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만복야담 — "탐관오리의 금고에서 나온 것은 금이 아니라 뼈였다"

    태그 (15개)

    #도깨비, #만복야담, #탐관오리, #조선야담, #도깨비방망이, #권선징악, #조선시대, #오디오드라마, #도깨비전설, #한국민담, #옛날이야기, #도깨비와한잔, #시니어동화, #전래동화, #한국의교훈
    #도깨비 #만복야담 #탐관오리 #조선야담 #도깨비방망이 #권선징악 #조선시대 #오디오드라마 #도깨비전설 #한국민담 #옛날이야기 #도깨비와한잔 #시니어동화 #전래동화 #한국의교훈

     

     

    후킹

    조선 어느 고을, 탐관오리 조 사또가 죽은 날 밤, 자식들이 아비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서로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평생 백성의 고혈을 짜내 모은 금괴가 숨겨진 지하 금고, 그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침내 열쇠를 쥔 자식이 무거운 철문을 열고 횃불을 비추었을 때, 금고 안에서 나온 것은 금이 아니었습니다. 수천 개의 하얀 해골이 산처럼 쌓여, 퀭한 눈구멍으로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비명이 터졌고, 자식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습니다. 대체 금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해골은 누구의 뼈였을까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뒤에는, 관아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평생을 보낸 노비 한 명과, 낡은 나무주걱에서 태어난 도깨비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추적추적, 하늘이 찢어진 듯 쏟아지는 장대비였습니다. 검은 밤이었습니다. 대궐이라 해도 믿을 만큼 크고 화려한 관아 마당에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하얀 상복을 입은 백성들이었습니다. 열 명, 스무 명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명이 장대비를 맞으며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상복이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고을의 사또가 죽었으니 상을 치러야 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곡소리가 없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또가 죽었는데 백성이 울지 않는다. 그것은 사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주고도 남았습니다.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것은 곡소리가 아니라 한숨이었습니다. 깊고 무거운, 뼛속까지 배어든 한숨이었습니다. "하이고, 영감탱이... 죽을 땐 금덩이 하나 안 가져가면서, 산 사람 고혈은 왜 그리 짜냈누..."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빗줄기에 섞여 흘러갔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있어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백성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아니라 한이 서려 있었습니다. 십 년 넘게 쌓이고 쌓여 이제는 돌처럼 굳어버린 한이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관아 안쪽, 불빛이 번쩍이는 안방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 시각, 안방에서는 지옥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또의 시신이 놓인 방 한가운데서, 비단옷을 걸친 사또의 자식 셋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었습니다. "비켜라!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쥐고 계시던 금고 열쇠는 장자인 내 것이다!" 첫째가 으르렁거렸습니다. "무슨 소리! 평생 아버님 수발을 든 건 나다!" 둘째가 받아쳤습니다. 셋째는 말없이 탁자 위에 놓인 열쇠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자식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한 가지만 비치고 있었습니다. 아비가 평생을 바쳐 백성의 피를 짜내어 채운 지하 금고, 그 무거운 철문을 여는 열쇠. 호롱불 빛을 받아 자식들의 눈이 짐승처럼 번뜩일 때, 밖에서는 백성들의 한숨이 빗소리와 함께 더욱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구중궁궐 부럽지 않은 화려한 안방과, 차가운 빗속에 젖어 서 있는 남루한 백성들. 그 대비야말로 조 사또가 십 년에 걸쳐 만들어온 이 고을의 풍경 그 자체였습니다.

    ※ 2단계. 주제 제시

    관아의 가장 낮은 곳이었습니다. 잿물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빨래터 구석, 축축한 돌바닥 위에 한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칠성이었습니다. 평생을 이 관아에서 노비로 늙어온 사내였습니다. 등이 굽어 있었습니다. 젊어서 진 짐의 무게가 등뼈를 휘게 한 것인지, 맞은 매의 고통이 등을 숙이게 한 것인지, 이제는 칠성 자신도 알 수 없었습니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손등은 갈라져 핏줄이 보였습니다.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반평생의 세월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칠성은 안방에서 새어 나오는 날카로운 비명 같은 다툼 소리와, 마당에서 들려오는 백성들의 묵직한 한숨 소리를 번갈아 들었습니다. 시려오는 무릎을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분노도 없었고, 슬픔도 없었습니다. 그저 오래된 돌처럼 무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살면서 보아온 것들이 그 눈 속에 전부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칠성은 사또의 발아래에서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가뭄이 들어 논이 갈라져도 사또가 세금을 깎아주는 법은 없었습니다. 전염병이 돌아 사람이 죽어 나가도 사또가 약을 풀어주는 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죽은 자의 몫까지 산 자에게 떠넘겼습니다. 그렇게 짜낸 것들이 전부 지하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금괴 상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백성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졌고, 아이들의 볼에서는 살이 빠졌고, 노인들의 등은 더욱 굽어졌습니다. 칠성은 그것을 코앞에서 지켜봤습니다. 금빛 속에 백성들의 피눈물이 스며들어 더욱 붉게 빛나는 것을. 금괴가 쌓일수록 해골이 쌓이는 것을.

    칠성은 움켜쥐고 있던 빨래 방망이를 천천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입술만 달싹이며 중얼거렸습니다. '영감탱이... 저리 많이 쳐먹고도 배가 터지지 않더니, 결국 그 탐욕이 제 목을 조르는구나.' 그 나직한 독백은 비바람에 묻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고을을 관통하는 지독한 진리였습니다. 주린 배를 짜내 만든 재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은 피가 되고, 그 피눈물은 기어이 주인의 목을 조르는 법이었습니다. 칠성의 입술이 나직이 다물어질 때, 안방의 다툼 소리는 한층 날카로워졌고, 마당의 빗소리는 마치 해골들이 덜그럭거리는 소리처럼 으스스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 3단계. 설정 (준비)

    시간을 되돌려야 합니다. 십 년 전이었습니다. 지독한 가뭄이 고을을 집어삼킨 해였습니다. 하늘에서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것이 석 달을 넘겼습니다. 땅이 갈라졌습니다.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벌어졌고, 밭의 곡식은 뿌리째 말라비틀어졌습니다. 우물물이 줄었습니다. 개울이 말랐습니다. 소가 죽고, 닭이 죽고, 사람이 죽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한 명, 이틀에 두 명. 굶어 죽는 백성의 수가 날마다 늘었습니다.

    그해에 새로 부임한 사또가 조 사또였습니다. 백성들은 새 사또가 오면 무언가 달라지리라 기대했습니다. 구휼미를 풀어줄 것이다, 세금을 감해 줄 것이다. 하지만 조 사또는 달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그가 한 첫 번째 일은 고을의 세금을 올린 것이었습니다. 가뭄에 죽어 나가는 고을에서 세금을 올리다니. 백성들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조 사또는 관아 지하 깊은 곳에 자신만의 금고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금고가 아니었습니다. 요새였습니다. 철문에 빗장을 수십 개 지르고, 벽을 돌로 쌓고, 쥐 한 마리 들어갈 틈 없는 지하 요새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밤마다 지하에서 곡괭이 소리가 울렸습니다. 쇠사슬이 딸그럭거렸습니다. 굶어서 뼈가 앙상한 백성들이 관아의 노역으로 끌려와 땅을 팠습니다. 먹을 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쉴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쓰러지면 매를 때렸고, 매를 맞고도 일어나지 못하면 구석으로 끌어다 버렸습니다. 백성들의 피와 땀이 섞인 흙 위에 금고의 벽이 한 층 한 층 올라갔습니다.

    당시 스물을 갓 넘긴 젊은 머슴이었던 칠성도 그 노역에 끌려갔습니다. 칠성은 관아에서 태어난 노비였습니다. 아비가 누군지 몰랐고, 어미만 있었습니다. 어미는 관아의 부엌에서 일하는 여종이었습니다. 칠성에게 남은 어미의 유품은 낡고 다 닳아빠진 나무주걱 하나뿐이었습니다. 어미가 평생 부엌에서 밥을 퍼주던 바로 그 주걱이었습니다. 그해 겨울, 어미가 미음 한 숟가락이라도 입에 넣고 싶다며 헐떡거렸습니다. 굶어서 뼈만 남은 어미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칠성은, 관아 쌀창고에 몰래 손을 넣어 쌀 한 줌을 훔쳤습니다. 겨우 한 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줌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발각된 칠성은 관아 마당 한가운데로 끌려나왔습니다. 조 사또가 직접 매질을 명했습니다. "이 천한 놈이 감히 내 재물에 손을 대!" 곤장이 등에 내려꽂혔습니다. 한 대, 두 대, 열 대, 스무 대. 살이 터지고 피가 마당에 번졌습니다. 칠성은 비명을 지르다 못해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맞은 칠성은 거적데기에 싸여 지하 금고 공사장으로 던져졌습니다. 피떡이 된 등으로 돌을 나르고, 굳은 땅을 팠습니다. 곡괭이를 내려찍을 때마다, 사또를 향한 저주가 곡괭이 끝에 실려 땅속으로 박혔습니다. 그 사이, 칠성의 어미는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텅 빈 항아리를 끌어안은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아들은 어미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하 금고의 어둠 속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칠성의 가슴에 한이 맺혔습니다. 세상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한이. 금고의 벽이 높아질수록, 사또의 금괴가 쌓여갈수록, 칠성의 한 역시 해골처럼 하얗게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마침내 지하 금고가 완성되었습니다. 석 달이 걸렸습니다. 그 석 달 동안 노역에 끌려온 백성 가운데 열일곱 명이 죽었습니다. 굶어 죽은 자, 매 맞아 죽은 자, 무거운 돌에 깔려 죽은 자. 죽은 이들은 밤중에 산속 깊은 구덩이에 버려졌습니다. 사람들이 골때기 골짜기라 부르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백골이 쌓여 있었습니다. 사또의 학정에 죽어 간 사람들, 노역에 시달려 죽은 사람들, 굶어 죽은 사람들의 뼈가 하얗게 쌓여 달빛에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금고가 완성되던 날, 조 사또는 잔혹한 웃음을 지으며 노역꾼들을 모았습니다. "수고했다. 오늘은 내가 술을 한잔씩 내리겠다." 살아남은 노역꾼 서른두 명이 관아 마당에 모였습니다. 칠성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사또가 직접 술을 따랐습니다. 사또가 백성에게 술을 내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고마워했고, 누군가는 의아해했습니다. 칠성은 술잔을 받아 들었지만, 마시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또의 눈이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입만 웃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칠성은 본능적으로 알아챘습니다.

    '금고의 비밀을 아는 자는 살아 있어서는 안 된다.' 칠성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에서 거품이 나왔고, 눈이 뒤집혔고, 몸이 비틀리다 축 늘어졌습니다. 독이었습니다. 칠성은 품에 넣어 두었던 어미의 나무주걱을 입에 물고 술을 삼킨 척했습니다. 독이 온전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몸에 스며든 독기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습니다. 칠성은 이를 악물고 쓰러졌습니다. 죽은 척이었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최대한 천천히 쉬고, 사지에 힘을 풀었습니다.

    포졸들이 시신을 수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적데기에 싸서 수레에 실었습니다. 서른두 구의 시신이 수레 위에 쌓였습니다. 칠성은 그 시신들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차갑게 굳어가는 동료들의 몸이 칠성의 피부에 닿았습니다. 바로 옆에서 함께 곡괭이질을 하던 사내의 시신이었습니다. 그 사내는 어제 밤 칠성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칠성아, 내일이면 집에 가겠지. 우리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 사내의 차가워진 손이 칠성의 팔에 닿아 있었습니다. 칠성은 비명을 삼켰습니다. 울음을 삼켰습니다. 이를 악물어 깨질 것 같았습니다.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골때기 골짜기를 향해.

    포졸들이 시신을 구덩이 아래로 던졌습니다. 칠성의 몸도 함께 떨어졌습니다. 등을 바닥에 부딪혔고, 온몸에 통증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포졸들이 돌아가고,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칠성은 겨우 눈을 떴습니다. 구덩이 아래였습니다. 달빛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 달빛 아래 보인 것은, 하얀 해골 무더기였습니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해골이 칠성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퀭한 눈구멍이 일제히 칠성을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칠성은 해골들 사이에서 쓰러진 채, 품속에 있는 어미의 나무주걱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주걱의 나무 감촉이 손에 닿았을 때, 칠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어무이... 나도 이제 가는구나.'

    ※ 5단계. 고민 (망설임)

    칠성은 죽지 않았습니다. 골때기 골짜기에서 기어 나왔습니다. 독기가 온몸에 퍼져 있었지만, 어미의 나무주걱이 독을 다 받아준 덕이었는지 목숨은 붙어 있었습니다. 산속을 기고, 넘어지고, 다시 기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으스스한 빗소리가 산골짜기를 울렸습니다. 칠성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관아에서 멀어지려고만 했습니다.

    사흘을 헤맸습니다. 먹지 못했고, 물만 겨우 마셨습니다. 독기가 빠지면서 대신 열이 올랐습니다. 온몸이 불덩이 같았습니다. 팔이 부러져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을 때였습니다. 꺾이는 소리가 나면서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칠성은 쓰러졌습니다. 어느 산기슭, 낡은 싸리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나무 밑에 웅크린 칠성은, 품에서 나무주걱을 꺼내 가슴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어무이, 이제 정말 끝인가 봐요.' 의식이 흐려져 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무주걱에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차가운 빗속에서, 나무주걱만이 따뜻했습니다. 마치 사람의 손이 가슴을 덮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칠성이 가느다란 눈으로 주걱을 내려다봤을 때, 주걱의 표면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칠성은 그것이 환각이라 생각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보는 마지막 헛것이라고. 하지만 빛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주걱 전체가 푸르게 빛나더니, 빛이 연기가 되어 피어올랐습니다. 연기는 칠성의 몸을 감싸고, 싸리나무를 휘감고, 밤하늘로 솟구쳤습니다.

    연기 속에서 형체가 나타났습니다. 거대했습니다. 키가 나무보다 컸습니다. 뿔이 나 있었고, 덩치가 바위만 했습니다. 하지만 눈은 동글동글했고, 입가에는 익살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도깨비였습니다. 어미의 나무주걱에서 도깨비가 태어난 것이었습니다. 어미가 평생 밥을 퍼주며 정성을 들인 주걱, 칠성이 어미의 유품이라 하루도 손에서 놓지 않은 주걱, 그 주걱에 두 사람의 마음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도깨비라는 형체를 얻은 것이었습니다.

    도깨비가 칠성을 내려다봤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크크, 네가 날 매일 쓰다듬어 주던 놈이구나." 칠성은 놀라 비명을 질렀습니다. "요, 요물! 넌 또 무엇이냐!"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도망칠 수도 없었습니다. 도깨비는 칠성의 부러진 팔을 커다란 손으로 감쌌습니다. 따뜻한 기운이 팔을 타고 흘러들었습니다. 부러진 뼈가 맞물리는 느낌이 났습니다.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도깨비가 다시 웃었습니다. "배고프다고? 걱정 마라." 그 목소리는 산울림처럼 웅장했지만, 어딘가 어미의 목소리를 닮아 있었습니다. 칠성은 도깨비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두려움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만남이 어디로 이끌지, 칠성은 아직 알지 못했습니다. 도깨비의 힘은 강대했지만, 사또의 권력 또한 거대했습니다. 이 싸움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도깨비와 함께한 첫 번째 밤이었습니다. 칠성은 도깨비의 등에 업혀 하늘을 날았습니다. 바람이 귀를 때렸고, 구름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평생 땅만 보고 살아온 사내가 난생처음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본 것이었습니다. 고을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관아의 기와지붕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고, 그 주변으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가집에는 불빛이 없었습니다. 하나도. 관아만 환했고, 백성의 집은 전부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칠성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저게 이 고을의 진짜 모습이구나. 한 놈만 배불리 먹고, 나머지는 전부 굶고 있는 거구나.'

    도깨비가 관아 지붕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보다 가벼운 착지였습니다. 도깨비가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쇳덩어리 냄새가 지독하구나. 저 밑에 뭐가 있느냐?" 칠성이 대답했습니다. "금고요. 사또가 백성들에게서 빼앗은 금괴를 숨겨 둔 곳입니다." 도깨비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금괴? 그게 뭐냐. 먹는 거냐?" 칠성은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먹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것 때문에 사람들이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일하다 죽었습니다." 도깨비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것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도깨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도깨비가 푸른 연기로 변했습니다. 연기는 기와 틈새로 스며들었고, 벽을 통과했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칠성은 지붕 위에서 기다렸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깨비가 다시 나타났을 때, 양손에 금괴를 한 움큼씩 쥐고 있었습니다. "이게 그 쇳덩어리냐? 무겁기만 하고 쓸데없는 것이로구나." 도깨비는 투덜거렸지만, 칠성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것이 어미의 목숨값이었습니다. 저것이 동료들의 피값이었습니다. 저것을 위해 사람들이 죽었고, 저것을 차지하기 위해 사또는 독을 탔습니다.

    칠성은 도깨비에게 부탁했습니다. "이 금괴로 쌀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까?" 도깨비가 방망이를 꺼내 들었습니다. 한 번 휘두르자, 금괴가 하얀 쌀가마니로 변했습니다. 다시 한 번 휘두르자, 따뜻한 솜이불이 되었습니다. 또 한 번 휘두르자, 아이들에게 입힐 옷가지가 되었습니다. 칠성은 그것들을 안고 고을로 내려갔습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노역에서 죽은 사내의 집이었습니다. 어제 밤 "우리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고 말했던, 그 사내의 집이었습니다. 문 앞에 쌀가마니를 내려놓을 때, 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칠성의 손이 떨렸습니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울면 안 되었습니다. 아직 갈 곳이 많았으니까요.

    밤새 칠성과 도깨비는 고을을 돌았습니다. 굶주린 집의 솥단지 안에 쌀을 넣었습니다. 마루 밑에 옷가지를 밀어 넣었습니다. 장독대 옆에 된장 단지를 놓았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밤고양이가 쥐를 나르듯 움직였습니다. 도깨비는 신이 났습니다.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씩씩거렸습니다. 칠성은 웃지 못했습니다. 기쁘면서도 아팠습니다. 이것들이 원래 백성들의 것이었으니까요. 빼앗긴 것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가는 길, 멀리서 한 아낙네가 부뚜막을 열고 쌀을 발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낙네가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나무 뒤에서 지켜보던 칠성과 도깨비는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도깨비의 큰 눈에도 물기가 맺혀 있었습니다. 칠성이 나직이 말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도깨비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습니다. "크크, 뭘. 나는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밤마다의 작전이 계속되면서, 칠성과 도깨비 사이에는 기묘한 우정이 쌓여갔습니다. 도깨비는 칠성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칠성은 도깨비에게 인간의 세상을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도깨비는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왜 사람은 울면서도 웃느냐고 물었고, 왜 어미라는 존재를 그토록 그리워하느냐고 물었고, 왜 금이라는 쇳덩어리를 목숨보다 아끼는 놈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칠성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대답했고, 대답할 수 없는 것 앞에서는 함께 침묵했습니다.

    어느 밤이었습니다. 칠성과 도깨비가 고을의 가장 남루한 초가집들을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땔감이 없어 서로의 체온에 기대 떠는 어린 남매를 보았습니다. 오빠가 동생을 꼭 끌어안고 있었고, 동생은 오빠의 품에 파묻혀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불이 없었습니다. 솥단지는 뒤집혀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깨비가 방망이를 휘둘러 솜이불 하나를 만들어 남매 위에 덮어 주었습니다. 동생이 이불의 온기를 느꼈는지 몸을 꿈틀거리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잠결에 짓는 미소였습니다. 도깨비가 그 미소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칠성에게 물었습니다. "저들은 왜 저리 우는 것이냐? 사또라는 놈 창고에는 먹을 것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왜 저들은 흙을 씹고 있단 말이냐."

    칠성은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저들의 피와 살을 파먹고 자란 것이 바로 그 사또의 금괴니까요. 저들은 뺏긴 줄도 모르고 뺏기고, 억울하게 죽어서도 원망할 곳조차 없는 무지렁이들입니다." 칠성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도깨비는 오래도록 말이 없었습니다. 장난기 가득했던 도깨비의 푸른 눈빛에, 처음으로 뜨거운 것이 서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민 위에 분노가 덧칠되고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입을 열었습니다. "칠성아." "네." "그 사또라는 놈의 금고. 전부 비우자." 칠성이 고개를 들어 도깨비를 바라봤습니다. 도깨비의 눈이 달빛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도깨비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을 관아 노역으로 잃고 텅 빈 쌀독을 긁으며 소리 죽여 우는 아낙네를 볼 때, 도깨비의 이빨이 갈렸습니다. 흙을 파먹다 못해 나무껍질을 씹느라 손톱이 빠진 노인을 볼 때, 도깨비의 주먹이 바위를 쪼갰습니다. 인간의 슬픔을 몰랐던 도깨비가, 인간의 분노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도깨비에게 처음 생긴 감정이었습니다. 나무주걱에서 태어날 때에는 없었던 것이, 칠성 곁에서 백성들의 삶을 보면서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칠성은 그런 도깨비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은 요물이 아니다. 어무이가 보내준 거다. 어무이의 마음이 이 녀석이 된 거다.' 칠성은 품속의 나무주걱을 꺼내 어루만졌습니다. 나무의 결이 손끝에 느껴졌습니다. 어미의 손때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목표는 하나. 조 사또의 지하 금고를 완전히 비우는 것. 밤마다 도깨비와 칠성은 관아를 습격했습니다. 습격이라 해도 소리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도깨비가 푸른 연기로 변해 자물쇠 틈새로 스며들면, 금고 안에서 금괴를 하나씩 빼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칠성이 골때기 골짜기에서 주워 온 하얀 해골을 넣었습니다. 금괴 하나가 빠지면 해골 하나가 들어갔습니다. 무게가 같도록 맞추었습니다. 사또가 상자를 들어 봤을 때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도깨비는 매번 투덜거렸습니다. "크크, 냄새나는 쇳덩어리가 뭐 좋다고 이리 꽁꽁 숨겨두었담. 자물쇠를 이렇게나 많이 채워놓다니, 이 영감탱이는 쥐새끼보다 더 쪼잔하구나." 칠성은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아야 했습니다. 도깨비의 투덜거림은 긴장감 속에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고를 나서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은 다시 진지해졌습니다. 빼낸 금괴를 가지고 고을로 내려가야 했으니까요.

    도깨비가 방망이를 한 번 휘두르면 금괴는 하얀 쌀가마니가 되었습니다. 두 번 휘두르면 따뜻한 솜옷이 되었습니다. 세 번 휘두르면 아이들이 먹을 떡이 되었습니다. 칠성과 도깨비는 그것들을 안고 고을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굶주린 집의 부뚜막에 쌀을 놓고, 헐벗은 집의 마루에 옷을 놓고, 아이들이 자는 방문 앞에 떡을 놓았습니다. 밤고양이가 쥐를 나르듯, 소리 없이, 발자국 없이.

    매일 밤 금고에서 금괴가 사라지고 해골이 쌓였지만, 조 사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금고의 자물쇠는 멀쩡했고, 상자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사또는 매일 밤 금고에 내려가 상자를 쓰다듬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 보물들, 오늘도 무사하구나." 상자 안에 금괴 대신 해골이 들어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칠성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영감탱이, 네가 쓰다듬고 있는 것은 금이 아니라 뼈다. 네가 죽인 사람들의 뼈다.' 그 순간 칠성의 입가에 스치는 것은 웃음이었습니다. 쓸쓸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이었습니다.

    아침이 밝을 때마다, 고을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텅 빈 솥단지에 쌀이 있었습니다. 빈 장독대에 된장이 차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베갯머리에 떡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낙네들이 부뚜막을 열다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노인들이 쌀독을 열다 하늘을 향해 절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떡을 입에 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누가 해준 것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도깨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밤마다 푸른 빛이 보이지 않더냐." 두려움 반, 감사함 반이었습니다. 칠성과 도깨비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도깨비가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 아이, 떡을 두 개나 입에 넣었다. 크크." 칠성도 웃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진심으로 웃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반격이, 고을 전체를 조금씩 살려내고 있었습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며칠이 지나자, 죽어가던 고을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굶주림에 핏기를 잃었던 아이들의 볼에 복숭아빛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죽은 듯 고요했던 초가집 굴뚝마다 밥 짓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한때 흙을 파먹던 노인의 얼굴에 살이 붙기 시작했고, 소리 죽여 울기만 하던 아낙네들의 입에서 콧노래가 새어 나왔습니다. 고을이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이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다름 아닌 조 사또였습니다. 마을을 순찰하던 포졸이 보고했습니다. "사또 나리, 백성들의 얼굴에 핏기가 돌고 있사옵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사옵니다." 사또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뭐라고? 저것들이 다 굶어 뒈질 줄 알았더니, 어디서 저런 기운이 났단 말이냐!" 사또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백성이 배를 곯아야 고분고분한 법이었습니다. 배가 부르면 생각이 생기고, 생각이 생기면 불만이 나오고, 불만이 나오면 반항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또에게 백성의 포만감은 곧 위협이었습니다.

    조 사또는 즉각 명령을 내렸습니다. "수탈을 두 배로 늘려라. 집집마다 뒤져서 곡식이 있으면 전부 관아로 가져와라." 포졸들이 다시 고을로 쏟아져 나갔습니다. 집집마다 들이닥쳐 솥단지를 엎었습니다. 쌀독을 뒤집었습니다. 멱살을 잡고 끌어냈습니다. 아낙네가 울며 매달렸습니다. "이것만은 제발, 아이들 먹일 것입니다." 포졸은 아낙네를 밀치고 쌀자루를 빼앗았습니다. 아이가 울었습니다. 노인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백성들의 눈빛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포졸이 오면 고개를 숙이고 당하기만 했습니다. 무기력했고, 두려웠고, 체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습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정체 모를 구원자의 손길을 경험한 이들의 눈에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 편이다. 그 믿음이 백성들의 등뼈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옆집에서 포졸이 행패를 부리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무언의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기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서 있었습니다. 수십 명이 포졸 앞에 벽처럼 서서, 눈을 들어 똑바로 바라봤습니다. 그 눈빛 앞에서 포졸들이 움찔했습니다. 예전의 순한 양 같던 백성이 아니었습니다. 낫과 호미를 쥔 손에 단단한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모래알 같은 백성들이 찰흙처럼 뭉치고 있었습니다. 조 사또가 쥐어짜면 짤수록, 백성들의 결속은 단단해져 갔습니다. 도깨비의 방망이가 준 것은 쌀과 옷만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함께 심어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도깨비의 요술보다 더 강력한, 민초들이 스스로 깨어나는 무서운 힘이었습니다.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백성들의 곳간이 채워지는 이유를 찾지 못한 조 사또는 미쳐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금고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의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또는 포졸들에게 밤새 금고를 지키게 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연기가 되어 드나들었으므로, 포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고의 자물쇠는 멀쩡했고, 상자의 무게도 그대로였습니다. 사또는 더욱 초조해졌습니다.

    마침내 사또는 전국에서 가장 용하다는 무당을 관아로 불러들였습니다. 삼일 삼야를 달려 도착한 무당은 관아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사또 나리, 이 관아에 보통 기운이 아닌 것이 서려 있사옵니다. 요물이 있습니다." 사또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내 재물을 훔쳐 가는 쥐새끼가 누구인지 당장 찾아내라!"

    그날 밤, 관아 마당에서 굿이 벌어졌습니다. 무당이 작두 위에 올라섰습니다. 맨발이 시퍼런 작두날 위에 섰는데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았습니다. 방울을 흔들었습니다. 흉측한 소리가 밤하늘을 찢었습니다. 붉은 부적이 사방으로 흩뿌려졌습니다. 부적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관아 어딘가에 숨어 있던 도깨비의 푸른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하지만 무당의 귀에는 들리는 비명이었습니다.

    무당이 소리쳤습니다. "사또 나리! 사람의 짓이 아닙니다! 엄청난 원한을 품은 요물이 낡은 나무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 나무를 가진 자가 있습니다!" 사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낡은 나무. 나무를 가진 자. 사또의 시선이 관아 구석구석을 훑었습니다. 그 시선이 마침내 한 곳에서 멈추었습니다. 빨래터였습니다. 칠성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포졸들이 몰려갔습니다. 횃불이 어둠을 갈랐습니다. 칠성은 그 시각 고을에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 주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관아 담벽을 넘는 순간, 뒤에서 횃불이 번쩍였습니다. "거기 서라!" 칠성은 뛰었습니다. 하지만 포졸의 손이 더 빨랐습니다. 목덜미를 잡혔습니다. 짐승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칠성의 품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딸그락. 낡고 다 닳아빠진 나무주걱이었습니다.

    조 사또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바닥에 뒹구는 주걱을 집어 들었습니다. 뱀 같은 눈으로 주걱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칠성을 내려다봤습니다. "이깟 썩은 주걱 몽둥이가 나를 농락했단 말이냐." 사또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습니다. 칠성은 바닥에 엎드린 채 나무주걱을 바라봤습니다. 어미의 마지막 유품이, 도깨비의 근원이, 사또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칠성의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도깨비의 기운이 무당의 방술에 묶여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칠성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희망의 탑이, 지금 이 순간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날이 밝도록 관아 마당에서 칠성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조 사또는 직접 고문을 지시했습니다. 불에 달군 인두가 칠성의 살 위에 눌렸습니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났고, 살이 타는 냄새가 마당에 퍼졌습니다. 칠성의 몸이 활처럼 휘었지만, 포졸들이 사지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사또가 으르렁거렸습니다. "금괴를 어디에 숨겼느냐! 누구와 손을 잡았느냐! 대라!" 칠성은 피를 토했습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턱을 타고 흘렀습니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도. 사또가 다시 인두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칠성의 가슴 위에 눌렀습니다. 비명이 관아 담을 넘어 마을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빨래터에서, 부엌에서, 마구간에서 일하던 종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사또의 앞에서 나선다는 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고문은 하루가 꼬박 걸렸습니다. 인두질이 끝나면 곤장이 왔고, 곤장이 끝나면 물을 부어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다시 인두질을 했습니다. 칠성의 등과 가슴과 팔에는 화상 자국이 빼곡했습니다. 피가 마당 흙에 번져 검붉은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칠성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도 악물었습니다. '말하면 끝이다. 말하면 백성들이 다시 굶는다. 말하면 어무이의 주걱이 헛된 것이 된다.' 칠성의 눈앞이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했습니다. 의식의 끈이 가늘어졌습니다. 하지만 놓지 않았습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사또가 마침내 최악의 짓을 저질렀습니다. 사또가 포졸에게 명했습니다. "저놈의 입을 열게 하지 못한다면, 저놈이 믿는 그 알량한 요물부터 잿더미로 만들어 주마!" 포졸이 시뻘겋게 타오르는 숯불 화로를 끌고 왔습니다. 사또가 나무주걱을 집어 들었습니다. 어미가 평생 밥을 퍼주던 주걱이었습니다. 칠성이 어미의 유품이라 하루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주걱이었습니다. 도깨비의 혼이 깃든 주걱이었습니다. 사또가 주걱을 화로 위에 들었습니다.

    칠성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습니다. "안 돼! 그것만은, 제발 그것만은!" 쇠사슬에 묶인 몸이 미친 듯이 몸부림쳤습니다. 쇠사슬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지만, 칠성은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오직 사또의 손에 들린 나무주걱만 바라봤습니다. "제 목숨을 가져가시오! 매를 더 치시오! 인두를 다시 대시오! 하지만 그것만은, 제발!" 칠성의 절규가 마당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사또는 웃었습니다. 입만 웃는 웃음이었습니다. "이것이 그리 아깝더냐. 그럼 더 아껴 주마." 사또의 손이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일부러 천천히, 칠성이 보는 앞에서, 나무주걱을 화로 속에 밀어 넣었습니다.

    타닥. 소리가 났습니다. 마른 나무에 불이 붙는 소리였습니다. 주걱의 끝에서 불길이 올라왔습니다. 주걱의 표면이 까맣게 변해갔습니다. 어미의 손때가 배어 있던 자리가 불에 타들어 갔습니다. 칠성이 어미를 생각하며 매일 밤 어루만지던 그 결이 재가 되어 부서졌습니다. 그 순간, 허공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도깨비의 울음이었습니다. 사람의 귀에도 들리는, 끔찍하고도 슬픈 울음이었습니다. 하늘이 울리고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푸른 불꽃이 화로 위로 솟구쳤습니다. 높이, 더 높이 치솟다가, 붉은 불길에 잡아먹히듯 사그라졌습니다. 도깨비의 기운이 한 줌의 연기가 되어 아침 이슬처럼 흩어졌습니다. 화로 안에는 새까만 재만 남았습니다. 칠성의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생명줄이 끊어진 것처럼.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칠성은 옥사에 던져졌습니다. 차가운 돌바닥 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눈앞에는 옥졸이 조롱하듯 던져놓고 간 것이 있었습니다. 화로에서 꺼낸 새까만 잿더미 한 줌이었습니다. 어미의 나무주걱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도깨비의 근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칠성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차가운 돌바닥 위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칠성은 재를 바라봤습니다. 손을 뻗어 만지려 했지만, 팔에 힘이 없었습니다. 손가락 끝이 겨우 재에 닿았습니다. 까만 가루가 손끝에 묻었습니다. 차가웠습니다. 어미의 손은 항상 따뜻했는데, 이제는 차갑기만 했습니다. 도깨비의 기운은 항상 뜨거웠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칠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야 했는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말라버린 것입니다. 울 힘도, 울 물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옥사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관아 대청마루에서 조 사또가 웃고 있었습니다. 승리감에 도취한, 호탕하고 거드름 피우는 웃음이었습니다. "여봐라!" 사또의 목소리가 관아 전체에 울렸습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저 비천한 놈의 목을 베어 마당에 효수하라!" 포졸들이 "예"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일제히 들렸습니다. 사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숨통이 트였던 고을 것들의 집을 모조리 뒤져, 내 창고의 곡식을 훔쳐 간 대가를 천 배, 만 배로 갚아줄 것이다!" 사또의 잔인한 선포가 칠성의 남은 숨통마저 조여왔습니다.

    칠성은 차가운 돌바닥에 이마를 대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생각이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썩어빠진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의 인간이 발버둥 쳐봤자, 탐욕의 거대한 벽 앞에서는 티끌처럼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어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미음 한 숟가락을 달라던 어미의 마지막 모습이. 도깨비의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크크, 나는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라며 씩씩거리던 그 소리가. 백성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부뚜막을 열고 쌀을 발견하며 하늘에 절하던 아낙네의 얼굴이. 떡을 입에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아이의 얼굴이.

    전부 끝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칠성의 목이 잘리고, 백성들은 다시 굶주림 속으로 던져질 것입니다. 도깨비는 사라졌습니다. 나무주걱은 재가 되었습니다. 기적도, 요술도, 희망도 전부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칠성은 눈을 감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몸을 짓눌렀습니다. 영혼의 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고, 가장 차갑고, 가장 절망적인 밤이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칠성의 손가락 끝이 재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까만 재. 차가운 재. 하지만 칠성은 그 재에서 손을 떼지 않았습니다. 손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어미였고, 그것이 친구였고, 그것이 칠성의 전부였으니까요.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동이 트기 직전이었습니다. 하늘이 까만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바뀌는, 밤도 아니고 새벽도 아닌 그 시간이었습니다. 관아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멀었습니다. 땅을 울리는 진동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진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진동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것이 발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백 개의 발이 동시에 땅을 밟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발소리 위에 함성이 실려 왔습니다. 처음에는 웅성거림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함성이 되었고, 함성은 포효가 되었습니다.

    관아의 대문이 부서졌습니다. 안에서 걸어 잠근 빗장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그 너머로 보인 것은, 횃불의 바다였습니다. 수백 명의 백성들이 낫과 호미와 도끼와 횃불을 들고 관아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얼굴에 핏발이 서 있었습니다. 눈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노인도, 젊은이도, 심지어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어미도 있었습니다. 칠성이 밤마다 쌀을 갖다 놓았던 바로 그 집의 아낙네가 맨 앞줄에 서 있었습니다. 떡을 입에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바로 그 아이의 어미가.

    "우리 칠성이를 살려내라!" 함성이 관아를 뒤흔들었습니다. "이 탐욕스러운 사또 놈아!" 목청이 찢어지도록 외치는 소리가 하늘에 닿을 것 같았습니다. 칠성이 잡혀 죽게 되었다는 소식이 밤새 고을 전체에 퍼진 것이었습니다. 밤마다 자신들의 빈 솥단지를 채워주던 은인이, 내일 아침 목이 잘린다는 소식을. 백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분노가 차올랐고, 분노는 용기가 되었고, 용기는 발걸음이 되어 관아 앞에 모인 것이었습니다.

    포졸들이 창을 들고 막아섰지만, 수백 명의 물결 앞에서는 갈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밀려났습니다. 사또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막아라! 저것들을 막아!" 하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옥사 앞에 버려져 있던, 완전히 죽은 것으로 알았던 나무주걱의 잿더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르르, 바르르. 까만 재가 떨었습니다. 바깥에서 밀려드는 백성들의 함성에 공명하듯, 잿더미가 진동했습니다. 칠성이 눈을 떴습니다. 손끝에 닿아 있던 재가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재 속에서 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실오라기만큼 가는 빛이었습니다. 하지만 바깥의 함성이 커질수록 빛도 강해졌습니다. 재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빛이 터졌습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푸른빛이 옥사를 가득 채웠고, 옥사의 벽을 뚫고, 지붕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었습니다. 관아의 기와가 날았습니다. 나무가 뽑혔습니다. 포졸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회오리 한가운데서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전보다 열 배는 거대했습니다.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몸이었습니다. 도깨비가 웃었습니다. 산이 울리는 웃음이었습니다. "크하하하! 내 친구들의 뜨거운 심장이 펄떡이는데 내가 어찌 죽겠느냐!" 백성들의 분노와 사랑이 모여, 재 속에서 도깨비를 다시 살려낸 것이었습니다. 불에 타 사라진 것을 사람의 마음이 되살린 것이었습니다. 사또가 태운 것은 나무주걱이었을 뿐, 그 안에 깃든 마음까지 태울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하늘을 뒤덮은 도깨비바람과 관아로 쏟아져 들어오는 백성들의 물결을 마주한 조 사또는 하얗게 질렸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남은 것은 벌벌 떠는 비겁한 늙은이 하나뿐이었습니다. 사또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습니다. '금괴. 내 금괴만 있으면 된다. 금괴만 있으면 어디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사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비단 두루마기 자락이 흙바닥에 질질 끌렸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가장 안전한 요새, 지하 금고를 향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지하 계단을 굴러떨어지듯 내려갔습니다. 무거운 철문 앞에 섰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열었습니다. 하나, 둘, 셋. 수십 개의 빗장을 풀었습니다.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문을 닫고 안에서 빗장을 걸었습니다. 바깥의 소란이 철문 너머로 둔탁하게 울렸지만, 사또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리석은 놈들. 이 요새는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다." 횃불을 밝혔습니다. 금고 안에 금괴 상자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사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큰 상자 앞에 섰습니다. "이 안의 황금은 모두 내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된다." 사또의 손이 상자 뚜껑을 잡았습니다. 힘을 주어 열어젖혔습니다.

    금빛이 보여야 했습니다. 횃불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금괴가 보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또의 동공에 비친 것은 금빛이 아니었습니다. 하얀 것이었습니다. 사또의 동공이 찢어질 듯 벌어졌습니다. 상자 안에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은, 해골이었습니다. 퀭한 눈구멍으로 사또를 올려다보고 있는 하얀 해골 무더기. 한 개가 아니었습니다. 상자 가득, 빈틈없이, 해골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이게 무엇이냐! 내 금! 내 금괴는 어디 갔어!"

    사또가 옆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해골이었습니다. 그 옆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해골이었습니다. 미친 듯이 상자를 뒤집어엎었습니다. 뚜껑을 던지고, 상자를 차고,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자를 열어도 금괴는 한 조각도 없었습니다. 전부 해골이었습니다. 엎어진 상자에서 해골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사또의 발목을 덮었습니다. 무릎을 덮었습니다. 허리까지 차올랐습니다. 해골들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습니다. 덜그럭, 덜그럭. 그 소리가 마치 웃음 같았습니다. 수백 개의 해골이 사또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네가 죽인 사람들의 뼈가, 네가 모은 금괴의 자리에서, 너를 비웃고 있었습니다.

    사또가 철문을 향해 기어갔습니다. 빗장을 풀려 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백성들이 거대한 바위를 굴려 와 지하 금고의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쿵. 또 한 번. 쿵. 또 한 번. 바위가 철문 앞에 쌓여갔습니다. 사또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발로 찼습니다. 주먹으로 쳤습니다. "열어라! 열어! 내가 이 고을의 사또다! 열라고!" 하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것은 백성들의 단 한마디뿐이었습니다. "그 금고가 영감의 무덤이 될 것이오." 사또는 자신이 만든 금고에, 자신이 짜낸 백성들의 뼈와 함께 갇혔습니다. 평생 금을 모으기 위해 지은 요새가, 자신의 관이 된 것이었습니다. 해골 무더기 위에 주저앉은 사또의 비명이 철문 너머로 희미하게 새어 나왔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탐욕이 만든 금고가, 탐욕을 삼켜버린 것이었습니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다시 처음의 시간으로 돌아옵니다. 조 사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뒤, 장례가 치러지던 그 밤이었습니다. 사또의 자식들이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가, 마침내 열쇠를 쥔 장자가 지하 금고의 철문을 열었습니다. 횃불을 비추었습니다. 자식들의 눈이 둥그렇게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비명이 터졌습니다. 금고 안에는 썩어가는 아비의 시신과, 수천 개의 해골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해골의 퀭한 눈구멍이 횃불 빛을 받아 번뜩였습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마치 "너희도 똑같은 짓을 하면 이 꼴이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식들은 거품을 물고 기절했습니다. 조 사또의 가문은 그날로 영원히 몰락했습니다. 백성의 피로 쌓은 재물은, 결국 백성의 뼈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화면이 전환됩니다. 계절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봄이었습니다. 고을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초가집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하얗게 피어올랐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아낙네들이 빨래터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논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밭에는 새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사또가 사라진 뒤, 고을은 살아났습니다. 백성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논을 갈고, 밭을 일구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흰 수염이 내려온 노인 한 명이 뒷산 양지바른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칠성이었습니다. 머슴이었던 칠성은 이제 마을의 촌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굽은 등은 여전했지만, 눈빛은 맑았고, 걸음은 단단했습니다. 칠성이 멈춰 선 곳에 깨끗한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금고 안에서 꺼낸 해골들을 정성스레 수습하여 묻어준 곳이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노역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굶어 죽은 사람들의 뼈가 이제는 양지바른 곳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칠성은 무덤 앞에 밥상을 차렸습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이었습니다. 된장찌개가 있었고, 나물이 있었고, 막걸리 한 사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밥상 한가운데에, 칠성이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새 나무주걱을 올려놓았습니다. 어미의 주걱을 닮아 만든 것이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깎고, 매일 손으로 어루만져 결을 낸 주걱이었습니다. 칠성이 주걱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친구야, 밥 먹자. 이제 우리 고을엔 굶는 이가 없단다." 칠성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졌습니다. 웃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아마 둘 다였을 것입니다.

    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는 순간이었습니다. 살랑, 봄바람이 불었습니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렸습니다. 그 바람 사이로, 아주 작은 소리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크크." 도깨비의 웃음이었습니다. 분명히, 도깨비의 웃음이었습니다. 호탕하고, 다정하고, 익살스러운 그 웃음이. 바람에 실려 칠성의 귓가를 스치고 산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칠성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맑은 하늘이었습니다. 칠성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봄바람이 한 번 더 불었습니다. 새 나무주걱 위에 벚꽃잎 하나가 내려앉았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기적은, 억울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탐욕을 삼켜버린 채, 이 고을의 영원한 전설로 남았습니다.

    엔딩

    탐관오리의 금고에서 나온 것은 금이 아니라 뼈였습니다. 백성의 피로 쌓은 재물은 결국 백성의 뼈로 돌아왔고, 탐욕이 지은 요새는 탐욕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전하는 것은 복수가 아닙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도 희망은 피어나고,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불에 탄 재 속에서도 기적은 되살아난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지혜, 한국의교훈에서 시작됩니다.

    반응형