요로운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Panoramic view of a wealthy yangban estate in Jincheon, tiled-roof house and full granary, autumn fields, prosperous atmosphere,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1-2 마을 길에서 한복을 입은 가난한 젊은 선비(상투머리)가 길에 넘어진 노인을 부축해 일으키는 모습, 흰 수염의 부유한 노인(상투머리)이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봄, 조선시대 시골,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poor young scholar in hanbok (sangtu topknot) helping a fallen elderly man up on a village road, a wealthy white-bearded old man (sangtu topknot) watching approvingly from afar, Joseon Dynasty countrysid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1-3 산자락 아래 소박한 초가집, 쪽진머리 새색시와 상투머리 젊은 선비가 단출한 살림을 꾸리는 정겨운 모습, 조선시대, 따뜻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humble thatched-roof house at the foot of a mountain, a young bride with jjokjin-meori and a young scholar with sangtu topknot setting up their modest household together, Joseon Dynasty, warm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1-4 가을 마당에서 흰 수염의 노인(상투머리, 한복)이 떨어진 감을 줍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순간, 놀란 분위기, 감나무와 떨어진 감,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white-bearded old man (sangtu topknot, hanbok) suddenly collapsing while picking up fallen persimmons in an autumn yard, a startling moment, persimmon tree and fallen frui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1-5 안방에서 한복 입은 의원이 누워 있는 노인의 맥을 짚고, 근심 어린 식솔들(상투머리 남자들, 쪽진머리 여자들)이 둘러앉은 모습, 무거운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physician in hanbok taking the pulse of a bedridden old man in the inner room, worried family members (men with sangtu, women with jjokjin-meori) gathered around, somber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2 (5장)
2-1 사랑방에서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두 사위(상투머리)가 머리를 맞대고 은밀히 수군거리는 모습, 음흉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wo well-dressed sons-in-law in silk robes (sangtu topknots) whispering secretively head-to-head in a guest room, scheming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2-2 흙 묻은 짚신 차림의 젊은 사위(상투머리, 소박한 한복)가 안방으로 달려와 병든 노인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 흘리는 모습, 애절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son-in-law (sangtu topknot, plain hanbok) with muddy straw sandals rushing into the room, grasping the sick old man's hand and weeping, sorrowful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2-3 안방 한구석에서 쪽진머리 여인이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는 모습, 슬픈 분위기, 조선시대 한옥 내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woman with jjokjin-meori sobbing while leaning on her husband's shoulder in a corner of the room, sad mood, interior of a Joseon Dynasty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2-4 한옥 대청에 식솔들이 둘러앉아 무거운 침묵 속에 서로 눈치를 살피고, 모두의 시선이 한쪽 젊은 사위에게 쏠린 장면, 긴장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Family members seated around a wooden-floored hall in heavy silence, glancing at one another, all eyes turning toward one young son-in-law, tense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2-5 소박한 한복의 젊은 사위(상투머리)가 결연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모시겠다 다짐하는 모습, 놀라는 식솔들,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son-in-law in plain hanbok (sangtu topknot) kneeling with a resolute expression, vowing to take responsibility, surprised family members around him,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3 (5장)
3-1 늦가을 산길에서 상투머리 젊은 사위가 들것에 병든 노인을 모시고 힘겹게 고개를 넘는 모습, 쪽진머리 아내가 뒤따름, 쓸쓸한 산천,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young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carrying his sick father-in-law on a stretcher over a mountain pass in late autumn, his wife with jjokjin-meori following behind, desolate mountain scenery,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3-2 좁은 초가 안방에 병든 노인을 눕히고, 부부는 차가운 윗목으로 물러나 앉은 소박하고 애틋한 장면, 조선시대 한옥 내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ick old man laid in the warm inner spot of a cramped thatched-roof room while the young couple sit back in the cold corner, humble and touching scene, interior of a Joseon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3-3 마을 우물가에서 한복 입은 아낙들과 노인들(쪽진머리, 상투머리)이 손가락질하며 수군대는 모습, 조선시대 마을 풍경, 수채화, 16:9, 글자 없음
Village women and elders in hanbok (jjokjin-meori, sangtu) gossiping and pointing fingers by a well, Joseon Dynasty village scen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3-4 방 안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무릎 꿇고 병든 노인에게 정성껏 미음을 떠먹이며 흐르는 음식을 닦아 주는 모습, 따뜻하고 애틋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kneeling and carefully spoon-feeding rice gruel to the sick old man, wiping his mouth, warm and tender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3-5 약사발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사위 앞에서, 누워 있던 흰 수염 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감동적인 장면, 조선시대 한옥 내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holding a medicine bowl with both hands while the bedridden white-bearded old man's eyes well up with tears, moving scene, interior of a Joseon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4 (5장)
4-1 봄 마당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흰 수염 장인을 등에 업고 천천히 거닐며 햇볕을 쬐어 주는 모습, 평화로운 분위기, 조선시대 시골,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slowly walking while carrying his white-bearded father-in-law on his back in a spring yard, warming him in the sun, peaceful mood, Joseon Dynasty countrysid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4-2 초가 마루에서 쪽진머리 여인이 등잔불 아래 길쌈과 삯바느질을 하며 고단하게 일하는 모습, 조선시대, 잔잔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woman with jjokjin-meori weaving and sewing late into the night by an oil lamp on the porch of a thatched house, weary but diligent, Joseon Dynasty, quiet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4-3 비단옷 차림의 큰사위(상투머리)가 가난한 초가 마당을 빈손으로 둘러보며 냉담하게 돌아서는 모습, 텅 빈 곳간,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eldest son-in-law in silk clothing (sangtu topknot) coldly looking around the poor thatched-house yard empty-handed and turning to leave, an empty granary,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4-4 방 안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눈물 글썽이는 쪽진머리 아내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위로하는 모습, 따뜻한 분위기, 조선시대 한옥,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gently holding the hand of his teary-eyed wife (jjokjin-meori) to comfort her, warm mood, Joseon Dynasty house interior,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4-5 흰 수염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마루까지 걸어 나오고, 한복 입은 의원이 놀라 감탄하며 바라보는 회복의 장면, 희망적인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white-bearded old man walking out to the porch with a cane while a physician in hanbok looks on in amazement, hopeful scene of recovery,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5 (5장)
5-1 겨울밤 방 안, 고열로 사경을 헤매는 흰 수염 노인 곁에서 상투머리 사위와 쪽진머리 아내가 애타게 간호하는 모습, 어두운 등잔불,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Inside a room on a winter night, a son-in-law (sangtu) and wife (jjokjin-meori) anxiously tending to the white-bearded old man delirious with fever, dim oil lamp,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5-2 방 안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논 문서를 펼쳐 든 채 쪽진머리 아내와 무겁게 의논하는 모습, 비장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holding a land deed and gravely discussing with his wife (jjokjin-meori), solemn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5-3 눈보라 치는 날, 비단옷 부유한 사위(상투머리)가 가난한 사위를 문전에서 냉정하게 돌려보내는 모습, 차가운 분위기, 조선시대 기와집 대문, 수채화, 16:9, 글자 없음
On a snowy day, a wealthy son-in-law in silk clothing (sangtu topknot) coldly turning away the poor son-in-law at his gate, frigid mood, gate of a Joseon tiled-roof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5-4 깊은 밤 부엌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약불에 부채질을 하고, 쪽진머리 아내가 약재를 다루며 밤새 산삼을 달이는 정성스러운 장면,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Deep in the night in a kitchen, a son-in-law (sangtu) fanning the medicine fire while his wife (jjokjin-meori) prepares herbs, devotedly brewing wild ginseng all nigh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5-5 새벽녘 방 안에서 깨어난 흰 수염 노인이 야윈 사위의 거친 손을 더듬어 잡으며 눈물 흘리는 감동적인 장면, 은은한 새벽빛,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t dawn, the awakened white-bearded old man reaching for and grasping the gaunt son-in-law's rough hand with tears, deeply moving scene, soft dawn ligh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6 (5장)
6-1 방 안에서 흰 수염 노인이 상투머리 사위의 손을 꼭 잡고 무언가 비밀을 털어놓는 진지한 장면, 곁에 쪽진머리 딸, 조선시대 한옥, 수채화, 16:9, 글자 없음
Inside a room, the white-bearded old man tightly holding his son-in-law's hand (sangtu) and earnestly confiding a secret, his daughter (jjokjin-meori) beside them, Joseon house interior,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6-2 본가 뒷산 묵은 밭, 흙으로 덮인 비밀스러운 자리와 낡은 삽, 안개 낀 산기슭, 비밀을 암시하는 고요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n old abandoned field behind the family estate on a hillside, a mysterious earth-covered spot with an old shovel, misty mountain foot, quiet mood hinting at a secre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6-3 쪽진머리 딸이 옷고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고, 흰 수염 아버지가 딸의 손을 토닥이는 애틋한 장면, 조선시대 한옥,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daughter with jjokjin-meori sobbing while covering her face with her dress ribbon, her white-bearded father gently patting her hand, tender scene, Joseon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6-4 봄 마당에서 지팡이를 짚은 흰 수염 노인(한복, 상투머리)이 손수 화초에 물을 주며 환하게 웃는 회복의 장면, 따뜻한 햇살,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In a spring yard, a white-bearded old man with a cane (hanbok, sangtu) watering flowers himself and smiling brightly, scene of recovery, warm sunligh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6-5 마을 우물가에서 한복 입은 노인들(상투머리, 쪽진머리)이 감탄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장면, 조선시대 마을, 수채화, 16:9, 글자 없음
Village elders in hanbok (sangtu, jjokjin-meori) chatting admiringly by the well, warm village scene,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7 (5장)
7-1 비단옷을 차려입은 두 사위(상투머리)가 약재와 고기 보따리를 들고 부랴부랴 기와집으로 들어서는 모습, 가식적인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wo sons-in-law dressed in fine silk (sangtu topknots) hurrying into a tiled-roof house carrying bundles of medicine and meat, false and pretentious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7-2 한옥 대청마루에 온 식솔이 모여 앉고, 상석에 지팡이 짚은 흰 수염 노인이 의젓하게 앉은 장면, 곁에 상투머리 사위와 쪽진머리 아내,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ll the family gathered on the wooden-floored hall of a Joseon house, the white-bearded old man seated dignified at the head with a cane, his son-in-law (sangtu) and wife (jjokjin-meori) beside him,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7-3 흰 수염 노인이 지팡이로 마루를 내리치며 호통치고, 비단옷 두 사위(상투머리)가 새파랗게 질려 고개 숙인 긴장된 장면,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white-bearded old man striking the floor with his cane and scolding sternly, the two silk-clad sons-in-law (sangtu) turning pale and bowing their heads, tense scene,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7-4 흰 수염 노인이 문서를 펼쳐 들고 재산을 물려주겠다 선언하고, 소박한 한복의 사위(상투머리)가 황망히 엎드리는 장면, 조선시대 대청,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white-bearded old man holding out a document declaring his inheritance, while the son-in-law in plain hanbok (sangtu) bows down in fluster, Joseon Dynasty hall,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7-5 비단옷 두 사위(상투머리)는 고개를 떨구고, 쪽진머리 막내딸은 자리에 엎드려 흐느끼는 감정적인 장면, 조선시대 한옥,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two silk-clad sons-in-law (sangtu) hanging their heads while the youngest daughter (jjokjin-meori) bows down sobbing, emotional scene, Joseon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8 (5장)
8-1 뒷산 밭에서 상투머리 사위가 흙을 파내자 금은이 가득 든 옹기 항아리가 드러나는 장면, 놀라움과 경이의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digging in the hillside field, revealing earthenware jars full of gold and silver, mood of wonder and amazement,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8-2 흰 수염 노인이 갓난 외손자를 품에 안고 눈물 글썽이며 기뻐하는 모습, 곁에 쪽진머리 딸과 상투머리 사위, 따뜻한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white-bearded old man cradling his newborn grandson with joyful tears, his daughter (jjokjin-meori) and son-in-law (sangtu) beside him, warm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8-3 넓은 기와집 마당에서 한복 입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어른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번성한 집안 풍경, 조선시대, 화사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Children in hanbok happily playing in the yard of a spacious tiled-roof house while adults watch contentedly, prosperous household scene, Joseon Dynasty, bright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8-4 상투머리 주인이 굶주린 가난한 이웃들(한복)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는 인정 넘치는 장면, 곳간 앞, 조선시대 마을,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household master with sangtu topknot generously sharing grain with poor hungry neighbors (in hanbok) in front of a granary, warmhearted scene, Joseon Dynasty villag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8-5 마당에 엎드려 사죄하는 두 사위(상투머리)의 손을 상투머리 주인이 너그럽게 잡아 일으키는 화해의 장면, 감동적인 분위기, 조선시대,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household master with sangtu topknot graciously raising up the two repentant sons-in-law (sangtu) bowing in apology in the yard, scene of reconciliation, moving mood, Joseon Dynast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9 (5장)
9-1 마루에 앉은 흰 수염 노인이 한복 입은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정겹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평화로운 장면, 조선시대 한옥, 따뜻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The white-bearded old man seated on the porch telling old stories to his grandchildren (in hanbok) on his lap, peaceful scene, Joseon house, warm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9-2 봄 뒷산에서 상투머리 사위와 흰 수염 노인이 함께 진달래를 구경하며 거니는 정겨운 장면, 분홍 진달래 만발, 조선시대 산천,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 son-in-law with sangtu topknot and the white-bearded old man strolling together admiring azaleas on a spring hillside, pink azaleas in full bloom, Joseon Dynasty mountain scenery,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9-3 산자락 어귀에 세워진 돌 효자비 앞에서 한복 입은 마을 사람들(상투머리, 쪽진머리)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조선시대, 잔잔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Villagers in hanbok (sangtu, jjokjin-meori) pausing and nodding before a stone filial-piety monument at the foot of a mountain, Joseon Dynasty, quiet mood,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9-4 명절날 기와집 마당에 세 가족이 모여 한복 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화목하게 웃는 잔치 분위기, 조선시대, 따뜻한 분위기, 수채화, 16:9, 글자 없음
On a holiday, three families gathered in the yard of a tiled-roof house, children and adults in hanbok laughing together harmoniously, festive mood, Joseon Dynasty, warm atmospher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
9-5 노년의 상투머리 노인과 쪽진머리 부인이 마루에 앉아 한복 입은 손주들의 절을 받으며 흐뭇하게 웃는 평안한 말년 장면, 조선시대 한옥, 수채화, 16:9, 글자 없음
An elderly man (sangtu) and his wife (jjokjin-meori) seated on the porch, smiling contentedly as their grandchildren in hanbok bow to them, peaceful twilight-years scene, Joseon house, watercolor, 16:9, no text, no foreign scenery or foreig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