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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기다란 숟가락'
지옥에서는 기다란 숟가락으로 자기 입에만 밥을 넣으려다 굶주리지만,
천국에서는 서로에게 먹여주며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고
나눔의 이치를 깨달은 욕심쟁이의 회개 (출처: 우화 번안 민담)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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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250자 이상)
천만금을 쥐고도 밥 한 술 못 뜨는 지옥이 있다면 믿으시겠는가. 산해진미가 코앞에 넘쳐나건만 단 한 톨도 입에 넣지 못해 영원히 굶주려야 하는 곳. 반면 똑같은 밥상 앞에서 배불리 웃으며 먹는 천국이 있으니, 그 차이는 오직 단 하나, 숟가락을 누구에게 먼저 내미느냐에 달려 있었다. 고을 제일의 부자 만복이가 죽음의 문턱을 넘어 저승에서 마주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추악한 민낯이었으니. 평생을 남의 피눈물로 금자탑을 쌓아 올린 사내에게 염라대왕이 내린 형벌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그가 지옥의 밑바닥에서 움켜쥔 한 줄기 희망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오늘 밤, 탐욕의 끝에서 시작되는 가장 아름다운 반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노라.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세상 만물이 제각기 살아가는 이치를 품고 있건만, 유독 그 이치를 거스르며 제 배만 불리려는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만복이라.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를 홀로 독상에 앉아 굽어보는 저 사내의 뒷모습을 보시게. 온 방안이 눈이 시리도록 번쩍이는 황금과 비단으로 휘감겨 있으나, 저 사내의 낯빛은 어찌 저리도 차갑고 냉소적인고.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다 거머쥐고도 여전히 무언가에 쫓기듯 눈동자에는 탐욕만이 이글거리고 있구나.
갓 잡아 올린 귀한 생선이며 산에서 캔 진귀한 버섯들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그저 제 뱃속을 채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도다. 남들은 하루 한 끼 풀죽으로 연명하며 고단한 숨을 내쉴 때, 이 사내는 곳간에 쌀가마니를 천정까지 쌓아두고도 행여나 쥐새끼 한 마리가 쌀알 하나 주워 먹을까 밤잠을 설치는 위인이라네. 입가에 번지는 저 비릿한 미소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자의 여유가 아니라, 남의 몫까지 전부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알량한 승리감에서 비롯된 것이니.
금은보화에 파묻혀 숨을 쉬면서도 마음속은 끝을 알 수 없는 헛헛함으로 가득 차, 빈 독에 물 붓듯 그저 채우고 또 채우려 발버둥 치는구나.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복을 만 개나 타고났다고 만복이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단 하나의 진정한 복도 누리지 못한 채 그저 재물의 노예가 되어버린 셈이지. 번쩍이는 비단옷이 그의 차가운 심장까지 덥혀주지는 못하는 법이거늘, 오늘도 그는 홀로 차가운 금덩이를 끌어안고 메마른 웃음을 흘리고 있네.
대청마루에서 뜰 아래를 내려다보면 허리가 반쯤 꺾인 노비들이 무거운 곡식 자루를 이고 지고 줄지어 곳간으로 향하고 있건만, 만복의 눈에는 오직 쌀가마니의 숫자만이 보일 뿐 저 땀투성이 사내들의 고단한 숨결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라. 간혹 새참이라도 내주면 될 것을, '한 톨이라도 축내면 뼈가 부서지도록 곤장을 때리겠다'는 으름장이 떨어지니 노비들의 등줄기에는 한여름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듯하네. 저녁 해가 기울어 사위가 어스름해지면, 만복은 곳간 하나하나를 손수 돌아보며 자물쇠를 잠그고 또 잠그는데, 그 쇳소리가 달그락달그락 울릴 적마다 빈 마당에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쓸쓸하고도 음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도다.
방 안에 돌아와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만복의 그림자가 촛불에 비쳐 벽 위에서 흔들거리는 꼴이라니, 꼭 제 탐욕에 붙들려 꿈틀거리는 까만 아귀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있는 듯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서늘해지는구나. 누가 보아도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부자이건만, 어찌하여 저 사내의 얼굴에는 단 한 순간도 참된 웃음의 주름이 잡히질 않는고. 복을 만 개나 가졌다는 이름과는 달리, 진정한 복이란 무엇인지 평생을 모른 채 금궤짝 위에 앉아 서서히 썩어가는 사내의 첫 모습이 바로 이러하였느니라.
※ 2단계. 주제 제시
저잣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담장을 넘어가는구나. 돈이 산처럼 쌓여 있으면 대체 무얼 하겠는가. 짐승도 제 새끼는 거둘 줄 알고 날짐승도 먹이를 나누거늘,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저리 인정머리가 없을 수 있단 말이냐. 어제도 아랫마을 김 서방이 노모 약값이 없어 문전걸식을 하러 갔다가 물벼락만 맞고 쫓겨났다지 않은가.
"피도 눈물도 없는 위인 같으니라고, 저리 독하게 긁어모은 재물이 과연 죽을 때 저승길 노잣돈으로나 쓰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지."
탐욕이란 본디 날 선 검과 같아서, 당장은 남을 베는 듯 보여도 결국에는 제 발등을 찍고 제 목을 겨누는 법이거늘 어리석게도 그것을 모르고 날뛰는구나. 하늘의 그물이 성글어 보여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법인데, 저리 악업을 쌓고도 온전할 줄 아는가. 사람의 마음을 잃고 얻은 재물은 썩은 동아줄과 같아서,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그를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것임을 우리네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웃이 굶주려 죽어 나가는 판에 혼자 고깃국을 마시며 부른 배를 두드리는 저 사내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음을 어찌 본인만 모르는고. 돈 무서운 줄만 알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저 오만함이 언젠가 무서운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하네. 민심이 천심이라 했거늘, 온 고을 사람들의 원망과 탄식이 하늘에 닿고 있으니, 이제 머지않아 저 굳게 닫힌 대문 안으로 피할 수 없는 죗값이 찾아들 것이야. 아무리 좋은 비단으로 몸을 감싸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들의 저주 섞인 눈총 속에서는 결코 편안히 발 뻗고 잘 수 없을 터인데. 그저 불쌍하고 가련한 인생이 아닐 수 없도다.
저잣거리 술막에 걸터앉은 늙은 선비 하나가 혀를 끌끌 차며 이런 말을 하더구나.
"내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별별 수전노는 다 보았으되, 만복이처럼 독한 자는 본 적이 없다네. 저놈이 고리대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집문서를 빼앗았는지 아는가. 열에 넷은 만복이 손에 전답을 내주고 길바닥으로 내몰렸으니, 이 고을에서 저놈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네."
옆에서 듣고 있던 젊은 장정이 주먹을 불끈 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구나.
"어르신, 제 아비가 바로 저 만복이놈에게 논 세 마지기를 빼앗기고 울화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빌려준 것도 아니고 갚을 돈에 열 갑절 이자를 물려 아비 등골을 빼먹었으니, 저놈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여우 같은 짐승입니다."
그 말을 들은 술막의 이웃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덧붙이니, 만복이에게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는 듯, 원한의 목소리가 저잣거리에 가득 넘쳐흐르는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남을 해치는 자에게는 반드시 그 해침을 되갚는 법이거늘, 아직도 그 엄연한 하늘의 법칙을 모른 채 제 욕심만 부리고 있는 만복이의 앞날에 어떤 엄청난 변고가 닥쳐올 것인지, 이야기를 가만 지켜보시게나.
※ 3단계. 설정 (준비)
이름하여 만복이라 지어주었건만, 그 이름값 한번 참으로 기이하게 하는 사내로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고을 최고의 부자라 우러러보는 듯하지만, 굳게 닫힌 방문 너머 그의 실상은 어떠한가. 곁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피붙이 하나 없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지기 하나 없이, 오로지 차가운 금붙이들만이 그의 유일한 벗이요 가족이라네.
밤이 깊어 사위가 고요해지면, 그는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고방의 자물쇠를 몇 번이나 열었다 잠갔다 하며 불안함에 몸을 떠는구나. 행여나 누가 내 재물을 노리지 않을까, 노비들조차 믿지 못해 제 손으로 장부를 넘기며 셈을 하고 또 하는 그 처절한 몸짓이라니. 세상천지 이 넓은 곳에 마음 둘 곳 하나 없어, 재물이라는 차가운 장벽 뒤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가엾은 영혼이여.
배는 터질 듯 부르나 가슴속은 밑 빠진 독처럼 텅 비어 있으니, 아무리 금덩이를 채워 넣은들 그 지독한 허기가 채워질 리 만무하지 않은가. 남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떠는 벌거벗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네. 사람의 온기를 거부하고 오직 숫자로만 세상을 읽으려 하니, 그의 세상은 한없이 메마르고 삭막할 뿐이라.
오늘 열 냥을 벌면 내일 백 냥을 벌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 끝없는 강박증이 족쇄가 되어 그의 목을 조여오고 있음을 본인 스스로는 어찌 깨닫지 못하는가. 진정한 부유함이란 나눌 줄 아는 여유에서 오거늘, 이 바보 같은 사내는 천만금을 쥐고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거렁뱅이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버텨내고 있구나.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 채 썩어 문드러지는 금고 옆에서 홀로 늙어가는 사내의 고독이 촛불에 일렁이네.
한때 만복에게도 사람의 온기가 찾아든 적이 있었느니라. 스무 해도 더 전의 일이다. 젊은 시절 만복이 처음 장가를 들었을 때, 그 아내는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여인이었다네. 어느 날 대문 밖에서 굶주린 떠돌이 아이가 서성이는 것을 본 아내가 몰래 밥 한 그릇을 내어주었다가, 그것을 눈치챈 만복이 불같이 화를 내며 호통을 쳤었지.
"내 곳간에서 쌀 한 톨이라도 허투루 나가면 그것은 내 살점을 떼어주는 것과 다름없거늘,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제 맘대로 퍼다 주다니!"
아내는 그날 이후로 입을 꾹 다물었고, 해가 바뀔수록 점점 수척해지더니, 어느 겨울 첫눈이 내리는 날 아침, 차디찬 방구석에서 홀로 숨이 끊어져 있었다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으나, 그 굳게 다문 입술이 살아생전 하지 못했던 수천 마디의 원망을 대신하고 있었구나. 그때 만복이 무릎이라도 꿇고 눈물이라도 흘렸더라면 지금의 이 참담한 처지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을, 아내의 시신 앞에서도 장례 비용이 아깝다며 인색하게 굴었으니 하늘이 탄식하고 땅이 진동할 노릇이지 않은가.
그렇게 아내를 잃고, 유일한 혈육인 아들마저도 아비의 비정한 성정에 진저리를 치며 먼 고을로 떠나버린 뒤, 만복에게 남은 것은 오직 금덩이와 장부뿐이었다네. 사람의 목숨보다 엽전 한 닢이 더 소중한 줄로만 알았던 그 완고한 심장은 이제 돌덩이보다도 더 단단하게 굳어져, 남의 눈물 따위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구나.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호사다마라 하였던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던 만복의 위세도 보이지 않는 병마 앞에서는 추풍낙엽에 불과했으니. 어느 날 갑자기 원인 모를 괴질이 덮쳐와 숨통을 조이고,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밤낮으로 짐승처럼 울부짖는 신세가 되었구나.
고을에서 내로라하는 명의란 명의는 다 불러모아, 비단보에 금덩이를 싸서 안겨주며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였으나, 모두가 고개를 내저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물러날 뿐이었네. 그토록 애지중지 모았던 천만금이 당장 내일 넘어갈 숨통 하나 틔워주지 못하니, 이 얼마나 허망하고 기막힌 노릇인가.
"금 백 냥을 줄 테니 이 병을 낫게 해다오! 아니, 천 냥이라도 좋다! 내 곳간을 통째로 주마, 제발 나를 살려만 다오!"
만복은 이불 위에서 몸부림을 치며 필사적으로 외쳤으나, 의원들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하나둘 고개를 숙이고 물러갈 뿐이었네. 평생을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호기롭게 떠벌이던 사내가, 제 목숨 하나 돈으로 사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고 보니, 그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고도 가소로운 것이었느니라.
사경을 헤매며 헐떡이는 만복의 흐려지는 시야 속으로, 홀연히 한 줄기 서늘한 바람과 함께 기이한 빛을 뿜어내는 노인이 나타났도다. 백발이 성성하고 눈빛은 심연처럼 깊은 노인이, 덜덜 떠는 만복을 자리에 눕혀둔 채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듯 말하는구나.
"네 이놈, 평생을 제 욕심만 채우며 남의 눈물로 탑을 쌓았으니 이제 그 업보를 치를 때가 왔다. 네놈이 그토록 긁어모은 재물이 죽음의 문턱에서 널 구원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썩어빠진 고깃덩이에 불과한 육신에 집착하지 말고, 이제 네 탐욕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똑똑히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노인의 지팡이가 바닥을 쿵 울리는 순간, 숨 막히는 고통과 함께 만복의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와 낯설고도 차가운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니. 이승의 호화로운 방안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음산한 안개가 자욱한 저승길이 열려버린 것이지. 이승에서 누리던 모든 권력과 재물이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생전에 지은 무거운 죄업뿐이로다.
발밑으로 꺼져내리는 듯한 아득함 속에서 만복은 비로소 피할 수 없는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뼈저린 두려움에 사로잡히네. 위로는 천장도 보이지 않고 아래로는 바닥도 닿지 않는 아득한 공간을 허우적거리며 떨어지는데, 귀를 찢는 듯한 바람 소리 사이로 이승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죽어간 자들의 곡소리가 물결처럼 밀려들어 오는구나. 돈으로 쌓아 올린 높은 성벽은 죽음 앞에서 모래성보다도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으니, 이제 벌거벗은 영혼 하나로 그 엄중한 심판의 자리를 마주해야 할 만복의 처지가 참으로 기막히도다.
※ 5단계. 고민 (망설임)
음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저승의 분기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만복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구나. 양 갈래로 나뉜 길, 한쪽에서는 붉은 화염이 치솟으며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이 들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빛이 흘러나오는데, 곁에 선 저승사자의 서늘한 눈빛은 만복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네.
"이보게, 내가 이승에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아는가! 내 창고에는 아직 썩어가는 금은보화가 산더미요, 내 땅을 밟지 않고는 고을을 지나갈 수조차 없거늘. 당장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면 내 가진 재물의 절반, 아니 전부를 내어줄 테니 제발 나를 살려주시오!"
그러나 허공을 맴도는 애절한 부르짖음도 저승사자의 바위 같은 얼굴 앞에서는 속절없이 흩어질 뿐이니, 평생을 돈으로 세상만사를 주무르던 사내의 철저한 무력감이 이토록 비참할 줄이야.
"이곳에서는 이승의 엽전 한 닢도 통하지 않는 법. 오로지 네가 살아서 행한 죗값과 덕업만이 저울에 오를 뿐이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공포 앞에서 만복은 처음으로 자신의 지나온 삶을 처절하게 돌아보며, 뼛속 깊은 후회와 맞닥뜨리는구나.
'평생 남을 짓밟고 빼앗기만 했던 내가 과연 저 찬란한 빛의 길로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저 끔찍한 불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늦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내 본성대로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발버둥 쳐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신세로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의 영혼이자 지나가 버린 시간임을 이제야 깨달았건만, 엎질러진 물을 어찌 주워 담으리오.
만복은 안개 속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돈 한 닢이라도 떨어져 있지 않을까 바닥을 더듬어 보았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차가운 자갈과 축축한 이끼뿐이었네. 이승에서라면 은전 한 꾸러미만 던져주면 대뜸 무릎을 꿇고 제 말을 들었을 저승사자가, 이곳에서는 천만금을 준다 해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으니, 돈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존재를 난생처음 마주한 만복은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는구나.
'내 평생을 돈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더니, 이곳에서는 그 돈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빈손으로, 아니 빈손보다도 못한, 죄업만 가득 짊어진 채로 이 무서운 심판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운명의 갈림길에 선 사내의 절망어린 탄식만이 저승의 메아리가 되어 끝없이 울려 퍼질 뿐이구나. 붉은 불길이 치솟는 길 위로 이승에서 만복에게 고통당한 자들의 원혼들이 어른거리고, 찬란한 빛의 길 위로는 남에게 베풀며 살았을 이들의 평화로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건만, 만복은 그 어느 쪽으로도 발을 내딛지 못한 채 안갯속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따름이네.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우레와 같은 호통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저승 법정. 그 웅장하고 위압적인 기운에 짓눌려 만복은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구나. 염라대왕의 번뜩이는 두 눈이 마치 그의 오장육부를 꿰뚫어 보는 듯하니, 이승에서 지은 죄업이 적힌 두루마리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경에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네.
가뭄에 콩 나듯 남을 도운 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로지 고리대금으로 가난한 이웃의 피눈물을 짜낸 기록만이 시뻘건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니. 염라대왕이 두루마리의 한 대목을 집어 읽기 시작하자 만복의 낯빛이 삽시간에 잿빛으로 변하는구나.
"계축년 삼월, 아랫마을 박 서방에게 쌀 다섯 가마를 꿔주고 열 배의 이자를 물려 논 세 마지기를 빼앗음. 같은 해 팔월, 흉년으로 굶어 죽어가는 이웃이 쌀 한 줌을 구걸하였으나 매몰차게 내침. 갑인년 정월, 빚을 갚지 못한 소작농 세 가구를 한겨울에 집에서 내쫓아 그중 노인 한 명이 동사함."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만복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가고, 법정을 가득 메운 저승의 관리들이 허허 탄식을 내뱉으니 그 소리가 차가운 바람처럼 만복의 등줄기를 후벼파는구나. 이 죄를 어찌 다 씻을 꼬. 염라대왕이 들고 있는 저울의 추는 자비도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복의 심장도 함께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하구나.
"본디 인간으로 태어나 재물을 모으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나, 그것을 홀로 움켜쥐고 남의 고통을 외면한 죄는 용서받지 못할 대죄로다. 네놈의 눈먼 탐욕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지옥 같은 삶으로 내몰았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터. 당장 불지옥에 던져 넣어도 시원찮으나, 특별히 네놈에게 천국과 지옥이 어떠한 곳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할 것이니, 가서 네 죄의 무게를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도록 하라!"
탕, 탕, 탕! 내리치는 판결봉 소리에 만복의 넋은 반쯤 빠져나가고, 쇠사슬에 묶인 채 질박하게 끌려가는 그의 모습은 이승의 호령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한 마리 가련한 짐승에 불과하네. 그가 처음 당도한 곳은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섬뜩한 비명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끔찍한 지옥의 입구.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스멀거리는 원혼들의 손길에 기겁을 하며, 이내 눈앞에 펼쳐질 참상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전신을 휘감는구나. 평생을 비단길만 걷던 사내가 이제는 맨발로 뾰족한 가시밭길을 걸어 지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해야만 하니, 이 끔찍한 여정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쇠사슬이 질질 끌리는 소리가 적막한 지옥의 복도에 메아리칠 때마다, 만복은 이승에서의 호사스러운 삶이 얼마나 허황된 꿈이었는지를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느니라.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지옥으로 향하는 어둑한 길목, 앙상한 뼈만 남은 망자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형상들 사이에서 만복은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지는구나.
'아니, 저이는 내가 고리대금을 갚지 못한다고 한겨울에 내쫓았던 박 서방이 아닌가. 또 저 늙은이는 쌀 한 줌만 꿔달라는 애원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아랫마을 최 노인네가 아니던가.'
이승의 원한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망자들의 눈빛은 원망과 분노를 넘어, 이제는 텅 빈 동정심마저 담겨 있어 만복의 살갗을 후벼파는 듯하네.
"천만금을 쥐고 흔들며 우리 피눈물을 빨아먹더니 꼴좋게 되었수다. 당신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벌거벗은 영혼으로 이 차가운 구천을 떠도는 신세가 아니오."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망자들의 날 선 비아냥거림에, 만복은 처음으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지독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구나.
'내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창고에 썩어나는 쌀가마니가 저들의 목숨 하나 구하지 못했고, 끝내 나마저도 이 끔찍한 지옥문 앞으로 끌고 왔단 말인가.'
헐벗고 굶주린 망자들의 비참한 몰골은, 마치 자신이 이승에서 저지른 잔인한 만행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 만복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네. 그들의 앙상한 손길이 자신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만복의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인간적인 연민과 회한의 감정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지.
그때, 망자들 틈에서 유독 가녀린 몸집의 여인이 하나 서 있었으니, 만복은 그 뒤태를 보는 순간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구나. 그 여인은 바로 만복의 아내, 일찍이 차가운 방구석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던 그 가엾은 여인이었느니라. 여인은 돌아서지 않았다. 그저 등을 보인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건만, 그 가느다란 어깨가 달빛에 비쳐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본 만복은 마치 뜨거운 쇳물이 가슴에 쏟아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무릎이 꺾여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네.
"여, 여보. 나야. 나. 만복이야."
목이 메어 한마디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만복의 부름에 여인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고요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하더구나.
"당신은 내가 죽어가는 밤에도 곳간 쌀이 줄어든 것만 걱정하였지요. 내 마지막 숨이 끊어지던 새벽에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내일 장에 내다 팔 곡식 값만 가득했을 터.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다만, 슬플 뿐이지요."
그 여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끝보다 날카롭게 만복의 가슴을 후벼파니, 떵떵거리며 살 때는 몰랐던 타인의 고통이 이제서야 제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으로 다가오는구나. 참으로 때늦은 깨달음이 아닐 수 없도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끊어진 동아줄인 것을. 원통하게 죽어간 이들의 곡소리가 지옥의 바람에 섞여 들려올 때마다, 만복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헛되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지옥의 문이 열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만복은 제 눈을 의심하며 아연실색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기괴하고도 소름 끼치는 연회장이 아닐 수 없구나.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에서 피어오르는 모락모락 한 김과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하건만, 상 주위에 둘러앉은 자들의 몰골은 어찌하여 피골이 상접한 아귀의 형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눈알은 튀어나올 듯 번들거리고 배는 홀쭉하게 가죽만 남은 채, 서로 먼저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생지옥의 짐승들이 따로 없도다. 그들이 굶주릴 수밖에 없는 까닭을 찬찬히 살펴보니, 손에 들려진 숟가락의 길이가 제 팔통보다 훨씬 길어 음식을 떠도 도무지 제 입으로 가져갈 수가 없는 기막힌 노릇 때문이었네.
만복 자신도 참을 수 없는 허기에 휩싸여 황급히 빈자리에 앉아 그 기다란 숟가락을 쥐어보지만, 아무리 안간힘을 쓰고 용을 써도 숟가락 끝에 매달린 탐스러운 고기완자는 야속하게도 입술 끝에도 닿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구나.
"이놈의 숟가락이 대체 왜 이리 긴 게야! 이것만 좀 짧으면 당장 저 고기를 먹을 수 있을 텐데!"
만복은 숟가락을 무릎에 대고 꺾어보려 하였으나 쇠보다 단단한 숟가락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숟가락 끝을 이빨로 물어보려 안간힘을 써도 목이 뒤틀릴 뿐 고깃덩이는 닿을 듯 말 듯 코끝을 스치며 비웃기만 하는구나. 내 입에 넣으려 숟가락을 꺾어보고 팔을 뒤틀어보아도, 음식은 허공을 가르거나 옆 사람의 뒤통수를 때릴 뿐, 사방에는 흩뿌려진 음식물과 짐승 같은 괴성만이 난무할 뿐이네.
"비켜! 이건 내 거야! 내가 먼저 떴단 말이다!"
"네놈이 뭔데! 이 밥은 내 앞에 있는 것이야!"
아귀들은 서로를 밀치고 할퀴며 제 입에라도 한 톨 넣어보려 발악을 하건만, 기다란 숟가락은 어김없이 음식을 허공에 뿌리거나 반대편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놓을 뿐, 제 입으로 들어가는 법이 없었네. 제 배만 불리려는 악다구니 속에서 밥상은 엎어지고, 귀한 음식들은 시궁창의 오물보다 못한 처지가 되어 짓밟히고 있으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도 끔찍한 아이러니인가.
눈앞에 먹을 것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도 끝없는 굶주림에 허덕여야 하는 고통이야말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가장 지독한 형벌임이 틀림없도다. 만복은 사방에서 제 입에만 음식을 구겨 넣으려다 피 터지게 싸우는 지옥의 망자들을 보며, 문득 이승에서 욕심에 눈이 멀어 주변을 짓밟고 홀로 꾸역꾸역 재물을 집어삼키던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겹쳐 보여 구역질을 참지 못하네.
'저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었구나. 쌀이 썩어나도록 곳간에 쌓아두고 이웃이 굶어 죽든 말든 내 배만 채우려 발버둥 치던 내 꼴이 바로 저 아귀와 다를 바 무엇이었던가.'
그 순간 만복의 등줄기로 찬 소름이 쏘옥 돋아오르며, 이 기다란 숟가락이야말로 탐욕에 눈먼 자들에게 내려진 하늘의 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하는구나.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지옥의 참상에 넋이 나간 만복을 이끌고 저승사자가 홀연히 발걸음을 옮긴 곳은, 눈이 부시도록 환한 빛이 쏟아지는 천국이라네.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은 만복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다물지 못하니, 이곳의 풍경이 방금 전 보았던 지옥의 연회장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지 아니한가.
흐드러지게 차려진 산해진미도, 제 팔보다 두 배는 족히 넘는 저 얄미운 기다란 숟가락도, 모든 것이 지옥의 그것과 똑같은데, 어찌하여 이곳의 공기는 이토록 따스하고 평화롭단 말인가.
'분명 똑같은 밥상이고 똑같은 숟가락인데, 어찌 저곳에서는 아수라장이었고 이곳에서는 극락이란 말인가.'
조심스레 연회장 안을 살펴보던 만복은 마침내 그 이유를 깨닫고,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 큰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구나. 천국의 사람들은 지옥의 아귀들처럼 음식을 제 입으로 가져가려 발버둥 치는 대신, 그 기다란 숟가락으로 정성껏 음식을 떠서 맞은편에 앉은 이의 입에 다정하게 넣어주고 있었던 것이지.
"이보시게, 이 고기반찬이 참으로 맛이 좋으니 한번 드셔보시구려."
"허허, 고맙소이다. 당신도 이 귀한 국물을 한 모금 해보시게나."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는 그 아름다운 양보와 배려 속에서, 밥알 하나 흘리는 법 없이 모두가 배불리 먹고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정경이라니. 만복의 좁아터진 머리통으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참으로 기막히고도 단순한 진리가 그곳에 있었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면 영원히 굶주리는 지옥이 되지만, 남의 입을 먼저 생각하고 먹여주면 다 함께 배불리 웃을 수 있는 천국이 된다는, 이 평범하고도 위대한 이치.
지옥과 천국을 가르는 것은 음식이 넉넉한가 숟가락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오직 남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 하나뿐이었음을 깨달은 만복의 가슴속에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는구나.
만복은 천국의 사람들이 서로를 먹여주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한 노파와 눈이 마주쳤다네. 노파는 흰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고 주름투성이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미소가 어찌나 따스한지 만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미소에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네.
노파가 맞은편에 앉은 젊은이의 입에 국물을 넣어주며 나직이 말하더구나.
"이 아이는 생전에 남을 위해 마지막 밥 한 술까지 내어준 착한 심성이었지. 여기서는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또 주니, 아무도 굶주리는 법이 없다네."
그 말이 만복의 귓가에 꽂히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으니, 그것은 평생에 걸쳐 한 겹 한 겹 쌓아 올렸던 이기심의 두터운 성벽이 비로소 금이 가기 시작하는 소리였느니라.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천국의 평화로운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어둠 속으로 끌려 나온 만복의 온몸은, 극도의 공포와 회한으로 사시나무 떨듯 진동을 멈추지 못하는구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지옥 망자들의 끔찍한 몰골과 귓가에 맴도는 처절한 굶주림의 비명소리가 바로 내일 겪게 될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니, 심장이 조여오고 숨통이 막혀오는 듯하네.
'내 평생을 그토록 악착같이 모은 재물이 결국 나를 구원하기는커녕, 저 끔찍한 굶주림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무거운 족쇄였음을 이제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다니.'
천국의 사람들이 서로를 먹여주며 웃음 짓던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얄팍한 만복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남을 믿지 못하는 의심의 싹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구나.
'내가 숟가락으로 남을 먹여준다 한들, 저 인간들이 앙심을 품고 내 입에는 밥을 넣어주지 않으면 나만 쫄쫄 굶는 것 아닌가.'
하는 그 알량하고도 뿌리 깊은 이기심 말일세. 하지만 이내 그 어리석은 의심조차도 바로 자신을 지옥으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네.
'남을 믿지 못하고 베풀지 못하는 내 마음속의 지옥이 결국 현실의 지옥을 만들어낸 것이니, 이 모든 참담한 결과는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 스스로가 자초한 재앙이 아니던가.'
평생 동안 이웃의 굶주림을 외면하고 철저히 고립되어 살아온 나에게, 지옥에서 내 기다란 숟가락에 음식을 얹어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이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 만복은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까마득한 절망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구나.
그때 어둠 속에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다시 울려 퍼졌다네.
"네가 천국의 이치를 눈으로 보았으니 이제 깨달았느냐. 하지만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승에서 네게 피해를 입은 자들이 저마다 너를 고발하는 소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이 모든 원한을 어찌 갚으려느냐."
저승사자가 손짓하자 허공에 불꽃 글씨로 원한의 장부가 또다시 펼쳐지는데, 이번에는 죄목만이 아니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그들이 흘린 눈물의 무게까지 적혀 있어 만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구나. 박 서방 가족 네 식구, 겨울 한파에 동사 직전까지 몰림. 최 노인, 쌀 한 줌 구하지 못해 아사. 이 서방 아내,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진. 줄줄이 적혀 나가는 이름들이 끝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심은 대로 거둔다는 저승의 냉혹한 법칙 앞에서 그는 몸서리를 치네.
'내가 이승에서 베풀었던 것이 단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이 무거운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웠을 텐데.'
만복은 자신의 삶 전체가 기다란 숟가락으로 제 입에만 밥을 넣으려 발버둥 치던 지옥의 아귀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음을 뼈저리게 깨닫고, 다리에 힘이 풀려 축 늘어진 채 어둠 속에 쓰러지고 마는구나.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저승의 깊은 골짜기. 모든 심판이 끝난 듯, 저승사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만복의 가슴에 꽂히는구나.
"네가 본 대로 천국과 지옥은 다르지 않다. 오직 그곳에 있는 자들의 마음만이 다를 뿐. 너는 평생을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남에게 밥술을 내어준 적이 없으니, 이 지옥의 끔찍한 연회장에서 네 숟가락을 잡아줄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제 너는 영원한 굶주림과 타는 듯한 갈증 속에서 네가 외면했던 이웃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씹어 삼키며 이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홀로 썩어가야 할 터."
저승사자가 매정하게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만복은 사색이 되어 바닥에 엎드린 채 저승사자의 바지가랑이를 부여잡고 애원하네.
"제발,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내 평생을 속죄하며 남을 위해 살겠나이다! 짐승만도 못한 이놈을 한 번만 불쌍히 여겨주소서!"
그러나 허공을 가르는 그의 절규는 메아리조차 남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질 뿐, 어둠은 묵묵히 그를 집어삼키려 입을 벌리고 있구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빛 한 줌 보이지 않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지독한 한기와 살을 파고드는 기아의 고통만이 서서히 그를 옭아매어 오니, 이것이 정녕 끝이란 말인가.
'내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금자탑이 한낱 잿더미가 되고, 내 영혼마저 영원히 구제받지 못할 악귀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허망하고 통탄할 노릇이로다.'
바닥에 쓰러져 짐승처럼 울부짖는 만복의 두 눈에서는 마침내 회한의 피눈물이 쏟아져 내리지만, 이미 닫혀버린 자비의 문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네.
그때 어둠의 저편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아까 지옥 가는 길목에서 마주쳤던 만복의 죽은 아내가 어스름한 빛에 싸여 나타났구나. 만복은 흐느끼다 말고 고개를 들었으나, 아내는 이번에도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서 다가오지 않았네.
"여보, 나 좀 살려다오.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 내가 잘못했소, 내가 다 잘못했소."
만복이 무릎으로 기어가며 아내의 치맛자락에 손을 뻗었으나, 손끝이 닿는 순간 아내의 형상은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고 다시 칠흑의 어둠만이 남았네. 그것은 마치 이승에서 아내에게 단 한 번도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던 만복에게 돌아온, 가장 잔인한 되갚음이었느니라.
까마득한 절망의 밑바닥에서 홀로 버려진 오만한 부자의 최후는 비참하기 짝이 없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속에서 만복은 제 두 손만 부여잡은 채, 빈 손으로 허공을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통곡할 뿐이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영겁과도 같은 짙은 암흑과 고독 속에서, 배를 쥐어뜯으며 쓰러져 있던 만복의 메마른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내리는구나. 극도의 굶주림 속에서 헛것이 보이는 것일까, 어둠의 장막 위로 그가 이승에서 매몰차게 내쳤던 이웃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유령처럼 떠오르기 시작하니.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가던 어린아이의 퀭한 두 눈동자. 뼛골 빠지게 일하고도 빈손으로 쫓겨나던 소작농의 주름진 얼굴. 약값이 없어 죽어가던 병자의 창백한 입술이 번갈아 나타나 그의 멱살을 틀어쥐는 듯하네.
'아아,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저들도 나와 똑같이 피가 흐르고 숨을 쉬는 존귀한 생명이었거늘, 나는 어찌하여 짐승보다 못한 마음으로 저들의 고통을 철저히 짓밟았단 말인가.'
내 배가 터지도록 부를 때 저들은 흙을 파먹으며 울부짖었고, 내 방안이 황금빛으로 번쩍일 때 저들의 차가운 방구석에는 절망의 눈물만이 고여 있었구나. 처음으로 남의 아픔이 온전히 제 살갗을 파고드는 듯한 지독한 통증을 느끼며, 만복은 바닥에 머리를 찧고 또 찧으며 처절하게 통곡하네.
'나눌 줄 아는 마음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이 어둡고 차가운 지옥의 바닥에 처박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다니, 내 어리석음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원통하구나.'
재물은 배고픈 자에게 먹여주고 헐벗은 자에게 입혀줄 때 비로소 참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이제야 뼈저리게 알겠나이다.
어둠 속에서 만복은 눈을 감고 천국의 연회장을 떠올렸다네. 그곳에서 기다란 숟가락으로 맞은편 사람의 입에 밥을 넣어주며 환히 웃던 노파의 얼굴이 아른아른 떠올랐고,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며 밥알 한 톨 흘리지 않던 그 고요하고도 풍요로운 밥상이 떠올랐구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승에서 내 곳간에 썩어나던 그 많은 쌀로 이웃의 빈 그릇을 채워줄 수 있었을 터인데. 내가 왜, 대체 왜 그 쉬운 것을 못 했단 말인가.'
그 순간, 만복의 머릿속에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네. 차가운 방구석에서 홀로 눈을 감은 채 굳어 있던 아내의 얼굴 위에, 천국의 노파가 보여주었던 그 인자한 미소가 겹쳐지는 것이었네. 아내가 굶주린 아이에게 몰래 밥 한 그릇을 내주었을 때, 그것이야말로 기다란 숟가락으로 남을 먹여주는 천국의 마음이었음을 만복은 비로소 깨달았구나.
아무도 듣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직 자신만의 진실한 재판관 앞에 선 만복은, 거짓 없는 뉘우침으로 온 영혼을 씻어내고 있구나. 눈물은 마르지 않고, 후회는 뼛속 깊이 사무치건만, 그 통렬한 참회의 한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아주 미미한 빛의 씨앗 하나가 그의 심장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느니라.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참회의 눈물로 씻겨 내려간 만복의 얼굴은 예전의 오만하고 독기 서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한없이 맑고 간절한 빛만을 띠고 있구나. 절망의 수렁에서 비로소 인간의 도리를 깨우친 그는,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워 어둠 저편을 향해 목청껏 외치기 시작하네.
"대왕님, 사자님! 제 말을 한 번만 더 들어주십시오! 제가 지은 죄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큼 무겁다는 것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나이다!"
만복은 어둠 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제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목이 터져라 외치기 시작하였구나.
"나눔이란 억지로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라, 짐승 같은 이기심을 버리고 사람의 마음을 회복할 때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생명수임을 이 지옥의 굶주림 속에서 절절히 배웠습니다. 저에게 한 번만, 단 한 번만 더 이승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신다면, 평생을 다 바쳐 제 손에 남은 모든 것을 배고프고 가련한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며 살겠나이다!"
"만약 제가 이 약조를 어기고 다시 옛날의 추악한 몰골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저를 가장 깊은 불지옥의 불가마 속에 던져 영원토록 태우셔도 달게 받겠나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거짓이나 요행을 바라는 마음 없이, 오직 스스로를 옭아매던 탐욕의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절박함만이 가득 차 있으니.
어둠 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공기가 미세하게 떨리며, 어디선가 한 줄기 따스한 빛이 스며들어 만복의 야윈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구나.
그 빛은 아주 미약하였으나, 지옥의 어둠을 한 줌이나마 밀어내기에는 충분하였고, 빛이 닿는 곳에서 온기가 번지듯 만복의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에도 조금씩 핏빛이 돌기 시작하였네. 스스로의 죄를 온전히 인정하고 변화를 다짐하는 자의 눈물은 필경 하늘을 감동시켰음이 틀림없도다.
그 순간 만복은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네.
'여보, 당신이 굶주린 아이에게 몰래 밥 한 그릇을 내어주었을 때, 그것이 바로 천국의 숟가락이었소. 내가 너무 늦게 알았구려. 하지만 이제라도, 이제라도 당신처럼 살아보겠소.'
만복의 두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으나, 이번의 눈물은 아까의 두려움과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비로소 사람의 도리를 깨우친 자의 뜨거운 결의에서 솟아오른 것이었느니라. 그는 이제 나눔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기꺼이 속죄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네 진심이 정녕 그러하다면, 짐이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니 가서 네가 뱉은 말을 천금같이 여기고 실천하라!"
염라대왕의 호령이 우레처럼 귓전을 때리는 순간, 헉 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만복이 번쩍 눈을 떴구나.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꿈에 그리던 이승의 제 방안이 틀림없고, 따스한 아침 햇살이 창호지를 뚫고 찬란하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네.
"살았다! 내가 다시 살아 돌아왔구나!"
지옥의 서늘한 기운이 아직 등에 남아있건만, 만복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환희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구나. 그는 잠시의 지체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며, 아직 잠결에 헤매는 노비들을 향해 벼락같이 소리치네.
"여봐라! 당장 고방의 자물쇠를 모조리 부수고 창고를 활짝 열어젖혀라! 그리고 당장 쓸 은전 몇 닢만 남기고 모조리 수레에 실어 마당으로 내오너라!"
영문도 모른 채 혼비백산하여 달려온 노비들과 소식을 듣고 웅성거리며 모여든 고을 사람들 앞에서, 만복은 제 손으로 곳간의 쌀가마니를 허물고 금은보화를 꺼내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하니.
"이보게 김 서방, 노모 약값으로 쓰시게. 그리고 최 노인 어르신, 이 쌀로 올겨울은 배불리 나시구려. 내가 그동안 참으로 몹쓸 짓을 많이 하였소. 부디 내 어리석음을 용서해주오."
평생 쌀 한 톨 내주지 않던 수전노가 허리 굽혀 사죄하며 재물을 퍼주니, 사람들은 혹시 꿈을 꾸는 건 아닌지 뺨을 꼬집어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구나.
"만, 만복이 영감이 돌았나? 이게 대체 무슨 바람이여!"
"아니, 저 수전노가 쌀가마니를 퍼주다니,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만!"
사람들은 처음에 믿지 못하여 어리둥절 서성이기만 하였으나, 만복이 직접 쌀가마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이 집 저 집 대문 앞에 내려놓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꿈이 아님을 깨닫고, 하나둘씩 울먹이며 쌀을 받아 안기 시작하였네. 빚문서를 불에 태워 재를 날리고, 노비들에게도 넉넉한 삯을 쥐어주며, 평생 꽁꽁 잠가두었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막혀 있던 물길이 터지듯 고을 전체에 기쁨과 감격의 물결이 넘실대는구나.
이기심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와 진정으로 나눔의 기쁨을 맛보는 만복의 환한 얼굴 위로,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축복처럼 내려앉고 있네. 만복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사람들에게 밥을 퍼주며, 난생처음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이한 감정에 휩싸여,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었느니라.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만복의 너른 마당에는 화기애애한 웃음꽃이 만발한 큰 잔치가 벌어졌구나. 산처럼 쌓여 있던 금은보화는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비단옷 대신 소박한 무명옷을 걸친 만복이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앉아 껄껄 웃음 짓고 있네.
첫 장면에서 산해진미를 홀로 독차지하고 차갑게 노려보던 그 흉측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따스한 눈길로 이웃들을 살피는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은가.
"이보게 아우님, 여기 이 고기반찬이 참으로 맛나니 한 입 드셔보시게."
만복이 다정하게 숟가락에 고기를 얹어 곁에 앉은 가난한 이웃의 입에 넣어주니, 받아먹는 이도 주는 이도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구나.
'내 입에 억지로 구겨 넣으려 발버둥 칠 때는 그렇게도 모래알 같던 음식이, 남의 입에 먼저 넣어주고 다 함께 나누어 먹으니 이토록 꿀맛 같고 배가 부를 줄이야.'
천국의 연회장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나눔의 풍경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집 앞마당에 펼쳐지고 있음을 보며 만복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쓸어내리네. 굳게 닫혀 있던 그의 대문은 이제 굶주리고 지친 자라면 누구나 들어와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는 넉넉한 쉼터가 되었으니, 참으로 놀라운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도다.
그 잔칫상 한가운데에는 유난히 긴 숟가락 하나가 놓여 있었다네. 만복이 저승에서 가져온 것은 아닐 터이나, 그가 목수에게 부탁하여 일부러 깎아 만든 것이었지. 제 팔보다 긴 그 나무 숟가락으로 만복은 맞은편에 앉은 이웃의 입에 밥을 넣어주고, 그 이웃은 또 다른 이웃의 입에 반찬을 넣어주니, 온 마당이 돌고 도는 나눔의 숟가락으로 가득 찬 천국이 된 것이로구나.
탐욕이라는 끔찍한 지옥을 스스로 걷어차고, 나눔이라는 천국을 이승에 일구어낸 만복의 따스한 미소 위로, 저무는 석양의 붉은 노을이 찬란하고도 평화롭게 내려앉고 있네.
엔딩 (250자 이내)
천국과 지옥은 먼 곳에 있지 않더이다. 제 입에만 넣으려 발버둥 치면 산해진미 앞에서도 굶주리는 지옥이요, 남의 입을 먼저 살피면 보리밥 한 그릇도 천국의 잔치가 되는 법. 당신의 숟가락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요. 오늘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따스한 숟가락 한 번 건네주시구려. 그 작은 나눔이 모여 더 많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