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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작은 생명 하나 구했을 뿐인데... 용왕님이 '여의주'로 보답한 감동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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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400자 내외)
"그저 죽어가던 물고기 한 마리, 그것도 손가락만 한 작은 놈을 바다에 돌려보냈을 뿐인데요... 그날 밤, 그 어부의 초라한 집 문 앞에 황금빛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만지기만 해도 온몸에 따스함이 퍼지고, 아픈 데가 씻은 듯 나아버리는... 용왕님이 직접 하사하신 '여의주'였던 겁니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어부, 그가 받은 놀라운 보답의 이야기.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가난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살려주었습니다. 그 작은 생명이 알고 보니 용왕의 막내 아들이었고, 용왕은 은혜를 갚기 위해 신비한 '여의주'를 선물합니다. 병든 어머니를 살리고, 마을에 기적을 가져온 어부의 이야기. 착한 마음 하나가 불러온 감동 전설을 함께 만나보시죠.
※ 가난하지만 착한 어부
옛날 옛적, 조선시대 어느 남쪽 바닷가 마을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박천득이라 했는데, 나이는 서른 중반쯤 됐을까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육십을 훌쩍 넘기신 나이라, 허리도 굽고 기침도 잦아서 제대로 움직이시질 못했어요. 그래서 천득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어머니 수발을 다 들고 나서야 바다로 나갔습니다.
집이라고 해봤자 초가삼간도 안 되는, 벽은 흙으로 발랐고 지붕은 이엉으로 엮은 허름한 곳이었어요. 비라도 세차게 오는 날이면 이곳저곳 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그릇이며 동이를 여기저기 받쳐놔야 했죠. 겨울이면 또 얼마나 추운지, 아궁이에 불을 때도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쌩쌩 들어와서 이불을 두껍게 덮어도 발끝이 시렸습니다. 그래도 천득이는 한 번도 불평하는 법이 없었어요. "어머니만 건강하시면 됐지, 이까짓 거..." 하며 싱글벙글 웃곤 했습니다.
천득이는 그물질도 서툴렀고, 배도 낡아빠진 작은 거였습니다. 다른 어부들은 큰 배에 그물도 좋은 걸로 여러 개 가지고 나가는데, 천득이는 아버지가 물려준 헤진 그물 하나 달랑 들고 나갔어요. 그러니 고기가 많이 잡힐 리가 없었죠. 하루 종일 바다에 나가 있어도 고작 소쿠리 하나 채울까 말까 했습니다. 그걸 장에 내다 팔아봐야 쌀 몇 되, 나물 한 줌 사오는 게 고작이었어요.
그런데도 천득이는 정직했습니다. 남의 그물에 걸린 고기를 슬쩍 가져온다거나, 무게를 속여서 비싸게 판다거나 그런 짓은 단 한 번도 안 했어요. 심지어 어떤 날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물에 고기 대신 큰 전복 몇 개가 걸려 올라온 거예요. 이걸 팔면 며칠은 편히 먹고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천득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 전복들을 다시 바다에 돌려보냈습니다. "이것들도 살고 싶을 텐데... 나 하나 배불리 먹자고 이 생명들을 빼앗을 순 없지." 하면서요.
마을 사람들은 천득이를 보고 "착하긴 한데,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수군덕거렸습니다. 누가 요즘 세상에 그렇게 사냐고, 그러니까 평생 가난하게 사는 거라고 비웃기도 했어요. 하지만 천득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제일이라고,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쳐주셨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천득이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어머니께 아침 진지를 올리고, 낡은 그물 하나 둘러메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볼을 스쳤지만, 천득이의 얼굴엔 언제나 소박한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 그물에 걸린 작은 생명
어느 날, 천득이가 평소처럼 새벽같이 배를 저어 바다로 나갔습니다. 날씨는 화창했어요. 하늘은 맑고 파랗고, 바다는 잔잔해서 물결이 출렁출렁 넘실거렸죠. "오늘은 좀 운이 좋으려나..." 천득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그물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천천히 그물을 끌어올렸어요. 손맛이 묵직했습니다. "오, 오늘은 제법 잡혔나?"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런데 그물을 다 끌어올려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고기는 몇 마리 안 되고, 대신 그물 한쪽 구석에 뭔가 작고 반짝이는 게 펄떡펄떡거리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아주아주 작은 물고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물고기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비늘이 영롱하게 빛나는 게 마치 비단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았고, 눈알은 까맣고 초롱초롱해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천득이는 그 작은 물고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물고기는 입을 뻐끔뻐끔하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물 밖에 나와 있으니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어요. "이 작은 게 그물에 걸렸구나... 참 안됐네." 천득이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물코에 꽉 끼어서 지느러미 한쪽이 살짝 찢어진 것도 보였어요. 피가 조금 배어나오고 있었죠.
"이걸 어쩌나... 이대로 두면 죽을 텐데..." 천득이는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 물고기를 가져가서 어머니 국이라도 끓여 드릴 수도 있었어요. 작긴 해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하지만 천득이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작고 예쁜 생명을, 그것도 다친 놈을 그냥 죽게 둘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더 살아야지." 천득이는 조심조심 물고기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바닷물을 떠서 그 위에 살짝 끼얹어 줬습니다.
그러고는 배 쪽으로 몸을 숙여, 물고기를 다시 바다에 풀어줬어요. 물고기는 천득이의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듯 바닷속으로 퐁당 하고 들어갔습니다. 잠깐 물속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천득이를 한 번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그 까만 눈알이 마치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꼬리를 흔들며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죠.
천득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서 물고기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습니다. "잘 가라, 아프지 말고 튼튼하게 커라." 마음속으로 작은 물고기에게 인사를 했어요.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배를 살랑살랑 흔들었죠. 천득이는 다시 그물을 챙겨 들고 노를 저었습니다. 오늘도 잡은 고기는 몇 마리 안 됐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했습니다. "착한 일 하나 했으니, 그걸로 됐지 뭐." 하며 씩씩하게 웃었어요.
하지만 천득이는 몰랐습니다. 자기가 방금 살려준 그 작은 물고기가 보통 물고기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 물고기는 바로 동해 용왕님의 막내 아들, 어린 용자였던 겁니다. 용왕님의 아들이 호기심에 바다 위로 올라왔다가 그만 사람의 그물에 걸리고 만 거였죠. 그리고 그 작은 생명을 구해준 천득이에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 문 앞에 놓인 황금 구슬
그날 저녁, 천득이는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하늘엔 붉은 노을이 가득했어요. 천득이는 오늘 잡은 고기 몇 마리를 들고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왔습니다. 숨이 찰락 말락 했지만, 어머니 얼굴 생각하니까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죠.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하고 문을 열려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문 앞, 그러니까 문지방 바로 앞에 뭔가 놓여 있는 거예요.
천득이는 화들짝 놀라 멈춰 섰습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보자기에 싸인 물건이었어요. 보자기는 비단이었는데, 그것도 아주 고급스러운 남색 비단이었습니다. 달빛에 비친 그 비단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죠. "이게 뭐지?" 천득이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묵직했어요. 뭔가 단단한 게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죠. 혹시 누가 잘못 놓고 간 건 아닐까, 아니면 누가 자기 집 문 앞에 일부러 둔 건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천득이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머니, 이상한 게 문 앞에 있었어요." 어머니는 방 안에 누워 계셨는데, 기침을 콜록콜록 하시면서 "뭐가?" 하고 물으셨어요. 천득이는 등잔에 불을 켜고, 조심조심 보자기를 풀어봤습니다. 그 순간,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마치 대낮같이 밝아진 거예요. 보자기 안에 든 것은 구슬이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구슬이 아니었어요. 주먹만 한 크기에, 황금빛이 도는 옥빛 구슬이었는데, 그 안에서 빛이 스스르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빛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이, 이게 대체..." 천득이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손이 덜덜 떨렸죠. 어머니도 벌떡 일어나 앉으셨어요. "저게 뭐냐, 천득아?" 어머니 목소리도 떨리고 계셨습니다. 천득이는 구슬을 손에 들어 봤어요. 그런데 이게 또 이상한 겁니다. 구슬을 쥐는 순간,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쫙 퍼지는 거예요. 마치 한겨울에 아궁이 불을 쬐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고,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밖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인간 박천득, 밖으로 나오시오." 목소리가 웅장하고 낮았습니다. 천득이는 화들짝 놀라 구슬을 보자기에 다시 싸고 밖으로 나갔어요. 달빛 아래, 키가 훤칠하게 큰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옷은 푸른색 도포를 입었는데,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는 게 예사롭지 않았어요. 얼굴은 준수했고, 눈빛은 형형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시오?" 천득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 사내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절을 했어요. "저는 동해 용왕님의 시종이옵니다. 용왕님께서 당신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용왕님이요?" 천득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오늘 낮, 당신이 그물에서 살려주신 작은 물고기, 그 아이가 바로 용왕님의 막내 아들이었습니다. 용자께서 호기심에 바다 위로 올라오셨다가 그만 그물에 걸리셨는데, 당신께서 측은지심으로 살려주셨습니다."
천득이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저 작은 물고기가 용왕의 아들이었다니! "저, 저는 그냥... 작은 생명이 불쌍해서..." 천득이가 더듬더듬 말했어요. 사내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바로 그 마음이 귀한 것입니다. 용왕님께서 당신의 착한 마음씨에 크게 감동하셨고, 이 여의주를 하사하십니다. 이 구슬은 온갖 병을 낫게 하고, 액운을 막아주는 보물입니다. 부디 잘 간직하시고, 필요한 데 쓰십시오." 사내는 다시 한 번 깊이 절을 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자리엔 희미한 물안개만 남아 있었어요.
천득이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꿈인가, 생시인가... 손에 든 보자기가 묵직한 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꿈이 아니었어요. 천득이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어머니의 기적 같은 회복
"어머니! 어머니!" 천득이는 숨을 헐떡이며 방 안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 어머니는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계셨는데, 얼굴이 창백했어요. 조금 전 천득이가 나간 사이에 또 기침을 심하게 하셨는지, 입가에 피가 살짝 묻어 있었습니다. "천득아, 무슨 일이냐?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니..." 어머니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으셨어요.
천득이는 떨리는 손으로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다시 한 번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여의주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게... 용왕님이 주신 보물이래요. 오늘 제가 바다에서 작은 물고기를 살려줬는데, 그게 용왕님 아들이었대요. 그래서 감사의 표시로 이 구슬을 주셨답니다. 이걸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천득이는 숨 가쁘게 설명했습니다. 어머니는 놀란 눈으로 구슬을 바라보셨어요. "세상에... 그런 일이..."
천득이는 조심스럽게 구슬을 어머니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어머니, 이걸 한번 만져 보세요." 어머니가 구슬을 손에 쥐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머니 얼굴에서 핏기가 돌기 시작한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종이장처럼 하얗던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건강한 사람처럼 생기가 돌았습니다. "어머, 이게... 천득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몸이... 몸이 따뜻해진다!" 어머니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셨어요.
천득이도 놀라서 어머니를 붙들었습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하신 데는요?" 그런데 어머니는 오히려 활짝 웃으시는 거예요. "아니다, 아니야. 불편한 게 아니라...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숨쉬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숨이 편하게 쉬어진다!" 어머니는 일어나 앉으셨어요.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보셨습니다. 휘청거리지도 않으셨어요. "천득아, 나... 나 걸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어머니는 천득이 손을 잡고 방 안을 천천히 걸으셨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어머니는 몇 년 만에 제대로 걷고 계셨어요. 천득이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머니도 우셨습니다. "고맙다, 천득아. 네가 평소에 착하게 살더니, 하늘이 이렇게 복을 주시는구나."
그날 밤, 어머니는 기침 한 번 하지 않으시고 편안히 주무셨습니다. 천득이는 여의주를 곁에 두고 어머니를 지켜봤어요. 어머니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머물러 있었습니다. 천득이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야... 이 작은 구슬 하나가 어머니를 살렸어." 천득이는 조심스럽게 여의주를 어루만졌어요. 구슬은 여전히 따뜻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완전히 달라져 계셨습니다. 혼자 힘으로 벌떡 일어나시고, 부엌에 나가서 밥까지 지으시는 거예요. "어머니, 제가 할게요!" 천득이가 황급히 말렸지만,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셨어요. "아니다, 괜찮다. 몸이 이렇게 좋은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는데... 이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구나."
소문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어요. "박 씨네 어머니가 갑자기 나았다더라?" "죽을 병이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다들 신기해하며 구경을 왔습니다. 천득이는 용왕님이 준 여의주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엔 다들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황당한 소리가 어딨어?" "꿈 꾼 거 아니야?" 하고 비웃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정말로 건강해진 걸 보고는,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정말 용왕님이 도우신 건가..." 마을 사람들은 감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천득이네 집 앞에 또다시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더 화려한 옷을 입은 사신이었어요. "박천득 나리, 용왕님께서 당신을 용궁으로 초대하신다 하십니다."
※ 용궁으로의 초대
천득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용궁으로요? 저를요?" 사신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어요. "그렇습니다. 용왕님께서 직접 은인을 뵙고 감사를 전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리고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고 싶다 하십니다." 천득이는 어머니를 돌아봤습니다.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다녀오너라, 천득아.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용왕님께서 그렇게 부르시는데 어찌 거절하겠느냐."
천득이는 사신을 따라 바닷가로 갔습니다. 사신은 천득이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어요. "잠시 놀라실 수 있으니, 눈을 감고 계십시오." 천득이가 눈을 감자, 갑자기 몸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귀에서는 물소리가 철썩철썩 들렸고,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숨이 막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안했어요.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사신이 말했습니다.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천득이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어요. 그 순간,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 장엄했거든요. 거대한 수정 궁전이 바닷속 깊은 곳에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궁전 기둥은 온통 산호와 진주로 장식되어 있었고, 지붕은 거대한 조개껍질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궁전 주변으로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녔고, 바닷속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해초들이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게... 용궁입니까?" 천득이는 넋을 잃고 중얼거렸어요. 사신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동해 용왕님의 수궁입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천득이는 사신을 따라 궁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궁전 입구에는 거대한 거북이와 게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넓디넓은 대전이 나타났어요. 대전 한가운데 높은 옥좌가 있었고, 그 위에 용왕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용왕님은 위엄이 대단했습니다. 긴 수염이 허리까지 내려왔고, 머리에는 황금 관을 쓰고 계셨어요. 옷은 푸른빛과 금빛이 섞인 용포를 입으셨는데, 움직일 때마다 찬란하게 빛이 났습니다. 용왕님 옆에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물고기를 보는 순간, 천득이는 알아봤습니다. "아! 그때 그 물고기!" 바로 자기가 그물에서 살려준 그 반짝이는 작은 물고기였던 겁니다.
용왕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어요. "인간 박천득, 이리 가까이 오너라." 천득이는 덜덜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나아가 큰절을 올렸습니다. "소인 박천득, 용왕님 앞에 나왔습니다." 용왕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셨어요. "그대가 바로 나의 막내 아들을 살려준 은인이로구나. 내 아들 녀석이 철없이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사람의 그물에 걸렸는데, 그대가 목숨을 구해주었다 하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천득이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어요. "아닙니다, 용왕님. 저는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작은 생명이 죽어가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용왕님은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 마음씨가 귀한 것이니라. 요즘 세상 사람들은 작은 이익에도 눈이 멀어, 생명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데, 그대는 가난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측은지심을 잃지 않았구나. 진정 귀한 사람이로다."
용왕님은 손뼉을 쳤습니다. 그러자 사방에서 궁녀들이 나타나 온갖 진귀한 음식을 날라왔어요. 산호 쟁반에 담긴 용궁의 산해진미들이었습니다. 천득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어요. "자, 먼 길 오느라 수고했으니 실컷 먹고 가거라. 오늘은 그대를 위한 잔치니라." 용왕님의 말씀에 천득이는 감격해서 또 절을 올렸습니다. 연회가 시작됐고, 물고기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웠어요. 천득이는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욕심 부리지 않는 마음
연회가 무르익을 무렵, 용왕님이 다시 입을 여셨습니다. "박천득, 그대에게 이미 여의주를 하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마음이 풀리지 않는구나. 오늘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들어주마. 금은보화든, 비단이든,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용왕님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어요. 주변의 신하들도 모두 천득이를 바라봤습니다.
천득이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금은보화가 탐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어요. 평생 가난하게 살아왔으니까요. 금덩이 몇 개만 있어도 어머니를 편히 모시고, 따뜻한 집에서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천득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말했습니다.
"용왕님, 황공하옵니다만, 소인은 이미 충분히 받았습니다. 여의주 덕분에 어머니 병이 나았고, 이렇게 용궁까지 와서 귀한 대접을 받았으니, 이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인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천득이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진심이 묻어났어요. 주변이 조용해졌습니다. 용왕님은 눈을 크게 뜨시며 천득이를 바라보셨어요.
"정말이냐? 그대는 정말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단 말이냐?" 용왕님이 다시 물으셨습니다. 천득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예, 용왕님. 제가 평생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여의주만 있으면 어머니께서 아프실 일도 없으니, 이것으로 족합니다."
용왕님은 한참을 천득이를 바라보시더니, 갑자기 크게 웃으셨습니다. "하하하! 과연 그대로구나! 욕심 없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더니, 그대야말로 천하의 부자로다!" 용왕님은 무릎을 탁 치셨어요. "내가 수천 년을 살면서 많은 인간들을 봤지만, 그대같이 욕심 없는 사람은 처음 본다. 대부분은 금은보화를 달라고 하거나, 더 많은 보물을 요구하는데, 그대는 오히려 사양하는구나."
용왕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억지로 더 줄 순 없지.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하거라. 여의주는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대의 착한 마음을 지켜주는 보물이기도 하니라. 그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평생 복을 누릴 것이니라." 천득이는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용왕님."
용왕님은 천득이의 손을 잡으셨어요. "그대는 진정 귀한 사람이로다. 앞으로도 그 착한 마음 잃지 말고 살거라. 그리고 혹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다를 향해 나를 부르거라. 내가 반드시 도와주마." 천득이는 감격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용왕님.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연회가 끝나고, 천득이는 용궁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막내 용자가 천득이 앞에 왔어요. 이제는 사람 모습으로 변해 있었는데, 앳된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은인께서 아니었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천득이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앞으로 조심하렴. 바다 위는 위험하단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요.
천득이는 다시 사신의 안내를 받아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요. 천득이는 집으로 향하며 생각했습니다. "정말 꿈같은 일이었어..." 하지만 품속에 든 여의주가 따뜻한 걸 보니, 꿈이 아니었습니다.
※ 마을의 수호보물이 되다
천득이가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셨습니다. "잘 다녀왔구나, 천득아. 용왕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천득이는 용궁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씀드렸어요. 어머니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우리 천득이가 착하게 살더니, 이렇게 큰 복을 받는구나. 정말 고맙다, 하늘에 계신 네 아버지도 기뻐하실 게다."
그 후로 천득이네 집엔 날마다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구경꾼들이었어요. 여의주를 한번 보고 싶다고, 신기한 일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죠. 천득이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여의주를 보여주기도 하고, 용궁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큰 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열병이었는데, 걸리면 고열에 시달리다가 죽는 무서운 병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의원을 불러도 소용이 없었어요. 약도 듣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죠. "이러다 마을이 다 죽겠구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천득이를 찾아왔습니다.
"천득이, 부탁이네. 여의주로 우리 아이를 좀 살려주게." 마을 이장이 천득이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천득이는 황급히 이장을 일으켰습니다. "이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천득이는 여의주를 들고 병든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여의주를 병자의 이마에 대주고, 따뜻한 물에 여의주를 담갔다가 그 물을 먹였어요. 신기하게도 열이 쭉 내리고, 병이 나았습니다.
천득이는 밤낮없이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한 집 한 집 찾아가서 병든 사람들을 치료했어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빠짐없이 돌봤습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했어요. 어머니가 걱정하셨습니다. "천득아, 네가 쓰러지겠다. 좀 쉬어라." 하지만 천득이는 고개를 저었어요. "괜찮습니다, 어머니.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쉴 수 있겠습니까."
열흘쯤 지나자, 마을에서 병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건강을 회복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천득이에게 달려와 감사했습니다. "고맙네, 천득이. 자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게야." 어떤 사람은 울면서 천득이 손을 잡았고, 어떤 사람은 절을 했어요. 천득이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용왕님이 주신 여의주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전해드린 것뿐입니다."
그 후로 천득이는 마을의 영웅이 됐습니다. 아니, 영웅보다 더한 존재였어요. 사람들은 천득이를 '성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누가 아프면 천득이를 찾았고, 누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천득이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천득이는 언제나 기꺼이 도왔습니다. 여의주는 단순히 천득이의 보물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수호보물이 된 겁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천득이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백 살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셨고, 천득이도 구십까지 장수했습니다. 천득이가 세상을 떠날 때, 여의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맡겼어요. "이 여의주는 제 것이 아닙니다. 용왕님께서 착한 마음에 주신 것이니, 여러분도 착한 마음으로 잘 간직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천득이의 유언을 받들어, 여의주를 마을 사당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대대로 그 이야기를 전했어요. "옛날에 박천득이라는 착한 어부가 있었는데, 작은 생명 하나를 살렸더니 용왕님이 큰 복을 내렸다"고요. 지금도 그 마을에 가면, 작은 사당 안에 빛나는 구슬 하나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당 앞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지요.
"작은 선행이 큰 복을 부르고, 착한 마음이 세상을 밝힌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박천득처럼 작은 생명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욕심 부리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 참 쉽지 않지만 그만큼 값진 일입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작은 친절 하나, 따뜻한 마음 하나 베풀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큰 복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